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기상청장 "특보에 시범 어딨나"…올여름 폭염 '중대경보' 즉시 가동

경제

뉴스1,

2026년 5월 04일, 오전 06:05

이미선 기상청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 뉴스1 임세영 기자

아직 봄철(3~5월)인데 4월 중순부터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이른 더위가 심상치 않았다. 기상청은 겨울철 자연재난 대책기간(11월 15일~3월 15일)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여름 재난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상청장으로, 첫 여름을 맞이하는 이미선 청장은 "여름은 기상청의 대응이 가장 집중되는 시기이자 가장 치열한 시기"라며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최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가진 인터뷰에서 올여름 기상 대응 방향을 △폭염·호우 특보 개편 △긴급재난문자(CBS) 고도화 △인공지능(AI) 예보 전환 △국민 눈높이 소통 강화 등으로 설명했다.

기상청은 올여름 폭염과 집중호우 대응 체계를 동시에 손본다. 폭염 대응에서는 기존 폭염특보에 더해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를 신설했다. 폭염중대경보는 극단적 고온이 예상될 때 보건·노동·복지 등 관계기관 대응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다. 열대야주의보는 낮 더위뿐 아니라 밤사이 이어지는 고온 위험까지 별도로 알리기 위한 제도다.

이 청장은 새 특보를 공개하며 시범운영 기간을 두지 않았다. 그만큼 기후재난 대응이 시급하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 청장은 "어떨 때는 지방정부 등과 손발을 맞추기 위해 시범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도와 시급성에 따라 이번엔 즉각 운영하기로 했다"며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실제로 움직이는 만큼 시험적으로만 운영할 수는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앞선 윤석열 정부에서 기상청은 '극한 호우'를 도입하며 수도권을 시범 지역으로 선정하며 지역 차별 논란을 부른 바 있는데, 이를 의식한 걸로 풀이된다.

호우 대응은 더 촘촘해진다. 기상청은 기존 예비특보·주의보·경보 중심 체계에 2~3일 전 제공하는 호우 '가능성 정보'와 관측 기반 CBS를 더해 사실상 5단계 구조로 운영한다. CBS는 예측이 아니라 실제 관측값이 기준을 넘었을 때 나가는 마지막 경고다. 이 청장은 "CBS만 기다리면 늦는다"며 "가능성 정보와 예비특보 단계에서 지자체와 국민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CBS 발송 방식도 바뀐다. 기상청은 이동통신사와 직접 연결된 시스템을 활용해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지방기상청이 기준 충족 시 본청 승인 없이 직접 판단하도록 권한을 강화한다. 연계 단계를 줄여 1분 1초라도 발송 시간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인공지능(AI) 예보 전환도 추진된다. 기상청은 국가 AI 프로젝트를 통해 그래픽 처리장치(GPU) 208장을 확보했다. 한국형 AI 기상·기후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기반 수치예보 자료동화 기술 개발에 활용된다. 다만 AI 예보는 중장기 고도화 과제라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국민 소통 방식도 손질한다. 강수맞힘률, 무강수맞힘, 임계성공지수 같은 예보 평가 용어는 기상청 내부에서는 필요하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어렵다. 이 청장은 "우리에게는 익숙해서 쉬운데, 국민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국민 친화적으로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AI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국민 눈높이 행정'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기상청은 장마 개념도 학계와 함께 재정리하고 있다. 장마는 일반적으로 6월 하순부터 7월 중·하순 사이 정체전선 영향으로 이어지는 비를 뜻해 왔지만, 최근에는 시작과 종료 시점이 흐려지고 강도와 지속 기간의 변동성도 커졌다. 기상청은 2022년부터 기상학계와 논의해 왔고,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학술적 의미를 재정립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대전 이전과 서울청사 활용 문제도 남아 있다. 기상청은 2022년 2월 예보·지진 등 현업부서의 1차 대전 이전을 마쳤고, 국가기상센터 구축 완료 시점에 맞춰 2029년 하반기 2차 이전을 목표로 두고 있다. 서울청사는 전산자원센터 이전 가능성, 기후과학도서관 일부 공간 활용 등을 검토 중이다.

기상산업과 국제협력도 확대된다. 기상산업 규모는 2024년 1조 1364억 원에서 2025년 1조 2911억 원으로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공적개발원조(ODA), 기술 지원, 국제협력 사업을 통해 국내 기상기업의 해외 진출과 장비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세계은행(WB), 녹색기후기금(GCF) 등 국제기구 사업과 연계한 대형 프로젝트 참여 지원도 추진한다.

여기에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을 경량화한 '라이트 모델' 개발도 연계된다. KIM은 한국이 독자 개발한 수치예보모델로, 기상청은 이를 해외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연산 부담을 낮춘 형태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이 조기경보와 재난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보급하고, 국내 기상기술의 해외 확산 기반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미선 기상청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6.4.27 © 뉴스1 임세영 기자

다음은 이미선 기상청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뒤 첫 여름을 맞는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여름은 무섭다. 비가 여름에 집중되기 때문에 어딘가는 터진다. 폭염중대경보, 열대야주의보, 호우 긴급재난문자 강화 등 여러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예보관 중심으로 사례 분석과 훈련도 매일 하고 있다. 직원들을 믿고 있다. 다만 기후변화 시대라 두렵고, 겸손한 마음으로 5월과 6월을 맞이하려 한다.

