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우수 노동감독관 포상 수여식 및 전태일 평전 이어쓰기 행사에서 필사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29 © 뉴스1
63년 만에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이름을 되찾으면서 노동을 바라보는 틀이 바뀌고 있다.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플랫폼·특수고용 등 다양한 형태의 일하는 사람을 포괄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히지만, 여전히 '근로자' 개념에 머문 법·제도와의 간극 속에 실질적 의미와 후속 입법 과제가 함께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전환의 의미를 '노동의 가치 전환'으로 짚었다. 그는 노동을 특정 고용형태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일의 형태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인식 자체가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첫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노동절을 기념하기 위해 '레이버(노동) 슈퍼 위크'를 운영하며 다양한 기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주노동자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전달하는 '노동 존중 캠페인'과 산업재해 예방 활동을 진행하고, '일과 삶을 이야기하다' 토크콘서트를 통해 청년층이 노동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노동절 당일에는 '2026 다시 함께하는 노동절' 기념식과 '5·1 걷기 페스티벌이' 열려, 63년 만의 명칭 복원과 공휴일 지정을 기념하는 국민 참여 행사도 진행된다.
'근로'에서 '노동'으로…김영훈 "노동절은 가치의 전환…다양한 노동 포괄해야"
노동절로의 전환은 1960년대 이후 이어져 온 근로자 중심 법·제도 체계를 '노동' 중심으로 재정립하는 첫 단추라는 평가다. 그동안 근로자의 날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임금노동자 중심의 기념일로 기능해 왔다. 반면 플랫폼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은 제도적으로 포괄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노동절의 의미를 대상의 확장이 아닌 '가치의 전환'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김 장관은 "노동절은 특정 집단의 기념일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가치 자체를 기리는 날"이라며 "근로자성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다양한 형태의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기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장관은 "그동안 '근로자의 날'은 일부만 포괄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며 "노동절로의 전환은 이름을 바꾸는 것을 넘어 노동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장된 노동 개념 vs 좁은 법 적용…커지는 사각지대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이미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불가피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정책 현장에서도 노동 개념의 확장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특수고용 등 전통적 고용관계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자리 형태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첫 번째 노동절이 던지는 질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노동절 전환의 의미를 짚었다. 보고서는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그 명칭이 바뀌었다는 건 단순한 표현의 변화가 아닌, 우리가 노동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어 "그런데 현실의 법과 제도는 여전히 '근로'를 중심으로 짜여 있어 이런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노동이라는 표현은 특정한 고용관계에 묶이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일하는 활동' 전반을 포괄하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박지혜 기자
플랫폼·특고 포섭 과제…노동법 재설계 필요성
문제는 제도와 현실 간 괴리다. 현재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주요 노동법은 근로자 개념을 기준으로 적용 대상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플랫폼 종사자나 특수고용 노동자는 동일한 노동을 수행하더라도 법적 보호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김 장관 역시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특정 방향을 미리 정해두고 추진하기보다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노동시장 변화에 맞는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일방적인 추진보다는 사실에 기반한 논의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 조사처 보고서도 향후 과제와 관련해 "노동절이 보여준 변화가 단순한 선언과 이름 변경에 머무르지 않도록 진정한 '노동 존중' 정신이 실제 정책과 입법 속에서 지속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실제 정책과 입법 논의에서도 구체화되는 흐름이다. 노동부는 플랫폼·특수고용 종사자 보호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한편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한 법체계 정비를 위한 실태조사와 사회적 대화를 병행 중이다. 특히 근로자 개념에 기반한 기존 노동법 적용 범위를 재검토하고, 새로운 고용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주요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플랫폼·특수고용 종사자 보호 확대, 노동법 적용 범위 재정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등을 향후 핵심 입법 과제로 꼽는다. 한 노동 전문가는 "노동 개념이 이미 현실에서 확장된 상황에서 법과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보호 사각지대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노동절 전환을 계기로 법체계 전반을 재정비하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freshness410@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