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 보조로봇은 시작일 뿐…병원 단순노동 자동화 플랫폼 목표"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6일, 오후 07:13

글로벌 산업 곳곳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AI반도체 기업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등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대기업들만이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피지컬AI(인공지능이 센서·로봇·자율주행 등 물리적 장치를 통해 직접 행동하는 기술) 분야의 경우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들도 자신들만의 기술력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데일리는 이같이 높은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피지컬AI 중소·벤처기업들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치과 현장에는 보조인력이 늘 부족합니다. 석션(흡입)이나 리트랙션(구강 내 치료부위를 잘 보이도록 잡아당기는 것) 같은 업무는 고정된 힘과 일정한 각도를 유지해야 하기에 사람이 하기엔 반복적이고 지루하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가치가 있죠. 궁극적으로 치과 뿐 아니라 병원 내 모든 물리적인 노동을 자동화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경연 덴트로닉 대표.(사진=덴트로닉)
최경연(30) 덴트로닉 공동창업자 겸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덴트로닉은 최 대표와 최소이 공동창업자, 이민준 공동창업자 등 한국인 3명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공동 창업한 의료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스타트업이다. 최근 현지 초기투자사인 사우스파크커먼스(SPC)로부터 100만달러(한화 약 15억원) 규모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최 대표가 의료 AI 로보틱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평소 ‘의료’가 사람들에게 가치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왔던 데서 비롯됐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최우등 졸업한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유학 대신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는데, 이후 실습을 나갔던 치과 현장에서 보조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다. 졸업을 앞두고 ‘AI 기반 파노라마 영상 진단’ 아이템으로 창업에 나섰던 그는 보조인력 구인난이 더 심각하다는 판단 하에 2025년 3월에 의료 AI 로보틱스로 사업을 전환했다.

최 대표는 “대학병원은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동네 병원장들은 만날 때마다 보조인력을 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며 “수술실에서 의사는 한 명이지만 보조하는 사람은 4~5명에 달한다. 이들이 하는 업무는 석션, 소독, 기구전달 등으로 생각보다 단순해보이지만 가치가 높다. 그런데 노동강도가 너무 세다보니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 등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최 대표는 “AI 에이전트로 의사의 병원 행정업무를 자동화하는 스타트업들은 많아지는데 정작 실무를 뒷받침할 보조인력은 없다. 치위생사 월급이 초년차 페이닥터 수준으로 상승했을 정도다. 이는 전세계적인 현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로봇이 더 많이 필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덴트로닉이 개발한 치과 진료 보조로봇 덱서.(사진=덴트로닉)
실제 치과 진료석에 설치한 덱서의 모습.(사진=덴트로닉)
덴트로닉이 개발한 치과 진료 보조로봇 ‘덱서’는 치과 진료석 옆에 설치하는 로봇팔로, 석션, 소독 등의 일을 하며 진료석마다 설치해도 의사의 진료를 방해하지 않도록 부피를 최소화했다. 1차 판매 물량 50대는 완판됐으며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추가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덴트로닉은 덱서 보급을 빠르게 하기 위해 가장 기능을 단순화해 1차 버전을 출시했는데 자주 쓰는 도구를 의사가 직접 탈부착하는 형태다.

최 대표는 치과 진료 보조로봇의 경우 기능이 단순하지만 두께 2~3㎜에 불과한 치아를 다루기 때문에 작은 오차도 발생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터마다 감속기라는 부품이 들어가는데 오작동할 경우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현재 버전이 출시되기까지 100번 가까이 시제품을 만들어보고 테스트를 반복했다. 그 결과 가격이 저렴한 로봇에서 많이 발생하는 유격을 제로(0)로 만들 수 있었고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덴트로닉은 우선 덱서의 1차 버전을 확산시킨 뒤 카메라를 부착하고 음성으로 제어하는 2차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1차 버전 구매자들에게는 2차 버전을 출시하면 추가 비용을 내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예정이다. 덴트로닉은 로봇과 소프트웨어(SW)를 모두 직접 개발하는데, 향후에는 월간 구독 형태로 가는 것이 목표다. 최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피지컬 AI를 의료에 적용한 경우가 거의 없는데 궁극적인 목표는 치과 뿐 아니라 모든 병원 환경을 위한 피지컬 AI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넓지 않은 환경에서 의자에 앉아 환자를 보고, 보조기구를 많이 사용하는 이비인후과가 다음 목적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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