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주유소.© 뉴스1 최지환 기자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리터(L)당 2000원을 넘어선 가운데,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가 소비자물가를 강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높은 2%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가격 상승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까지 전이되면서,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당분간 체감 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여름철까지 3%대 물가가 재진입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분석한다.
휘발유·경유, 리터당 2000원 돌파…유가 상승세 지속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는 리터당 2009.45원, 경유는 2003.79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각각 128.36원, 125.56원 상승한 수치다.
3월 평균 판매가격도 휘발유 147.41원, 경유 241.66원 오르면서, 유가 상승세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보다 다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2%로, 전월 2.0%보다 0.2%포인트(p) 올랐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50% 이상 치솟자 석유류 최고가격제를 시행, 휘발유를 1724원, 경유를 1713원으로 제한해 가격 상승률을 9.9% 수준으로 억제했다.
그러나 실제 주유소 가격은 이미 2000원을 넘어, 체감 물가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전쟁 장기화로 배럴당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지속 상회하자, 정부는 유류세 인하율을 휘발유 15%, 경유 25%로 상향 조정하고 최고가격도 각각 1934원, 1923원으로 인상했다.
글로벌 IB ING는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8%로 전망했다.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2024년 4월(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ING는 "석유류 최고가격제가 휘발유 가격 급등 억제에는 도움을 줬지만, 항공료·여행비·물류비 등 다른 물가는 이미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 뉴스1 김민지 기자
수입·생산자물가 '도미노 급등'…여름철 3%대 재진입 가능성도
전쟁이 종료돼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물가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1% 상승하며,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화 약세와 유가 급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1.6% 상승해 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는 원유 가격 상승이 정유·화학·운송 등 산업 전반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상 생산자물가는 1~2개월, 수입물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에 따라 4월 이후 공업제품, 운송비, 외식 물가 등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이 촉발한 수입물가·생산자물가의 상승이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번지면서 여름철 3%대 물가 재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세대 김정식 명예교수는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특히 내구재를 중심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추가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IB 8곳이 집계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평균 2.4%로 전월보다 0.4%p 상향됐다. 단기 경로 역시 상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phlox@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