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업, 수십조 피해보다 고객사 신뢰 상실 더 우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6일, 오전 11:21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총파업은 단순히 수십조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신뢰와 공급망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연일 ‘5월 총파업’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문제가 구조적인 타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학계의 경고가 나왔다.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손실을 보는 단계를 넘어, 고객사 이탈과 시장 선도적 지위 상실 등 단기간 회복이 어려운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파급 효과’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이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안민정책포럼은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민간 지식인 네트워크다.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 교수가 전망한 손실 규모는 1분당 수십억원, 하루 1조원 수준이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규모다.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대로 18일간 총파업에 나설 경우 20조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송 교수가 더 주목한 것은 구조적인 타격이다. 그는 총파업 비용을 두고 생산 중단, 매출 감소 등 ‘보이는 비용’과 신뢰 약화, 투자 연기, 산업 생태계 충격 등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구분했는데, “후자가 더 장기적이고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뢰 자산의 소멸 △전환비용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기의 기회비용 상실 △핵심 인재 이탈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등을 보이지 않는 비용의 핵심으로 꼽았다.

송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대만 TSMC 등 대체 공급선 검토에 나설 수 있다”며 “공정 검증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했다. 주요 고객사들은 공급 안정성을 엄격히 따지는 만큼 총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곧바로 시장 선도 지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반도체 기술은 1~2년만 뒤처져도 경쟁력을 상실한다”며 “엔비디아, TSMC, 인텔 등이 사활을 건 AI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에 내부 갈등 수습에 역량을 소모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기회비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이번 삼성전자 노사간 갈등을 두고 주요 외신들은 “글로벌 IT 공급망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로이터는 지난 16일 “노조의 파업으로 세계 최대 메모리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AI 데이터 센터, 자동차, 스마트폰 등 전 산업 분야에서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의 저명한 IT 전문지 디지타임스는 최근 “AI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 공급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일어날 경우 AI 인프라 관련 글로벌 공급망뿐 아니라,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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