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이 소·돼지 도축…인력난 해소하고 경제성도 높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9일, 오후 07:17

글로벌 산업 곳곳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AI반도체 기업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등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대기업들만이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피지컬AI(인공지능이 센서·로봇·자율주행 등 물리적 장치를 통해 직접 행동하는 기술) 분야의 경우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들도 자신들만의 기술력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데일리는 이같이 높은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피지컬AI 중소·벤처기업들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국내 젊은이들은 물론 외국인 노동자들도 소·돼지 도축 업무를 꺼려 인력난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도축 로봇을 활용하면 인력 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숙련된 사람보다 정밀한 작업이 가능합니다.”

박재현 로보스 대표. (사진=김응태 기자)
박재현 로보스 대표는 최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연구개발(R&D)센터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도축사가 도축 작업을 하는 경우 피로도에 따라 작업 편차가 생기고 도체(고기 몸통)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정밀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딥러닝 기반 AI 도축 로봇은 데이터 학습이 축적되면서 도체의 정확한 위치를 탐색하고 빠른 속도로 일관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로보스는 지난 2022년에 설립된 AI 도축 자동화 로봇 개발기업이다. 박 대표는 LG전자 선임연구원, 현대로보틱스의 책임엔지니어 등을 거쳐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AI 도축 로봇을 선보인 건 국내 축산농가가 인력난으로 외국산 로봇 도입을 잇따라 하고 있는 상황에서 AI 솔루션을 탑재하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축산농가는 유럽산 도축 로봇을 주로 사용했는데 대부분 기계식으로 제어되는 방식이었다”며 “AI를 적용해 정밀하게 도축 가능하면서도 외국산 기계식 로봇의 단점을 없애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성능을 개선한 로봇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로보스의 AI 도축 로봇은 매일 1만개의 생체데이터를 머신비전(Machine Vision)과 라이다(LiDAR·레이저 센서)로 스캔해 수집한 뒤 딥러닝 솔루션으로 학습해 정밀한 도축 기능을 구현한다. 도체 각각의 중량, 크기, 형상이 다르지만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로봇이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 도축한다.

외국산 로봇 대비 공정도 한층 세분화했다. 목 절개부터 복부 절개, 항문적출, 이분도체, 세정 등 공정에 각각 활용되는 로봇을 개발 완료했다. 올해는 방혈, 내장적출, 머리절단, 검인, 도체 품질판정 등 영역에 이르는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외국산 도축 로봇은 AI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데다 공정이 4개에 불과할 정도로 단순하지만 로보스의 AI 도축 로봇은 사람이 하는 작업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했다”고 말했다.

로보스가 개발한 AI 도축 로봇은 현재 20대 가량이 현장에 투입돼 활용되고 있다. 축산농가에서 활용도를 인정받으면서 대전, 고령,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박 대표 설명이다.

로보스가 개발한 AI 도축 로봇. (사진=로보스)
로보스는 축산농가에 AI 도축 로봇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자체 스마트팩토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로보스가 도축부터 육가공까지 무인화 공장을 직접 운영하겠다는 계획으로, AI 솔루션의 고도화 및 표준화를 확립해 해외 시장으로 판로를 확장할 생각이다. 박 대표는 “고객사에 로봇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AI 솔루션의 학습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자체 스마트팩토리를 경기, 충청, 경상도 등 지역에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라며 “스마트팩토리에서 도축 AI 로봇의 기술력을 검증하고 기술 표준을 확립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팩토리의 역할을 도축 뿐 아니라 가공, 포장, 물류 등 영역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육가공 과정에서 투입되는 포장자동화 로봇을 개발한 가운데 추후 발골, 지육정선(지방 등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작업), 정육 품질분석 관련 AI 로봇을 상용화해 전 공정의 무인화를 추진한다. 박 대표는 “오는 2028년까지 도축 관련 전 공정 무인화 기반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해 고객사에 로봇을 공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체 공장을 운영해 수익화하는 사업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라며 “생산 효율이 높은 공장을 직접 운영하면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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