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 '예금→주식' 머니무브…금융그룹엔 절호의 기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04일, 오전 06:27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이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최근 거대 자금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부동산에 묶여 있던 전국민 자산의 60% 이상이 서서히 금융으로, 특히 금융투자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KB금융그룹 회장을 3연임하며 현재의 리딩그룹으로 이끈 윤종규 전 KB금융회장(현재 고문)을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나 자금의 대전환기, 금융의 역할과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앞으로 머니무브(자금 이동)는 두 방향에서 진행될 것이다. 부동산에 금융자산으로, 금융 자산 내에서는 예·적금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옮겨갈 것이다. 둘 다 금융회사에는 굉장히 좋은 기회다.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가면 금융회사가 이를 이용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한다 해도, 금융그룹 입장에선 은행에서 증권으로 옮겨가는 셈이니 또 수익이 발생할 것이다.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릴 것이냐가 핵심이다.”

윤종규 전 회장(현재 고문)은 “증시 호황으로 촉발된 머니무브가 금융회사에게는 새로운 기회”라는 견해를 밝혔다. 2023년까지 9년간 KB금융그룹 회장을 지낸 그는 재임기간 KB금융을 ‘국내 1등 금융그룹’으로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2014년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갈등으로 유명한 ‘KB사태’ 등을 진화한 뒤 안정적인 조직 구도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윤 전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머니무브와 부동산시장 해법, 인공지능(AI)과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금융업계 현안과 과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와 상한없는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의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고 했다. 또 로또 청약을 방지하기 위한 주택 채권입찰제 도입을 제안했다.

윤 전 회장은 생산적금융 전환에 따른 금융지주의 수익 구조는 향후 세 가지 변화를 예상했다. 그는 “비은행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며 비이자 수익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며 “해외 사업에 따른 수익 비중도 마찬가지”라고 내다봤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이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다음은 윤 전 회장과의 일문일답.

-증시 호황으로 ‘머니무브’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 향후 방향은.

△앞으로 머니무브는 두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첫째는 개인 자산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부동산자산이 금융자산으로 이동할 거다. 과거에는 은행 예·적금 이자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주식 투자보다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높아서 자금이 쏠렸지만, 지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금융자산 중에서도 안전한 예·적금을 헐어 위험이 있더라도 주식 등 투자자산으로 옮겨 수익률을 좇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두 가지 모두 금융회사에겐 굉장히 좋은 기회다.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자산이 이동하면 금융회사를 이용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 또 예·적금에서 투자자산으로의 이동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옮겨가는 것이라 그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한다. 초고령사회에서는 건강과 돈(생활비)이 필요한데 두 가지 모두가 보험을 포함한 금융회사에 기회가 될 것이다. 은행에는 팔 수 있는 상품 제한을 풀고 자산 운용에 역량을 쓸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넓혀줘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축소 등 부동산시장 정상화 요구가 높다.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1가구 1주택 혜택 제도를 고쳐야 한다. 양도세 비과세 제도를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제도로 전환하고 양도세 이연 혹은 연부연납을 허용해야 한다. 상한없는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다주택자는 대출 제한보다 가구별·소유자별 ‘주택대출 상한제’를 고려해볼 수 있다. 외국인 부동산 소유 규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로또 청약이 된 분양제도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시세 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 청약자에게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토록 하는 ‘주택 채권입찰제’ 도입으로 가격 조정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생산적금융 전환과 주담대 등 가계부채 축소 기조 속에서 금융그룹의 수익 구조 지향점은.

△3개의 40%란 의미에서 ‘3포티’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은행과 비은행의 비중에서 은행이 60%, 비은행 40%의 비중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이자 수익과 비이자 수익 비중을 6대 4 정도까지 맞추고, 마지막으로 해외 자산운용이나 해외 대출을 전체 40%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다.

-은행의 이자 장사 비판이 거센데 비이자 수익을 늘리는 방법은.

△우리나라 금융서비스는 무료 비중이 너무 높다. 예를 들면 우리는 계좌 유지 수수료를 안 받지만, 미국과 일본은 받고 있다. 계좌 유지 수수료가 없으니 국민 1인당 계좌가 평균 4개 이상이고 전산부터 통장 발급까지 불필요한 자원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다. 또 ‘대포통장’이라는 부작용도 생긴다. 계좌 유지 수수료만 도입해도 비이자 수입이 10% 정도 증가한다는 보고서가 있다. 에너지 절약과 환경 문제 측면에서도 이런 부분의 가격 체계를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에 금융회사 플랫폼화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1500만명이 쓰는 ‘KB스타뱅킹’ 등 금융앱을 플랫폼화 하면 고객 선택이 비금융업종까지 더 넓어진다. 플랫폼은 ‘3S’, 간편(Simple)하고 빠르고(Speedy) 안전(Secure)해야 고객 선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AI는 3S를 더욱 효율화·가속화 할 좋은 수단이다. 금융회사는 안전성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쌓아왔고 그 신뢰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은행과 핀테크 중 어디가 주도권 가져가야 하나.

△스테이블코인은 ‘스마트 컨트랙트(조건 충족시 자동실행)’가 가능한 부분과 거래 투명성 등이 장점이다. 그러나 분명한 실수요와 해외 수요가 있는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잠재 수요와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 국내에선 가상자산 거래도 은행 계좌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고, 계좌 개설이나 이체 등에서도 별다른 위험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이익은 사유화되지만, 금융 사고가 나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사용은 별개다. 안전성 측면에서 은행을 중심으로 발행을 허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쿠팡 등 규모가 큰 기업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금융그룹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국내 금융그룹은 원화의 국제화가 늦어져 스와프 시장에 한계가 있는 부분이 가장 큰 장벽이다. 달러를 중심으로 기축 통화의 조달 역량을 키워야 한다. 기업금융 쪽에서는 글로벌 무역 거래 등에서 ‘트랜잭션 뱅킹(기업 자금 운영 효율화 뱅킹 서비스)’을 강화해야 한다. 개인 금융에서는 좋은 투자처 발굴과 소개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금융그룹이 투자처를 발굴·심사하는 역량을 키우고, 고객에게 자문할 수 있는 역량 등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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