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에서 혁신 전략을 총괄하는 샌디 컬(Sandy Kaul) 수석부사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 자본시장의 구조 전환을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현재 변화의 본질은 특정 자산이 아니라 시장 구조"라며 "앞으로는 무엇에 투자하느냐보다 자본이 어떻게 이동하고 연결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하우스들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샌디 컬 수석부사장은 자산운용 산업의 구조 변화를 분석하고 신사업 방향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자산 등 신기술이 자산운용과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기존 상품 개선부터 새로운 투자 솔루션 개발, 산업 전반의 변화 방향에 대한 자문 등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투자 구조와 포트폴리오, 고객 접근 방식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다루는 조직을 이끌며, 글로벌 자산운용 업계에서 '미래 시장 구조'를 해석하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프랭클린템플턴의 샌디 컬 수석부사장 겸 혁신 전략 총괄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자본시장의 투자 기준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통 60:40 포트폴리오 '흔들'…IB 투자기준 재편
전통적인 60대 40 포트폴리오가 흔들리는 배경에는 시장 환경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주식과 채권을 나눠 담는 것만으로도 리스크를 분산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자산 간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졌다는 것이 샌디 컬 수석부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금리와 물가, 지정학적 변수 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에서는 단순 자산 비중이 아니라, 필요할 때 현금화가 가능한지, 시장 충격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까지 고려하는 방식으로 투자 기준이 바뀌고 있다.
그런 가운데 디지털자산 역시 이러한 포트폴리오 변화 흐름 속에서 일부 편입 자산으로 언급된다. 컬 수석부사장에 따르면 프랭클린템플턴은 자문사들이 전체 자산의 약 6% 수준까지 디지털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져가고 있다. 그는 "디지털자산을 핵심 투자 대상으로 본다기보다, 전통적인 주식·채권 중심의 60대 40 구조를 보완하는 차원에 가깝다"며 "시장이 파편화되고 수익원 다변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디지털자산을 포함한 다양한 대체자산이 포트폴리오 확장의 한 축으로 편입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디 컬 수석부사장은 자본시장의 거래 방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지금까지는 발행과 정산, 기록관리, 유통이 각각 분리된 구조로 운영되면서 여러 중개기관과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이제 이런 구조는 점차 단순해지고 있고, 기능 간 연결성도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컬 수석부사장은 "발행과 동시에 소유권 이전과 기록 관리가 이어지는 방식으로 재편되면서 거래 속도와 효율성이 함께 개선된다"며 "핵심은 기존 상품을 새로운 기술에 얹는 것이 아니라 상품이 시장을 통해 이동하는 전 과정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모시장 유동성 변화…인프라 경쟁 속 M&A 확대
이러한 변화는 투자은행(IB)의 역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IB는 발행 주선과 북빌딩, 정산 등 거래 집행 기능을 중심으로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거래 구조가 단순해질수록 이러한 기능의 중요성은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다. 대신 구조 설계와 투자자 네트워크, 유통 전략, 시장 인사이트 등 고부가가치 영역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컬 수석부사장은 "앞으로 IB의 경쟁력은 거래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구조를 설계하고 자본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시장 구조 변화가 사모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간 사모펀드와 사모대출 시장은 낮은 유동성과 복잡한 거래 구조로 인해 접근성이 제한돼 왔다. 이에 대해 컬 수석부사장은 "비유동 자산이 단번에 유동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마찰은 줄어들 수 있다"며 "기록관리와 자산 이전, 거래 절차가 간소화되면 2차 거래가 보다 활성화되고 투자자 저변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시장 유동성 문제는 자산 자체보다 인프라와 거래 구조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사들의 투자와 인수합병(M&A)도 확대되는 흐름이라고도 짚었다. 샌디 컬 수석부사장은 "핵심 인프라가 시장 구조를 좌우하게 되면 단순 협력 관계를 넘어 지분 투자나 인수 형태의 접근이 늘어날 것"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향후 중요한 경쟁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 대상 역시 기존 금융자산에서 벗어나 시장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 컬 수석부사장 설명이다. 자산 보관과 발행 플랫폼, 거래 시스템 등 자본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영역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컬 수석부사장은 "인프라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 주요 금융기관들은 단순 이용자가 아니라 직접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금융기관들은 파트너십을 넘어 소수 지분 투자나 선택적 인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모든 기관이 인프라를 직접 보유하려 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접근성과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자본시장 경쟁은 상품이 아니라 인프라를 둘러싼 전략적 포지셔닝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