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보일러' 공식 바뀐다…삼성·LG '히트펌프' 750조 시장 격돌

경제

뉴스1,

2026년 5월 04일, 오전 06:00

삼성전자의 차세대 난방기 '히트펌프 EHS' 실외기가 한 주택에 설치돼 있다.(삼성전자 제공)/뉴스1

국내 난방 생태계가 기존 화석연료 기반 가스보일러에서 차세대 친환경 난방기인 '히트펌프'로 재편될 전망이다.

글로벌 가전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국내 경쟁을 향후 75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시장의 핵심 전초전으로 삼고 있다.

주택 분야 난방시장을 공략을 먼저 시작한 후 수백 가구가 밀집한 국내 대단지 아파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EHS'·LG전자 '써마브이' 주택부터 공략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주택용 히트펌프 'EHS'와 '써마브이'를 출시하고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히트펌프는 화석연료를 연소해 열을 만드는 대신 공기나 물, 지열 등 외부 환경에 있는 열을 흡수하고 이동시켜 낸난방에 활용하는 차세대 난방기다. 에어컨이나 냉장고에서 사용하는 냉매의 압축, 응축, 팽창, 증발 과정을 반대로 거쳐 낮은 온도의 열을 높은 온도로 끌어올리는 원리ㅐ로 작동한다.

투입하는 전기에너지 대비 3~4배 이상의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기존 보일러 등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이 매우 높다는 강점이 있다. 또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글로벌 탈탄소 정책에 발맞춘 친환경 에너지 산업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우선 추가적인 기술력이 필요한 고층 아파트 단지 대신 정부 정책에 힘입어 주택 히트펌프 시장부터 공략에 나선다.

정부는 올해 국비 144억 5000만 원을 투입해 히트펌프 보급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후가 온화한 남부 지역의 태양광 설치 단독주택을 시작으로 가구당 최대 98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업계는 가구당 설치 비용이 1000만 원 이상인 점을 고려해 오는 2035년까지 향후 10년간 국내 히트펌프 시장은 35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한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탄소중립 등 글로벌 트렌드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유 수급에 대한 위기감을 개선하기 위해 열에너지의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연간 3조 5000억 원 시장 규모에서 5%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시 1750억 원, 10%는 35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LG전자 차세대 난방기 '히트펌프' 특징.(자료 각 사)/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최종 승부처 '대규모 아파트 단지'…EMS 역량 기반 해외 공략
업계는 히트펌프 초기 보급이 단독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최종 승부처가 될 곳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것으로 본다.

아파트 단지에서 히트펌프가 활용되기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과 히트펌프, 가전 기기가 하나로 연결되는 통합 주거 모델과 통합 에너지 관리(EMS) 역량이 필요하다. 이는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를 위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다만 아직 히트펌프를 대단지 아파트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다. 제한적인 좁은 실외기 공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수백 가구가 함께 사용하는 전력 부하 제어 기술 등이다.

가스 배관이 사용되지 않는 '올 일렉트릭'(All-Electric) 아파트 구현을 위해서는 건물 설계 단계부터 공조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개별 가구 단위의 히트펌프 공급 외에 단지 전체의 전력망과 에너지 생태계를 통제하는 통합 설루션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의 차세대 난방 설비 '히트펌프 써마브이' 실외기가 한 주택에 설치 돼 있다.(LG전자 제공)/뉴스1

삼성전자, 물산과 협력…LG전자, 통합형 설루션 제시
삼성전자는 그룹 내 건설사인 삼성물산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아파트 대상 히트펌프 설루션 고도화에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아파트 평면 구조에 맞춘 기기 배치와 소음 저감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타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히트펌프 EHS는 1kW의 전력으로 4.9kW의 열을 내는 고효율을 자랑한다. 경기도 양평에서 진행된 파일럿 테스트 결과, 영하 15도를 밑도는 혹한기에도 무리 없이 작동하며 기존 난방 방식 대비 약 53%의 비용 절감 효과를 입증했다. IoT 플랫폼 '스마트씽스'를 기반으로 통합 제어가 가능하다.

앞서 진행된 EHS 제품 설명회에서 송병하 삼성전자 DA사업부 에어설루션팀 그룹장은 "현재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 적용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면서 "하중이나 전력량 한계를 넘기 위해 삼성물산과 협력한 맞춤형 설루션을 조만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써마브이 기술력을 국내 주거 환경에 이식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지속 중이다.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는 북유럽 혹한기 환경에서도 100%의 성능을 발휘한 저력에 기반을 두고 한 대의 실외기로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해결하는 '올인원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외 전시회에서 상업용부터 주거용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제품군을 선보인 만큼 국내에서도 주거 특성에 맞춘 세밀한 사양 최적화를 거쳐 시장을 선점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탄소 감축을 추진 중이다. 특히 아파트 등 건물 내 에너지 사용량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성능과 저소음, 연결성을 모두 갖춘 히트펌프 설루션은 국내 아파트 주거 문화를 친환경 전기 난방으로 전환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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