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친족 경영 참여'를 이유로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 지정했다. 미국 상장사 기업의 미국 국적 CEO가 동일인으로 지정된 건 대기업집단 관리를 시작한 1986년 이후 40년 만이다.
법인 동일인 예외요건에 모두 충족한다는 입장인 쿠팡은 곧 행정소송에 돌입할 계획이다.
공정위, '자연인 김범석' 총수 지정…친족 경영 참여 인정
공정위는 29일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자연인으로 변경 지정했다. 쿠팡이 대기업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공정위는 쿠팡 한국법인에서 파견 근무하는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부사장에 대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등급과 유사한 지위 △보수·비서 등 대우가 등기 임원수준 △정기·수시 회의 수백회 이상 주최 △구체적인 업무집행 방향에 영향력 행사 등의 친족 경영 참여 사실관계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당장 다음 달부터 김 의장을 비롯한 4촌 이내 혈족과 3촌 이내 인척의 주식보유 현황과 거래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공시 과정에서 자그마한 누락만 발견돼도 김 의장을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미국 상장사로서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해 왔던 쿠팡은 중복 공시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된다.
지분 구조, 사익 편취 등에 대한 규제 대상이 훨씬 넓어지면서 순환출자 금지,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
쿠팡은 앞서 공정위의 결정에 대한 재협의(이의 제기)에도 나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를 반영해야 하고, 아닐 경우 30일 이내에 기업집단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구체적인 사유를 고지해야 한다.
쿠팡은 즉각 반발,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쿠팡Inc는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하고, 한국 쿠팡도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투명한 지배구조로, 김범석 의장과 친족은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쿠팡Inc는 미국 상장사로서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요구하는 특수관계자 공시 의무를 준수하는 등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으며, 한국 쿠팡 법인은 변함없이 동일인 지정의 예외조건을 충족해 왔다"며 "김 의장의 동생은 공정거래법상 임원(대표이사·이사·감사·지배인 등)이 아니며 한국 계열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2025.12.29 © 뉴스1 구윤성 기자
'이중 규제' 받게 된 쿠팡…이의절차 돌입 가능성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김 부사장이 쿠팡 Inc의 소속으로 한국 쿠팡의 등기 임원이 아니며 계열사 지분 및 채무보증·자금대차가 없다"는 쿠팡의 항변이 받아들이지지 않은 결과로,명목상의 직함이 아닌 김 부사장의 실질적인 영향력과 경영 관여 정도를 살핀 것으로 보인다.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김 의장이 대기업집단 시책 적용의 최종 책임자라는 전제 하에 한국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의 총수로서 국내법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외국 국적, 특히 미국 국적 창업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한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하면서 쿠팡만 대기업집단 규제에서 벗어났다는 형평성 논란을 일부 해소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공정위는 2024년부터 외국인도 대기업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지만,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통상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실제 지정으로 이어지는 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
향후 후폭풍도 전망된다. 특히 자국 기업에 대해 불리한 규제를 가했다는 이유로 미국 정치권이 반발, 통상 또는 외교·안보 이슈로 비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3국에 비해 미국을 불리하게 취급하는 한미FTA 최혜국 대우 의무 위반, 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 투자자-국가 소송(ISD) 등의 파장도 예상된다.
ysh@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