사진은 서울 시내의 은행 ATM 기기. (사진=연합뉴스)
현재 당국은 과징금 수위를 놓고 양날의 검을 쥐고 있다. 과징금을 낮게 책정할 경우,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야기한 사안에 대해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고액의 과징금을 유지할 경우, 은행권의 자본 여력을 훼손해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실제 당국은 최근 은행이 ELS 보상금이나 과징금 지출 등을 운영 리스크로 반영하는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주는 규제 완화책을 내놓은 바 있다. 제재로 묶일 자금을 풀어 기업 대출 등 실물 경제로 흘러가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정책 방향 때문에 고강도 제재를 밀어붙이기에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징금 규모는 이미 산정 과정에서 상당 부분 축소된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최초 산정한 과징금은 약 4조 원에 달했으나, 논의 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절반 수준인 2조 원으로 감경해 사전 통보했다. 이후 올해 2월 은행권의 자율 배상 노력 등을 반영해 1조 4000억 원까지 낮춘 제재안을 금융위로 넘겼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금융위는 피해 구제 노력을 고려해 최대 75%까지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당국이 이 ‘추가 감경’ 카드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사용할지가 이번 제재의 최대 분수령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 제재 관련 행정소송 등에서 잇따라 패소한 점도 변수로 떠올랐다. 무리한 제재를 가했다가 향후 은행권과의 소송전에서 패할 경우 당국의 권위가 실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판결들로 인해 당국 내에서도 과징금 산정의 법리적 근거와 비례의 원칙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오는 29일 한 차례 더 정례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안건 상정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설령 상정되더라도 내용의 복잡성과 신중론을 고려할 때 최종 결론은 다음 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