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닭강정…사모펀드 밸류업 공식이 바꾼 메뉴판[마켓인]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7일, 오후 07:32

[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이 '커피 전문점'에서 거대한 '스낵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0원을 내걸며 출혈 경쟁을 벌이던 브랜드들이 앞다퉈 커피업과 무관해 보이는 떡볶이와 닭강정을 메뉴판에 올리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 사모펀드(PEF)의 철저한 '밸류업(Value-up)' 공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PEF 손에 들어간 저가 커피…잇따른 인수에 업계 '촉각'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사모펀드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오케스트라PE)는 저가 커피 브랜드 '매머드커피' 인수 딜을 조만간 클로징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월 오케스트라PE는 매머드커피 운영사인 매머드커피랩과 원두 공급사 서진로스터스 지분 100%를 약 1400억원에 취득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당초 오케스트라PE는 오는 3월 말께 딜을 클로징할 계획이었으나,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KFC코리아 매각을 마무리하느라 일정이 다소 밀렸다.

업계 관심은 KFC코리아를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오케스트라PE가 매머드커피를 어떤 방식으로 밸류업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지에 모아지고 있다. 저가 커피 브랜드 상당수는 이미 사모펀드가 인수했거나 인수한 이력을 갖고 있다. '컴포즈커피'는 필리핀 최대 F&B 기업 졸리비푸즈와 엘리베이션PE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메가MGC커피'(메가커피)는 지난 2021년 프리미어파트너스에 인수됐다가, 지난해 4월 공동 투자자인 우윤에 지분이 넘어가며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를 남겼다.



◇떡볶이에 닭강정까지…'객단가 제고' 나선 저가 커피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밸류업을 거치며 DNA가 바뀐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수익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저가 커피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메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점이다. 컴포즈커피는 최근 분식 메뉴인 떡볶이를 정식 출시했고, 메가커피 역시 닭강정과 라면땅 등 기존 카페에서는 보기 힘든 스낵류를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브랜드들이 스낵 메뉴에 집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객 1인당 평균 결제금액인 '객단가(ATV·Average Transaction Value) 제고'를 통한 수익성 극대화다. 임대료·인건비·원재료 가격이 동시에 치솟는 상황에서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만으로는 가맹점 이익률을 방어하기 어렵다. 반면 5000원대의 떡볶이나 닭강정이 추가되면 주문 한 건당 매출이 단숨에 3~4배로 뛰어오른다.

여기에 커피 시장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주문도 많아지는 상황에서 5000원 이상 하는 스낵 메뉴들은 배달 주문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저가 커피 프렌차이즈에서 배달을 하려는 고객은 최소주문금액을 맞추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음료를 여러 잔 시켜야 했으나, 단가가 높은 스낵 메뉴가 등장하면서 최소주문금액을 맞추기 용이해진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지상 과제는 인수 후 3~5년 내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라며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커피 시장에서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리려면, 배달 주문에 최적화된 고단가 스낵 메뉴 도입이 자연스러운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수직계열화로 원가 잡고 메뉴도 확장?



매머드커피를 품은 오케스트라PE의 밸류업 전략이 컴포즈·메가커피의 전례를 뒤따를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오케스트라PE는 우선 원가 구조부터 손보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매머드커피랩과 함께 원두 공급사 서진로스터스를 동시에 인수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저가 커피에서 비중이 큰 원두 유통 마진을 그룹 내부로 흡수해, 점포 수와 무관하게 꾸준히 이익이 쌓이는 구조를 만드는 공급망(SCM) 최적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매머드커피 역시 조만간 본격적인 메뉴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오케스트라PE의 또 다른 포트폴리오인 '반올림피자'와 시너지를 낸 이색 메뉴가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잇따른다.

다만 이러한 변신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카페가 사실상 '간이식당'이나 '편의점'처럼 변해가면서 가맹점주들의 노동 강도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커피 제조에 최적화된 매장 구조에서 떡볶이나 튀김류를 조리하는 과정이 가맹점주와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도 저가 커피 브랜드들의 '스낵 플랫폼화'가 향후 엑시트 과정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 만큼, 메뉴 확장이 수익률 극대화로 이어질지, 그 과정에서 점주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지가 관건"이라며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는 만큼 밸류업의 새로운 학습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