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88%·나프타 46%↑' 수입물가 쇼크…소비자물가 '도미노 인상' 예고

경제

뉴스1,

2026년 4월 24일, 오전 06:00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 진열된 비닐 제품. 2026.4.22 © 뉴스1 김성진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원유·나프타·경유 등 에너지 및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일제히 폭등하면서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동반 급등했다. 국제 유가 충격이 국내 물가 전 단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향후 소비자물가로의 본격 전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급 불안은 일부 완화되고 있지만 가격 하락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휘발유 등 석유류 소비자 가격뿐만 아니라 생산 원가와 물류비 상승을 거쳐 가공식품·외식 등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1%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같은 달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1.6% 오르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4월(1.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생산자물가는 7개월 연속 오름세다.

에너지·석화 원료 '수입물가 급등'…원유는 40년 만에 최고
지난달 수입물가 상승률 상위 10개 품목을 에너지·석유화학 원료가 모두 차지했다. 품목별로 보면 경유가 전월 대비 120.5% 급등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원유(88.5%)·부타디엔(70.6%)·제트유(67.1%)·나프타(46.1%)·자일렌(44.6%)·톨루엔(42.4%)·메틸에틸케톤(41.6%)·아크릴산(41.3%)·스티렌모노머(31.7%) 등이 뒤를 이었다. 원유 수입물가는 198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생산자물가에서도 나프타(68.0%)·에틸렌(60.5%)·자일렌(33.5%)·경유(20.8%) 등이 줄줄이 급등했다. 수입 단계의 충격이 국내 생산 단계로 즉각 전이된 모습이다. 특히 공산품 중 석탄 및 석유제품은 전월 대비 31.9% 급등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57.7%)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문제는 이들 품목이 산업 전반에 걸쳐 쓰이는 핵심 원료라는 점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합성섬유, 에틸렌은 각종 포장재·용기, 자일렌은 페트병·섬유, 아크릴산은 기저귀 등 위생용품, 스티렌모노머는 배달 포장재의 원료로 활용된다. 운송 연료인 경유·제트유까지 급등하면서 물류비·항공비도 동반 상승했다. 생활 밀착형 원료 가격이 전방위로 오른 셈이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나프타 같은 품목은 다른 석유·화학 제품들의 생산 비용에 영향을 미쳐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생산자물가가 7개월째 오름세를 지속하고 3월에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소비자물가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게시돼 있다. 2026.4.23 © 뉴스1 김진환 기자

가공식품·외식 등 소비자물가는 시작도 안해…이달부터 2% 후반 물가 온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를 기록한 가운데, 소비자물가 내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9.9% 급등해 러·우 전쟁 초기인 2022년 10월(10.3%)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에너지·화학제품 가격 상승은 석유류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생산 원가와 물류비를 통해 가공식품·외식 등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원재료 가격 충격이 소비자물가로 전가되기까지는 통상 수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폭 확대 조치 효과에도 높은 국제유가 수준 속 석유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4월 소비자물가부터 점진적인 상방 압력 반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상황이 장기화되고 고착화되면 소비자 물가는 결국 올라갈 것"이라며 "물가보다 수량 부족 문제가 더 먼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결정문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2.2%)를 상당폭 상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2.8%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 중 중동 사태에 영향 받는 품목의 비중이 대략 25% 정도로 추정되는데, 직접적 영향뿐 아니라 수입물가 경로를 통해 2차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데다 환율 효과까지 겹쳐 수입물가가 더욱 자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교적 최근에 높은 물가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면 물가의 하향 안정 경로가 더욱 교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 개입 효과로 물가 상승 폭이 일부 제한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위 연구원은 "국내 주유소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조치가 물가 상단을 3.0% 내로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in785@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