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억 태운 '모험가좌', 결국 상폐…남은 건 9천만원 [손엄지의 주식살롱]

경제

뉴스1,

2026년 5월 02일, 오전 06:00

연안식당

52억 원을 태우며 코스닥 상장사 경영권까지 손에 쥐었던 '모험가좌'의 이야기는 결국 상장폐지라는 결말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때 외식 프랜차이즈 전성기를 이끌던 선샤인푸드(옛 디딤이앤에프)는 법원의 판단으로 최종 상장폐지가 결정됐고, 그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의 '모험' 역시 막을 내렸습니다.

선샤인푸드 김상훈 씨 지분공시 화면 갈무리

회사의 2대 주주이자 '모험가좌'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 김상훈 씨는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개인 돈 52억 원을 쏟아부어 한때 최대 주주가 되기도 했지만 지배력은 가지지 못했습니다. 결국 회사는 살아나지 못했고, 그는정리매매 첫날 보유 주식을 정리했습니다. 그에게 남은 건 9000만 원입니다.

디딤이앤에프의 균열은 2020년 코로나19로 시작됐습니다. 미국 증시 상장까지 언급하던 창업주 이범택 대표는 급격한 실적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2021년 배달 전문 업체 정담유통에 경영권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자본 여력이 부족했던 정담유통은 대부분 차입에 의존한 인수를 감행했고, 주가가 하락하자 반대매매를 맞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2대 주주였던 웹툰 업체 테라핀이 비자발적으로 최대 주주 자리를 차지했고, 경영권은 명확한 주인 없이 표류했습니다. 2019년 영업이익 35억 원을 기록했던 회사는 2020년 영업손실 133억 원, 2021년 64억 원, 2022년 53억 원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주가 하락 국면에서 물타기를 이어가던 개인투자자 김상훈 씨는 이때 2대 주주로 올라섰고, 이후 주식을 추가 매수하며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그는 본인의 직업을 '모험가'라고 적으면서 '모험가좌'라는 별명이 시작됐습니다.

김 씨는 단순 투자자로 시작해 최대 주주에 오른 뒤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실제 이사회 장악까지 시도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경영진과의 갈등 속에서 무상감자와 염가 유상증자를 거치며 지배력을 잃었고, 이후 이어진 소송전에서도 뚜렷한 반전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번 사례는 자본시장 내 '이사회 중심 구조'의 한계를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선샤인푸드에서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이사진이 무상감자를 결정했고, 그 과정에서 최대 주주였던 투자자는 사전 통지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주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이사회만 장악하면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입니다.

결국 남은 것은 '모험'의 대가였습니다. 자본구조가 이미 훼손된 기업에서는 지분 확보만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고, 이사회·법적 구조·자금 조달 능력까지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은 더 높습니다.

정리매매 첫날 주식을 털어낸 '모험가좌'의 선택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결론일지 모릅니다. 그의 사례는 기업 지배구조, 이사회 권한, 소액주주 보호, 그리고 제도 개선의 속도까지. 하나의 상장사가 퇴장하는 과정에서 한국 자본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그는 지분 공시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고만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그만큼 얻은 것도 있었다"며 "본인이 치른 대가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가치로 발전했고, 그 가치는 지금도 새로운 모험 속에서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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