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검찰 "인권침해 재심, '정의 실현' 위해 무죄·면소 적극 구형"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7일, 오전 10:40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검찰이 과거 인권침해 사건 재심에서 ‘법적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접근방식을 ‘실질적 정의 실현’으로 전환하고 재심개시 인용 의견과 무죄·면소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로 했다.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는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는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재심 청구 사건에서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개별 사건의 특성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정성을 함께 고려해 객관적 위치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적극적으로 재심개시 인용 의견과 무죄·면소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3년(2023~2025년) 서울고·지검에 접수된 공안 관련 재심 청구 사건 218건 중 91건(41.7%)에 대해 재심개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심개시 사건 107건 중 63건(58.8%)에 대해서는 무죄·면소를 구형했다.

검찰은 기록이 폐기된 사건에서도 진실과화해위원회 조사자료, 국가기록원 보관 자료, 역사적 자료 등을 폭넓게 수집해 적법절차 위반 여부를 적극 검증하고 청구인 주장에 신빙성이 인정되면 재심개시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관행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대표 사례로 1961년 5·16 군사쿠데타에 반대했다가 혁명재판소에서 반혁명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고(故) 김모 장군 재심 사건이 있다. 수사기록은 전혀 없고 판결문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신뢰성이 검증된 사료와 언론보도 등을 분석해 약 125일간 불법 구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올해 1월 서울고등법원에 재심개시 의견을 제시했다.

또 지난 1986년 A대학교에서 ‘군부독재 타도하자’ 구호를 외치다 집시법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재심 사건도 있다. 기록은 폐기되고 구속영장만 일부 남아 있어 검거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웠으나, 시위 당일 연행자 명단에 피고인 이름이 포함된 점과 당시 ‘연행자 분류가 늦어 영장시한을 넘겨 신청했다’는 언론기사를 교차 검증해 지난해 10월 재심개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검찰은 재심 청구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만큼, 재심에서 원판결 증거들의 증거능력과 증거가치를 엄격히 검토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백지구형을 지양하고 무죄를 구형하는 접근방식을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2023년 이후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에 연간 접수되는 과거 공안사건(국가보안법위반·집시법위반 등) 관련 재심 건수는 약 6배(23건→137건) 증가했고, 재심이 개시되는 건수도 약 2배(23건→49건) 늘었다. 특히 1980~90년대 긴급구속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임의동행·보호유치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탈법적 수사관행에서 비롯된 ‘적법절차 미준수’를 이유로 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재심 청구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1945년경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의 주모자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 이모 선생 재심 사건에서는 현존 자료만으로는 피고인의 관여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 지난해 12월 엄격한 증거법칙에 따라 무죄를 구형했다. 또 1987년 GP방책선 보수공사 중 북한 탈출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재심 사건에서도 직접증거가 없다고 보아 올해 4월 무죄를 구형했다.

이와 함께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 또는 ‘1979년 12·12와 1980년 5·18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 인정돼 5·18민주화운동법에 따라 재심이 개시된 경우,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1985년 4월 말 성당 앞에서 200여 명과 ‘매국방미 결사반대’, ‘광주사태 책임지고 군사정권 퇴진하라’ 구호를 제창하며 시위를 주최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재심 사건이 있다. 불법구금을 이유로 재심개시 결정이 났으나 검찰이 ‘5·18 특별재심 사유’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해 올해 4월 직권으로 첫 기일에 바로 무죄를 구형해 신속한 권리구제를 추진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지난해 10월경부터 판결문·구속영장·수사자료표·기록목록 등 잔존 자료와 과거 사료를 확보·분석해 피고인에 대한 검거 및 구속영장 집행·발부 시점을 특정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또 면소·무죄 구형 사안으로 판단될 경우 첫 기일에 결심되도록 해 신속히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법원이 재심개시 결정을 내린 경우 법적 안정성과 관련된 주요 쟁점이 아닌 한 인용가능성과 재심 청구인(유족)의 명예회복 필요성 등을 고려해 항고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재심 전담 수사관을 공공수사제1부에 배치하고 공공수사지원과 수사관을 재심 업무에 투입하는 등 인력 조정도 이뤄졌다.

검찰은 “앞으로 재심 사건에서 공익의 대표자이자 객관적 법집행기관으로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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