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포장재 불안 확산…"매장 이용 후 포장 안됩니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8일, 오후 04:58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아이스컵과 빨대와 같은 필수 제품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공포가 카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납사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결과다.

서울 마포구의 한 더 밴티 매장은 매장 이용시 포장이 불가능 하다고 공지했다. (사진=독자 제공)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가 커피 브랜드 일부 가맹점을 시작으로 카페업계 전반에 포장재 수급 불안에 따른 비상 운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대문구의 한 더벤티 매장은 최근 플라스틱 수급난을 공지하며 음료 1잔당 빨대 제공을 1개로 제한하는 한편, 매장 내 취식 후 남은 음료를 일회용 컵에 옮겨 담아주는 포장 전환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가맹본부 측은 일단 이번 현상을 ‘심리적 과잉 대응’으로 규정했다. 더벤티 본사 관계자는 “일부 매장의 안내문은 점주들이 향후 발생할지 모를 수급난에 대비해 자율적으로 게시한 것”이라며 “본사 차원에서 공식적인 발주 제한이나 서비스 중단 지침을 내린 적은 없으며, 현재 물류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실제 물량 부족보다는 중동발 리스크가 초래할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붕괴에 대한 선제적 방어 기제로 풀이된다. 플라스틱 컵과 빨대의 주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신호가 현장에 전달되자, 점주들이 물량 확보 차질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포장재 재고 관리’를 시작한 것이다. 특히 박리다매 구조의 저가 커피 브랜드일수록 포장재 단가 변동이 수익성에 직결되는 만큼 현장의 반응이 더욱 민감하게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에 포장재 수급 불능 사태에 대한 우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저가커피 가맹점주는 “필수 부자재에 대한 수급이 안정적이라는 본사의 답변을 들었다”면서도 “아직까지 물량이 막힌 적은 없지만 쓰레기봉투가 동나고 다른 폴리프로필렌 제품들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투썸플레이스와 이디야 커피, 빽다방 등 주요 커피프랜차이즈 본사는 공식적인 공급 중단이나 단가 인상 통보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원부자재 수급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비상 상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주요 포장재 품목에 대해 약 1~2개월 수준의 재고를 비축해 둔 상태이고 수급 불안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협력업체와 물량을 사전 조율하고 있다”며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신규 공급처를 확보하는 등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카페 현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실질적인 물량 부족보다는 불확실성이 만들어낸 심리적 위축이 크다”면서도 “과거 요소수 사태처럼 한번 시작된 불안 심리가 사재기로 이어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면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바잉 파워가 약한 개인 카페나 영세 프랜차이즈부터 포장재 확보 전쟁에 내몰리며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