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항의할 권리' 뺏은 서울교통공사…공정위 제동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6일, 오전 05:31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시설물 광고 사업권을 매각하며 대행사들과 맺은 계약에 부당한 조항을 삽입해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공공기관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민간 사업자의 정당한 항의권까지 박탈한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지하철 역내 한 광고패널.(사진=이데일리DB)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서울교통공사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11월 광고대행업체 A사와 지하철 1~4호선 역사 내 ‘디지털 종합안내도’를 설치하고 일부분을 광고로 활용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A사는 96개 역사에 총 867대의 안내도를 직접 설치하고, 해당 시설물에 대한 광고 대행 권리를 약 8년간 갖기로 했다.

문제는 계약 과정에서 설정된 부당한 특약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새로운 광고물이나 유사 서비스를 개발해 운영할 경우 A사가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도록 계약 조건을 설정했다. 실제 관련 조항에는 A사가 ‘일체의 이의제기 및 손해배상, 손실보상 등을 요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었다.

특히 A사는 이번 광고대행 권리를 확보하는 대가로 총 148억 원에 달하는 계약금액을 매달 분할 납부하기로 서울교통공사와 약정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설물을 직접 설치하고 거액의 사용료까지 지불함에도, 서울교통공사의 신규 사업 확장에 따른 매출 감소 위험을 전적으로 떠안는 불합리한 계약이 진행된 셈이다.

공정위는 서울교통공사가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A사에 불이익한 거래 조건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행위를 즉시 중지하고, 향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법 위반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공정거래법은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업자가 그 지위를 남용해 거래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거래 과정에서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만 불리한 조건을 설정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는 공정한 경쟁 기반을 저해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광고대행사가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부당한 거래 조건을 설정한 것”이라며 “새로운 광고계약 체결이나 유사한 서비스 개발로 기존 광고대행사가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면, 광고대행사와 협의를 통해 이를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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