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맛있게”…990원 소주 꺼낸 ‘괴짜 회장’ 조웅래의 실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6일, 오후 07:15

[대전(충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라면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을 거뜬히 비우고, 김치를 안주 삼아 ‘혼술’ 하는 회장이 있다. 대본 없이 직접 찍은 콘텐츠 영상 조회수는 지난해 무려 연간 2억뷰를 넘어선 데다, 최근엔 1병당 990원짜리 초저가 소주를 내놔 국내 주류 시장의 판을 뒤흔들었다.

충청권 대표 주류기업 선양소주를 이끄는 조웅래(67) 회장 이야기다. 대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한 국내 소주 시장에서 기존 문법과는 다른 ‘괴짜 행보’를 이어가며 주목받고 있다.

조 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직접 소통이 브랜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다”며 “이제 대전하면 일반인들이 빵집 성심당과 오월드의 늑대 늑구, 선양소주를 떠올린다”고 흐뭇해했다.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이 22일 충청도 대전 선양소주 공장이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선양소주 제공).
조 회장이 SNS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년 전이다. 기존 주류 대기업들이 아이유, 한소희 등 유명 모델을 기용해왔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로컬 브랜드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직접 나서 소비자와 소통했다. 그는 “집에서 김치에 혼술도 하고 고속버스 기다리며 라면과 함께 소주를 마시기도 한다”며 “오너이지만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 친근감으로 이어진것 같다”고 웃었다.

덕분에 조 회장은 인터넷상에서 2030 젊은이들에게 ‘괴짜 회장’으로 유명하다. 대본 없이 직접 기획하고 어쩔 땐 촬영, 편집까지 하는 식이다. 조 회장은 “결국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했다. 그는 “소비자는 속지 않는다. 하지만 진심에는 반응한다”면서 “사고의 깊이와 대중의 시선에서 보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절박함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선양소주는 충청권을 대표하는 향토 소주 전문기업이다. 충청도 일원 33개 소주회사가 모여 1973년 설립한 금관소주(옛 선양)가 모태다. 조 회장은 2004년 선양주조를 인수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삼성전자, LG전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부품처럼 사는 삶이 싫어 사업을 시작했다. 1992년 2000만원을 들고 전화정보 사업을 했다. 첫 아이템은 전화로 운세를 보는 음성서비스였다. 이후 전화로 음악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으로 소위 대박이 터졌고 돌연 연고도 없는 충청도의 선양주조를 인수하고 주류업에 뛰어들었다.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이 대전 공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 회장은 “IT는 변화가 너무 빨랐다. 바뀌는 속도를 소기업이 따라가기엔 정책적 변수가 너무 컸다”면서도 “그때 선양소주가 매물로 나왔다. 내가 ‘벨소리’로 성공했잖나. 소리로 사람을 연결했고, 소주 역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라는 점에서 업종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양소주의 정체성은 맛이다. 대신 녹색병이 아닌 백색병에 담아 ‘맛있게 마시는 술’이라는 새로운 공식에 공을 들였다. 조 회장은 “술도 음식이기 때문에 결국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맛은 단순히 혀로 느끼는 것뿐 아니라 보는 맛, 잡는 맛, 마시는 맛까지 오감을 만족시켜야 한다. 술술 부드럽게 넘어가고 다음 날 아침에 부담이 덜해야 진짜 좋은 술”이라고 덧붙였다.

선양소주의 소주는 현재 미국, 호주,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멕시코 등 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조 회장은 “최근 베트남 현지 식당에서 선양소주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곧 베트남 광고도 직접 찍기로 했다. 선양의 품질을 인정한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해외 수요가 늘면서 미얀마에 생산 공장(연내 오픈 예정)을 짓고 글로벌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990원 소주 출시 배경도 밝혔다. 조 회장은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로 기획했다”며 “적자를 보더라도 진정성 있게 가면 결국 신뢰라는 자산이 쌓인다. 20년 넘게 이어온 계족산 황톳길 조성 및 장학사업 등 사회공헌 활동이 소비자 신뢰로 이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의 경영 철학은 ‘가슴 경영’이다. 조 회장은 “가슴은 사람에게 울림을 준다. 당장의 이익보다 길게 보고 진정성을 가지고 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좌우명은 불광불급(不狂不及). 그는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신”이라고 강조했다.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은 “이제 소주는 개인의 취향과 감성을 채우는 ‘맛있는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소주를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소주 전문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했다.

"술도 음식”…990원 소주 꺼낸 ‘괴짜 회장’ 조웅래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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