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전시 주최사 등 마이스 업계가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 타워 앞에서 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의 독선적인 리모델링 공사 추진으로 인한 시설 장기 폐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리모델링 이유로 행사 규모·일정 변경 배정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엑스는 지난 24일 오전 내년(2027년) 코엑스 4개 전시홀(A~D홀)에서 열릴 행사의 배정 결과를 각 전시 주최사에 통보했다. 업계가 리모델링으로 줄어드는 시설에 대한 대안 마련이 먼저라며 배정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코엑스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의 면담이 잡힌 이날 오전 기습적으로 배정 결과를 통보했다.
전시주최자협회 등에 따르면 코엑스는 대다수 행사에 종전보다 규모를 줄이거나 일정을 바꾸도록 전시장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일정 자체를 배정받지 못한 행사도 여럿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견 주최사 대표는 “이메일로 ‘배정 가능 공간 없음’이라고만 보내와 이유를 들으려 연락했지만, 해당 팀 전체가 휴가 중이라는 황당한 답변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코엑스는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GITC) 등 영동대로 일대 복합개발에 맞춰 내년 7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18개월간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문제는 노후한 시설 개보수를 포함한 외관 리모델링, 증축 공사로 전체 시설의 60%가 장기 폐쇄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코엑스 1층과 3층 전시장(A·C홀)과 2층 다목적 행사장(더플라츠·스튜디오159), 3층과 4층 콘퍼런스룸(41실) 등 영동대로 현대차그룹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방향 건물 동쪽과 트레이드타워 방향 남쪽 일대 등 ‘구관’ 전체가 대상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코엑스 리뉴얼을 위해 지난해 국제 공모를 통해 선정한 영국 헤더윅 스튜디오 디자인 (사진=한국무역협회)
업계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착공 시점을 고양 킨텍스(KINTEX) 3전시장이 개장하는 2028년 11월 이후로 연기해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체 시설을 확보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할 경우 업계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추산 코엑스 리모델링 공사로 차질을 빚게 되는 전시·박람회는 연간 150여 건으로, 전체 피해 규모는 4조 원대에 달한다.
◇자기 행사 챙기고, B2C·소규모 행사 역차별
코엑스의 ‘자기 행사 챙기기’ 논란도 일고 있다. 업계가 지금까지 배정 결과만 목 빠지게 기다렸던 것과 달리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 ‘인터배터리’ 등 코엑스 행사는 올해와 동일한 규모로 이미 내년 행사 업체 모집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한 전시 주최사 대표는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자기들 행사부터 조정하는 게 맞는 거 아니냐”며 “다른 행사는 일방적으로 일정을 바꾸고 규모까지 줄여 놓고 자기들 행사는 아무런 희생도 없이 버젓이 여는 게 과연 온당한 처사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배정 기준인 B2B, 대형 행사가 우대도 그동안 동일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행사를 개최해 온 소규모, B2C 행사에 대한 심각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GITC) 등 지하공간 복합개발로 바뀌는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 일대 조감도. 사진 왼쪽에 위치한 건물이 리뉴얼 공사를 마친 코엑스(COEX), 오른쪽 3개 동 건물이 현대차그룹의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업계는 무역협회와 코엑스가 부분적으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단 6개월 내외면 마무리가 가능한 복합환승센터 지하 연결과 전시장 개보수를 무리하게 리모델링 공사로 확대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엔 협회가 3000억 원을 들여 미국 뉴욕시 맨해튼 파크애비뉴 22층 건물 리뉴얼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목적이 공공이 아닌 자산 가치 높이기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전체 리모델링 예산 5300억 원 가운데 상당수는 외관 리모델링, 증축 공사 비용으로, 전시장 등 시설 개보수 예산은 6% 미만인 3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외관 리모델링, 시설 증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중동 전쟁 장기화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경제단체인 무역협회와 지원시설인 코엑스가 본연의 책임과 임무를 잊은 채 횡포나 다름없는 갑질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