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유럽車 정책까지 넘본다…韓 산업도 사정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30일, 오후 07:04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중국 전기차 1위 업체 BYD가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가입을 추진하며 유럽 자동차 정책 결정 구조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유럽 내 규제와 표준 설정에 참여해 글로벌 기준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 정책에도 중국의 영향력이 간접적으로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4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 마련된 BYD 전시관 (사진=AFP)
30일 업계에 따르면 BYD는 최근 ACEA 회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고 최종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ACEA는 유럽 내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을 설정하고 EU 집행위원회에 정책 자문을 수행하는 핵심 로비 단체다. 현재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17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BYD의 가입을 두고 ACEA 이사회 내부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회원사는 역내 생산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반면, 헝가리 공장 신설과 중국 기업과의 협력 확대를 이유로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BYD는 올해 2분기 헝가리 공장을 가동할 예정으로 투자 규모는 약 5조원에 달한다.

ACEA 회원이 되면 유럽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과 전기차 보조금 정책 등 주요 사안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EU 집행위원회의 환경 규제와 관세 체계 등 각종 논의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이에 BYD 등 중국 업체가 ACEA 내 발언권을 확보할 경우 배출가스 기준이나 보조금 정책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 판매 비중이 적은 만큼, 기존 글로벌 제조사보다 훨씬 공격적인 친환경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처럼 BYD의 유럽 자동차 정책 참여 확대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유럽은 미국과 함께 한국 자동차의 양대 수출 시장이다. 이 때문에 ACEA가 주도하는 규제는 국내 공장 설계와 제품 개발 방향까지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일례로 한국은 ‘유로7(Euro 7)’ 배출가스 기준과 자율주행 안전 규범인 ‘WP.29’ 가이드라인 등을 사실상 준용해왔다.

또한 ACEA는 EU의 탄소 감축 정책 ‘핏 포 55(Fit for 55)’와 차세대 배출가스 기준 ‘유로7’ 논의 과정에서도 제조사 입장을 반영해왔고, 국내 업체 역시 이에 맞춰 연구개발과 생산 전략을 조정했다.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 마련된 BYD 전시관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중국 업체들이 ACEA에 진입해 자율주행 알고리즘, 배터리, 탄소발자국 산정 등 핵심 기술의 표준화에 영향을 미칠 경우 유럽시장 경쟁력은 물론, 국내 생산 기반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BYD의 영향력 확대는 이미 판매 지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현대차가 유럽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인스터)’ 등 소형 전기 SUV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가운데, BYD 역시 ‘돌핀’을 앞세워 같은 세그먼트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ACEA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1분기 유럽 시장 점유율은 7.4%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BYD는 전년 대비 155%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하고 점유율을 2%대로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규칙에 자신을 맞추는 전략을 취해왔다면, 이제는 규칙 자체를 바꾸려는 단계로 진입했다”며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등 중국 공급망에 유리한 표준이 확산될 경우 글로벌 자동차 산업 질서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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