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카이 주니어' 출산기 끝나자 출생아 급감…기혼자만 챙기다 저출생 탈출 실패한 일본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01일, 오전 05:03



[세종=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을 겪은 일본은 여전히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의 초저출산 국가 중 하나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관련 대책을 세웠지만 출산율 반등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년층을 외면한 기혼자 중심의 대책인 탓에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의 사무실 밀집 지구를 걷는 직장인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일본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청년층의 혼인율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거와 일자리뿐만 아니라 비혼출산과 같은 파격적인 대책 마련과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등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30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작년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2.1% 감소한 70만 5809명으로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도 역대 최저였던 2024년(1.15명)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합계출산율 2.1명 이하부터 저출산 국가로 분류하며, 1.3명 이하는 초저출산 국가다.

일본은 1989년 합계출산율 1.57명을 기록하며 충격에 빠졌다. 1966년 미신으로 출산을 기피했던 당시 출산율 1.58명보다 낮은 수치를 나타내면서다. 일본에서는 이를 ‘1.57 쇼크’라고 부른다.

일본 정부는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양육비를 지원하고 보육 시설을 확충하는 등 저출산 대책인 ‘에인절플랜’을 가동했다. 이 사업에 투입된 예산만 6000억엔(약 5조 5600억원)이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1990년 1.54명에서 2000년 1.3명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이후 일본 정부는 ‘신에인절플랜’, ‘신신에인절플랜’ 등 대책을 쏟아내며 출산율 반등을 꾀했지만 결과적으로 출산율 반등에는 실패했다.

다만 이 시기에 출생아 수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본 합계출산율이 1990년 1.54명에서 2000년 1.3명까지 떨어졌지만, 출생아 수는 122만명에서 119만명을 기록했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의 자녀 세대인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1~1974년)가 출산 적령기에 접어들어 출생아 수를 떠받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출산 적령기를 지난 2016년 이후 일본의 출생아 수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저출생 대책이 인구 구조상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단카이 주니어 세대를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언젠가는 결혼할 것’이라는 인식에서 저출생 대책을 설계하다 보니 기혼자의 출산 유도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패착이었다.

단카이 주니어 세대가 사회에 진출할 무렵 일본 사회는 암울했다. 거품경제가 붕괴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증가했고, 취업에 성공해도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결혼 자체가 부담이 되는 문화가 확대됐다.

단카이 주니어 세대 사례는 현재 한국의 현실에도 적용된다. 2000년대 초반 5%를 상회했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 밑으로 떨어졌다. 경제성장 둔화는 청년층의 취업 빙하기로 이어졌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청년층 실업률은 7.6%로 전체 실업률(3%)의 2배를 웃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 해결이 혼인율 상승의 전제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유혜미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결혼의 선결 조건이 안정적인 직장과 소득”이라면서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주거와 일자리보다 앞서 경직된 결혼 문화를 유연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사회적으로 동거와 비혼 출산 등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지만 정책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의뢰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혼 출산을 동의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30대 남녀 모두에서 2008년 조사와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40%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의 비혼 출산율은 OECD 평균(41.0%, 2022년 기준)을 한참 밑도는 3.9%에 머문다. 비혼 출산에 대한 지원책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9월 비혼 출산 지원책 검토를 지시했지만, 아직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김영철 서강대 교수는 2023년 한 세미나에서 비혼출산율이 OECD 평균까지 오르면 합계 출산율이 1.55명까지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한국 정부가 혼인율을 높이려는 정책을 하는 건 필요하다”면서도 “비혼출산 등 다양성을 높이는 가족정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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