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2026.2.25 © 뉴스1 황기선 기자
부동산 담보 대출 중심의 이자 장사에서 벗어나 기업과 혁신 분야로 자금 흐름을 돌리는 '생산적 금융' 전환 필요성에는 금융권과 전문가 모두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전문가들은 방향이 옳다고 해서 성공적인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생산적 금융이 일회성 구호에 그치지 않고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금융권 규제 완화,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거버넌스 확립 등 구조적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간 기업대출 추이를 보면 제조업 분야보다 건설·부동산업으로 흘러가면서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온 점을 지적했다.
신 위원은 "지난 10년간 기업 대출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늘었으며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에선 줄고 부동산·건설업 분야의 비중이 확대됐다"며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부동산업 부문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생산성이 10년 간 많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에 집중되는 자금을 제조업 쪽으로 활용한다면 훨씬 더 나은 모습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국가 전반의 잠재성장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라고 생산적 금융의 취지에 공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생산적 금융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계열사에 가해지는 경직된 규제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가중치(RW) 하향 등 제도 개선을 통해 금융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모험자본 공급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주 산하 증권사들의 경우 자본 규제 측면에서 전업 증권사 대비 불리한 구조에 놓여 있어 적극적인 투자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는 그룹 차원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RWA)을 함께 산출·반영해야 하는 반면,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전업 증권사는 순자본비율(NCR) 중심 규제를 받아 상대적으로 자본 활용이 자유롭다.
이에 대형 전업 증권사들은 적극적인 자금 조달과 고위험 투자가 가능한 반면, 은행, 보험, 증권 등 은행지주 계열은 RWA 부담으로 자본 확충과 운용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권이 걱정하는 건 스타트업이나 혁신 사업에 투자를 할 때 위험가중치가 증가하면서 자기자본 비율이 안좋아진다"며 "위험가중치 하향 등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모험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 그런 조치들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도 "우리나라 은행은 투자은행이 아니라 주로 대출을 하게 되는 구조인데, 기업 대출 리스크가 훨씬 크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작은 개인 대출을 해주는 것이 합리적이지 굳이 위험한 기업 대출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들한테 대출을 가계에 하지말고 기업에 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아 대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이러한 대안이 충분하냐는 데에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이 투입된 이후에는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세컨더리 마켓 등 자본 시장 생태계가 더욱 강화돼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탈출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대기업이 자체 벤처캐피털을 통해 관련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기업형벤처캐피털(CVC)도 거론된다.
신 위원은 "대기업들이 CVC를 보유해 향후 사업에 필요한 분야에 투자하는 등 자본시장의 역할이 활성화 돼야 한다"며 "이 경우 금산 분리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러한 규제를 개선하는 제도적인 부분이 고려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전 정권에서 만들어진 정책펀드 등 사업이 정권 교체 때마다 동력을 잃어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던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 교수는 "정책 펀드가 지속 가능성을 가지고 가기 위해선 관리 체계와 법적 체계, 즉 컨트롤 타워와 거버넌스가 갖춰져야 한다"며 "어떤 정권이 집권하게 되든 일관되게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중장기 투자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는 싱가포르 국부 펀드(GIC),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청 등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스스로돈을 내서 만드는 펀드가 어떤 방식으로 투자되고 운영되는지, 공식화하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지 정책펀드는 계속될 것이라는 신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topyu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