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관광 법제 개편 방안 정책토론회'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반세기 된 관광 법제가 전면 개편된다. 1975년 제정된 관광기본법과 1986년 만들어진 관광진흥법을 시대에 맞게 손질하고,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하는 거버넌스 개편도 함께 추진된다.
방한관광객이 지난해 역대 최고인 1870만 명을 기록하고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대비 23% 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도권 편중과 AI·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놓였다.
23일 오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관광법제 개편 방안 정책 토론회'를 열고 기존 관광법제를 관광기본법·관광산업법(가칭)·지역관광발전법(가칭)의 3개 체계로 나누는 제정안을 공개했다.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관광 법제 개편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관광기본법 16개→27개 조항…'선언'에서 '실행'으로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16개 조항에 불과했던 관광기본법을 27개 조항으로 대폭 확대한 전부개정안을 발표했다.
정 연구위원은 "기본법이 기존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선언에 그쳤다면, 이제는 누가, 어떻게, 어떤 근거로 정책을 실행할지에 대한 구체적 범위와 역할을 명시하는 것이 목표"라며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명확히 하고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각지대에 있던 국제·지역·국민 관광 진흥을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신설된 3대 독소 조항 방지 및 진흥 근거다. 대표적으로 △제21조(관광안전)는 국가와 지자체가 국제적 기준을 고려해 안전 시책을 강구할 의무를 △제22조(관광객 권익보호)는 관광객 보호와 권익 증진을 △제23조(공정한 거래질서 구축)는 업계와 민간이 예측 가능한 공정 경쟁 룰을 기본법에 명문화했다.
또 최근 대통령 주재로 격상된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법제화하여 지속 가능한 추진 체계를 구축했다.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관광 법제 개편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40년 된 진흥법 해체…'산업'과 '지역' 투트랙으로 분법
40년 된 관광진흥법을 전면 해체해 관광산업법(가칭)과 지역관광발전법(가칭)으로 분리하는 파격적인 안이 제시됐다.
발제자인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관광진흥법은 1986년 이후 빈번한 개정으로 인해 규제와 진흥, 사업과 개발이 뒤섞인 '누더기'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롭게 제정될 관광산업법은 창업 지원, 투자 금융, 전문 인력 양성, 디지털 변환 등 산업 육성 체계를 8개 장으로 구체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류 위원은 "서비스 속성과 인허가 절차가 꼬여있는 현재의 업종 구조를 개편하고, 온라인(AI) 환경을 사업적으로 포용하는 구조로 갈 것"이라며 "카지노업은 별도의 특성을 고려해 분리하고, 지역법에서는 중앙 주도 개발에서 벗어나 지역이 주도적으로 자생적 생태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관광 법제 개편 방안 정책토론회'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아웃바운드 소외" "디지털 영토 확장"…전문가 쓴소리
이어진 토론에서는 제정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조광익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정부 책무의 구체적 나열이 오히려 법의 포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며, 특히 아웃바운드 문제가 이번 개정안에서 소외된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병권 호원대 교수 역시 "효율적인 집행 체계를 위해 전략회의의 실무적 대행 근거까지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절박했다.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는 "우리 관광 GDP가 3%대에 머무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인공지능(AI)가 24시간 일하는 디지털 세상에서의 영토 확장이 법제화 과정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수 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산업 관점에서 대상을 명확히 발라내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며, 특히 플랫폼 규제 등은 공정위 등 타 부처 법령과의 실질적 연동성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 밖에도 김지훈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지자체 주도의 패러다임 전환을이훈 한양대 교수는 양적 성장을 넘어선 질적 지표와 지역 주민의 이익 향유 방안 명문화를 주문했다. 심원섭 목포대 교수는 단순히 등록과 취소를 관리하는 법이 아닌, R&D와 인력 양성 조항이 풍부하게 살아있는 진정한 진흥법을 촉구했다.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실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진행된 '관광 법제 개편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문체부, "진짜 할 거다"…하반기 국회 발의 공언
정부 측은 이러한 전문가들의 우려에 정면으로 화답하며 하반기 입법에 사활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강정원 문체부 관광정책실장은 "이번 국가관광전략회의의 대통령 소속 격상은 우리 정부에서 관광 산업이 갖는 의미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라며 "정부로서도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하반기 국회 발의를 목표로 꼭 실현될 수 있도록 의지를 갖고 진행하겠다"고 했다.
박미경 문체부 관광정책과장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진짜 할 거냐'인데 이번엔 진짜 할 것"이라며 "단순히 법을 나누는 작업을 넘어 관광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제대로 심고, 융복합되는 현장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체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아웃바운드 산업 보호, 범부처 협력 체계 구체화, 디지털 영토 확장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제정안을 면밀히 보완한 뒤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seulb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