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M&A 중개"…딥서치, 중소형 딜 4000건 플랫폼 구축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7일, 오전 03:28

[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투자 대비 최종 수익률(ROI)이 안 나와서 아무도 하지 않았던 영역이 있었습니다. 거래액 300억원 이하 중소형 딜이죠. 저희는 인공지능(AI)으로 이 시장의 효율성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려 수익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김재윤 딥서치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사가 운영하는 M&A 플랫폼 '리스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리스팅은 2024년 4월 출시 이후 4000개 이상의 딜을 확보한 국내 유일 온라인 M&A 플랫폼이다.

김재윤 딥서치 대표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중소형 M&A, 온라인 플랫폼으로 혁신

IB 업계에서 M&A는 사모펀드(PEF)와 대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주도하는 대형 딜이 주목받아 왔다. 상대적으로 100억원 이하 소형 딜은 외면됐다. 딥서치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리스팅에 등록된 참여 기업만 5000개에 달하며, 이 중에는 대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현재 보유 딜은 4000건이며, 월 3~5건 정도 성사되고 있다. 김 대표는 "건수 기준으로는 이미 국내 회계법인 중 1등 수준"이라며 "다만 거래 규모가 작아 금액 기준으로는 아직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소형 딜을 위한 M&A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건 국내에도 기업 승계 매물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매물로 나온 방산·구리 업체 풍산이 대표적이다. 창업주인 류진 회장의 사업 승계 의지는 강하지만, 이를 받아줄 자녀가 없는 상태다. 결국 풍산은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이처럼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1세대 창업주들이 일군 회사를 승계하지 못해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는 일본이 먼저 지나온 길이기도 하다. 일본은 한국보다 약 10년 먼저 승계 위기를 맞았다. 일본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2025년 기준 70세 이상 중소기업 경영자 약 245만명 가운데 127만명이 후계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본에서는 온라인 플랫폼과 AI 기반 매칭이 중소형 M&A 시장 구조를 바꾸고 있다.

리스팅의 주요 고객은 엑시트가 시급한 벤처캐피털(VC) 포트폴리오사, 비핵심 사업 매각을 고려하는 중견기업, 승계 문제로 매각을 원하는 중소기업 등이다. 김 대표는 "일본 M&A 시장을 보면 성장 속도가 굉장히 가파르다"며 "한국도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 승계가 필요한 기업이 약 30만개로 추산된다"며 "이들 기업 대표의 나이가 70대인데 자녀가 안 받겠다고 하면 결국 매각 외엔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재윤 딥서치 대표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AI가 바꾸는 M&A 진행 방식

리스팅의 핵심 경쟁력은 AI 자동화에 있다. 김 대표는 실제 딜 미팅 이전의 단계, 딜소싱부터 자료 수집, 딜 검토, 티저 노트 작성 등의 과정이 상당부분 자동화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티저 노트가 완성되면 AI가 리스팅에 가입한 매수 희망 기업 5000개 중 적합한 곳을 골라 매칭한다. 딥서치가 보유한 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수 기업의 니즈를 파악하고, 시너지를 예측해 메일을 보내는 식이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A 기업의 기술과 B 기업의 유통망이 만났을 때 시너지 같은 정성적 가치까지 AI가 산출한다"고 부연했다.

M&A 전문가는 매수·매도 양측이 모두 관심을 보이고 실제 미팅이 성사되는 시점 이후에 집중한다. 김 대표는 "미팅 전 자료 준비의 단계까지는 AI에게 최대한 맡기고, 미팅 후부터는 딜 매니저가 붙어 가격 협상과 계약을 진행한다"며 "AI와 전문 인력의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팅의 핵심 인력에는 삼일PwC, 딜로이트 안진 등 글로벌 회계법인 출신 공인회계사들이 포진해 있다.

실제로 리스팅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작년 거래액 100억원에서 올해 800억~1000억원으로 8~10배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본 M&A 시장을 보면 성장 속도가 굉장히 가파르다"며 "내년엔 3000억~4000억원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인수 창업 생태계 구축에도 의지 드러내

김 대표는 리스팅을 바탕으로 '인수 창업'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다시 창업한다면 M&A로 할 것"이라며 "전국에 알짜 기업이 개인사 때문에 나와 있는데, 바닥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이미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기업을 사서 키우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모두의 창업'을 이야기하는데, 맨땅 창업은 대부분 망한다"며 "노령 기업과 창업자를 연결하고, 여기에 국가기술은행의 잠자는 기술을 붙여주면 새로운 창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AI가 취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그러면 창업밖에 없다"며 "인수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인수 창업과 함께 주목하는 영역은 '인수 진출'과 '인수 금융'이다. 인수 진출은 한국 기업들이 일본 등 해외 진출 시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네트워크도 없고 언어도 안 되는 상황에서 바닥부터 시작하는 건 너무 어렵다"며 "딥서치가 보유한 5000개 매수 기업의 해외 진출을 M&A 방식으로 지원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인수 금융도 중요한 축이다. 김 대표는 "인수 창업이든 인수 진출이든 모두 돈이 필요한데, 기존 증권사의 인수 금융은 최소 딜 사이즈가 1000억원"이라며 "10억~100억원 규모 딜을 위한 인수 금융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과도 잘 맞닿아 있다"며 "금융기관들과 협력해 중소형 인수 금융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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