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2가 대로변 건물에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박지혜 기자
자영업자 체감경기가 전방위로 얼어붙고 있다. 소득과 소비 기대는 동시에 약화된 반면, 물가·금리·부채 부담은 커지면서 경기 인식이 빠르게 악화되는 흐름이다. 특히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은 3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충격이 겹치면서 비용 부담이 급격히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재료·에너지 가격은 오르는데 경기 둔화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가격 인상은 쉽지 않아, 자영업자가 체감하는 수익성 압박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영업자 체감지표 일제히 악화…경기 인식·소비·소득 1년 만에 최저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현재경기판단CSI는 이달 61로 전월(78)보다 17포인트 급락했다. 지난해 5월(5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체감경기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현재 생활 형편에 대한 인식도 악화했다. 현재생활형편CSI는 82로 전월(84)보다 2포인트 하락해 지난해 4월(77)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 전쟁 발발 이전인 지난 2월(91) 이후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경기를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으로, 밑돌면 비관적으로 인식함을 의미한다.
문제는 앞으로에 대한 기대마저 빠르게 식고 있다는 점이다. 생활형편전망CSI는 85로 전월(91)보다 6포인트 하락했고, 향후경기전망CSI도 74로 10포인트 떨어지며 모두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단기 부진을 넘어 경기 회복 기대 자체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득과 소비 지표 역시 동시에 악화했다. 가계수입전망CSI는 88로 전월(93)보다 5포인트 하락해 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소비지출전망CSI는 97로 떨어지며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소비지출전망이 1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세부적으로는 내구재(88), 외식비(84), 여행비(83) 등 선택적 소비 항목을 중심으로 지출 축소 흐름이 뚜렷했다. 교양·오락·문화생활비도 84로 4포인트 하락했고, 교통·통신비(106) 역시 감소했다. 반면 의료·보건비(112)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해 필수 지출을 제외한 전반적인 소비 위축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 시내 은행 대출 창구 모습.© 뉴스1 김민지 기자
물가 전망 3년 5개월 만에 최고…금리·부채 부담도 동시 확대
반대로 부담 요인은 뚜렷하게 확대됐다. 금리수준전망CSI는 117로 전월(110)보다 7포인트 상승해 2023년 11월(11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금리 상승에 대한 경계 심리가 강화된 것이다. 실제 가계대출 금리도 중동발 불확실성에 따른 지표금리 상승 영향으로 지난달 연 4.51%를 기록해 전월보다 상승했다.
부채 부담 역시 커졌다. 현재가계부채CSI와 가계부채전망CSI는 각각 104로 모두 상승하며 채무 압박이 확대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저축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 현재가계저축CSI는 82로 전월보다 4포인트 하락해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저축전망CSI도 소폭 하락했다. 소득은 줄고 지출 부담은 늘어나면서 가계 재무 여력이 빠르게 악화되는 구조다.
특히 물가 부담이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1년 뒤 물가수준전망CSI는 153으로 상승해 2022년 11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CSI도 101로 올라 한 달 만에 기준선을 회복했다. 반면 임금수준전망CSI는 125로 하락해 비용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소득 개선 기대는 오히려 약화된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충격이 자영업자에게 집중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원재료·에너지 비용은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경기 둔화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가격 인상으로 부담을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은 오르는데 매출은 늘지 않는 '이중 압박'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당국 관계자는 "이달 CSI는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 우려 영향으로 부정적 응답이 늘고, 물가·금리·부채 부담이 커진 결과"라며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반적인 경제주체의 체감경기가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월(107.0)보다 7.8포인트 하락했다. 2024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으로, 1년 만에 기준선 아래로 내려왔다. 자영업자를 넘어 전체 가계로 체감경기 위축이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thisriv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