-국민은 기상청 예보에 엄격하다. 어떻게 보나.
▶ 최근에는 많이 이해해 주시는 것 같다. 기후변화가 워낙 쟁점이 되면서 5~6년 전과는 달라졌다. 언론과 국민도 "이걸 어떻게 다 맞추느냐"고 이해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그래도 눈높이가 높기 때문에 기상청도 이 정도 수준까지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무회의 참석 뒤 달라진 점이 있나.
▶ 국무회의 참석은 부처 간 협업에 도움이 된다. 쉬는 시간이나 회의 뒤 장관들과 직접 이야기할 수 있고, 다른 부처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재난 대응은 행정안전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연결돼 있어 소통이 중요하다. 기상·기후 정보가 정책 수립 단계부터 더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본다.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를 신설한 이유는.
▶ 폭염 피해를 줄이려면 지금 기준만으로는 부족하다. 극단적 고온이 예상될 때 보건, 노동, 복지 등 관계기관이 더 강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밤에도 더위가 이어지는 열대야는 취약계층 건강과 직결된다. 낮 기온만 보는 게 아니라 밤의 고온 위험도 알릴 필요가 있다.

-호우 대응 체계는 어떻게 바뀌나.
▶ 기존에는 예비특보, 주의보, 경보 중심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2~3일 전 가능성 정보와 관측 기반 CBS를 더해 단계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려 한다. 가능성 정보는 미리 준비하게 하는 단계이고, CBS는 실제 관측이 기준에 찼을 때 발송되는 마지막 경고다.

-CBS 발송은 무엇이 달라지나.
▶ 호우 CBS는 기상청 시스템을 통해 이동통신사로 직접 발송하는 방식으로 간다. 지진에서 이미 직접 발송 경험이 있다. 연계 시스템이 많을수록 시간이 걸린다. 1분 1초라도 줄이려면 직접 연결 체계가 필요하다. 지방청도 기준이 되면 본청 승인 없이 판단해 발송하도록 권한을 강화하려 한다.

-예보 용어 개편도 검토하나.
▶ 강수맞힘률이나 임계성공지수 같은 용어는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국민에게는 어렵다. 국민 친화적으로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AI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언론, 전문가, 국회 의견 등을 들어보며 내년 계획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AI 예보 전환은 어디까지 왔나.
▶ 국가 AI 프로젝트를 통해 GPU 208장을 확보했다. 다만 GPU가 들어왔다고 당장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AI 기반 자료동화, 나우캐스팅, 파운데이션 모델 등에 활용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예보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인간 예보관의 역할은 줄어드나.
▶ AI 모델은 빠르고 효율적이다. 일부 예측에서는 기존 수치예보보다 좋은 성능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과거에 없던 극단적 사례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예보관의 해석과 판단이 필요하다. AI와 예보관이 함께 가는 구조가 될 것이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은 어떻게 활용하나.
▶ KIM은 한국이 만든 세계 9번째 독자 수치예보모델이다. 초기에는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재난 대응, 항공, 농업 등 기상 정보가 필요한 분야에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위험 기상 예측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상산업 육성 방향은.
▶ 기상산업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아직 작다. 기상청은 자료와 기술을 민간에 제공하고 있고, 기상기업성장지원센터 등을 통해 창업과 성장을 돕고 있다. 다만 기상청 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중소벤처기업부 등 다른 부처 지원 사업과 연결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ODA와 해외 진출 지원 계획은.
▶ 국제협력은 단순 교류를 넘어 국내 기상기업의 해외 진출과 수출로 이어져야 한다. 라디오존데 같은 기상관측장비 수출 사례가 있고, KOICA 국제협력사업도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는 세계은행, 녹색기후기금 등 국제기구와 연계한 대형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한다.

-본청 대전 이전 뒤 서울청사는 어떻게 활용하나.
▶ 기상청 대전 이전은 업무 연속성을 위해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2022년 2월 1차 이전을 마쳤고, 국가기상센터 구축이 완료되는 2029년 하반기 2차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청사는 대규모 기상·지진 정보시스템의 전산자원센터 이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고, 기후과학도서관 일부 공간 활용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장마 개념 재정의는 왜 필요한가.
▶ 장마는 보통 6월 하순부터 7월 중·하순 사이 정체전선 영향으로 이어지는 비를 뜻해 왔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시작과 종료가 흐려지고, 지속 기간과 강도의 변동성이 커졌다. 2022년부터 학계와 장마 개념을 논의해 왔다.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학술적 의미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진 조기경보 체계는 어디까지 개선되나.
▶ 현재 기상청과 유관기관의 지진 관측망을 활용하고 있다. 2027년까지 관측망을 863개소로 확대하고, 지진탐지 시간을 2초 이내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지진 현장경보 대국민 서비스가 시행되면 기존보다 최대 5초 빠르게 경보를 받을 수 있고, 사각지대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선 기상청장

196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사범대학 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기과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상청 입직 이후 총괄예보관, 국가기상위성센터장, 지진화산국장 등을 거쳤으며, 수도권기상청장을 지낸 뒤 이재명 정부 첫 기상청장으로 임명됐다. 건국 이후 첫 여성 기상청장이다. 배우자인 안영인 전 한국기상산업기술원장(기상학 박사, 전 기상전문기자)도 기상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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