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종규 전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1등에서 2등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사례는 극히 적다. 1등을 했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타성과 과거의 조직체계, 행동양식을 깨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KB금융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문화부터 바꿨다고 말했다.
윤 전 회장이 KB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건 2014년 11월이었다. 당시 KB국민은행장과 그룹 회장을 겸직했던 그는 “(KB금융이) 실적 숫자로 보면 3, 4등이었는데도, 임직원들 마음 속에는 여전히 우리가 ‘리딩뱅크’라는 타성이 있었고, 카드 정보 유출 사건과 경영진간의 갈등 심화로 고객들의 신뢰가 저하돼 있는 복합적인 위기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윤 전 회장은 “땅에 떨어진 임직원들의 자긍심과 차별적인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했다”며 “3년 안에 리딩뱅크로 돌아가고, 다음 3년 안에 리딩금융그룹이 되고, 그 다음 3년 안에는 아시아 지역을 선도하는 은행이 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CEO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더라도 그 비전을 실행하고 구현하는 것은 조직의 임직원들이다. 윤 전 회장은 “혼자 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임직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며 “우선 ‘분신 만들기’라고 해서 임원들이 저하고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자주 이야기하고, 현장 영업조직을 돌며 소통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그가 소통을 통해 직원들에게 주고 싶던 느낌은 “이야기를 하면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조직”이라는 것이었다. 윤 전 회장은 “우문현답, 즉 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영업점(현장)에서 본부에 문의할 때 담당부서를 찾는 수고가 없도록 원스톱 서비스 체제를 만들었고, 실제 임직원과 토의한 내용을 다 의사록으로 공유했다”고 밝혔다. 또 직원들이 건의한 내용에 대한 처리 결과를 볼 수 있도록 해서 ‘하의상달’의 효능감을 높였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처럼 조직원들이 익명으로 어떤 의견이든 낼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핫이슈토론방’도 만들었다. 윤 전 회장은 “여기 글을 써도 아무 뒤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물꼬 터지듯이 불만과 의견이 쏟아졌다”며 “조직이 잘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조직을 위한 이이기를 거침없이 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 전 회장이 조직문화를 강조한 것은 ‘리딩금융’이라는 개념 정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윤 전 회장은 “리딩(leading)이라는 건 첫 번째가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수치(figure, 실적)와 내실·체력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리딩의 의미로 두번째 ‘사람’을 꼽으며 “리딩 인재를 갖춘 곳이 리딩금융그룹”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예를 들어 개인대출을 담당하는 KB국민은행 직원이 은행연합회에 개인대출 관련 회의에 갔을 때 그 직원의 입만 쳐다볼 수 있도록, 업계에서 인정하는 실력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봤다”면서 “헤드헌터들이 KB국민은행 직원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KB 정문 앞에서 기다릴 정도로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표현을 많이 했었다”고 회고했다. 윤 전 회장이 당시 리딩금융의 지표로 삼았던 당기순이익 연간 5조원은 지난해 KB금융 순익이 5조원을 넘어서며 현실이 됐고,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3% 후반대(올 1분기 기준 13.94%)로 10%를 여유 있게 웃돌았다.
윤 전 회장의 독보적 성과로 꼽히는 것이 인수&합병(M&A)과 성공적 통합을 통한 KB금융의 포트폴리오 완성이다. 특히 그는 인수 후 통합(PMI)에 상당히 공 들였다. 그는 “M&A에서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좋은 매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와서 더욱 값진 것으로 만드는 삼박자가 모두 중요하다”며 “PMI라는 것도 결국 ‘KB금융이라는 조직에 들어와서 일이 더욱 쉬워지고 성과가 잘 난다’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현대증권을 인수한 후 자산관리(WM)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은행의 WM 상담 경험을 공유하고, 투자기업금융(CIB) 부문에 은행의 기업금융 노하우를 전수하는 식이다.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윤 전 회장은 현재 업황이 어려운 카드사의 경우 은행과 카드사 간 통합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윤 전 회장은 “(경영진 간 다툼이 있던) KB사태 때 국민은행에서 국민카드를 분사했는데 당시 전제는 두 회사 간 고객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며 “국민카드에 국민은행 계좌를 연결해서 쓰는 고객의 경우에도 지금은 계열사 간 정보 공유 규제 때문에 데이터를 공유하지 못한다. 그런 규제는 고객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조금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회장은 “은행 안에 카드를 둘지, 별도 회사로 둘지 언제든 필요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은행과 카드사의 부수업무 제한도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에 카드사를 편입하면 조달비용을 줄이는 등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한데 부수업무 차이에 따른 제한이 있어서 그러한 제약을 조금 완화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