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2025.9.29 © 뉴스1 이광호 기자
4대금융지주의 위상을 자랑하는 우리은행이 1분기 실적에서 NH농협은행에 밀리며 '4대 은행' 자리를 내줬다. 숙원인 보험사 인수를 위한 전제 조건인 '자본건전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대출을 줄이는 전략을 택했지만 수익성과 순위하락이라는 비용을 치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2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NH농협은행은 557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우리은행을 앞섰다. 우리은행의 분기 순이익이 농협은행에 밀린 것은 2020년 4분기 이후 5년여 만이다.
지주 차원에서도 격차가 뚜렷하다. 농협금융지주 순이익은 8688억 원으로 우리금융(6038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2021년 2분기와 2023년 1분기 등 분기 기준으로 농협금융이 우리금융을 앞선 적은 있었지만, 핵심 계열사인 은행 실적까지 밀린 뼈아픈 성적표가 나온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일회성 비용 영향이 컸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 관련 충당금 1380억 원과 명예퇴직 비용 1830억 원을 반영했다.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에서 발생한 1000억 원대 금융사고 여파다. 우리은행은 당시 홈페이지에 "우리소다라은행이 거래 중인 인도네시아 기업의 사기 혐의를 확인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우리은행이 90.8%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해외 현지 법인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해외 최대 자회사에서 내부통제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1분기에는 명예퇴직 비용도 2000억 원 가까이 반영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타은행 대비 고연차가 많아 인건비 지출 비중이 큰데, 명예퇴직을 그간 선제적으로 나서지 못한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구조적 요인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본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면서 2024~2025년 본업인 대출을 조인 데 따른 부메랑이라는 지적이다.
임종룡 회장은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엄격한 심사와 시장의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재무 건전성 확보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실제 우리은행은 2024년 하반기부터 자산 리밸런싱에 나서며 대출 규모를 축소했다. 총여신은 3분기 340조 원에서 4분기 333조 원으로 감소했고, 기업 대출은 191조 원에서 186조 원으로 5조 원 줄었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전체 여신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았다.
그 결과 자본지표는 개선됐다. 재무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3분기 11.95%에서 4분기 12.08%로 13bp(1bp=0.01%) 올랐다. CET1은 위험가중자산(RWA) 중 은행의 보통주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당시 대출 자산을 줄이기 위해 핵심평가지표(KPI) 기준을 11월에서 10월로 변경하는 한편, 대출 잔액을 줄이면 KPI 평가에 가산점을 부여해 직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2025년에도 1분기 330조 원, 2분기 329조 원 등 우량 기업 중심의 자산 리밸런싱이 지속됐고 CET1 비율은 2024년 12.13%에서 2025년 12.90%로 큰 폭 상승했다.
그러나 '대출 옥죄기'로 이자수익 기반이 약화되면서 실적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CET1 비율을 맞추느라 위험자산을 엄격히 관리해 왔기 때문에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우리은행이 공격적인 대출을 하기는 쉽지 않았던 상황이고, 기업대출의 경우 RWA가 커서 CET1 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외부 변수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 재임 당시인 2024~2025년에는 우리은행의 2000억 원대 부당대출이 적발되는 등 외풍이 거셌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비리로 번져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고,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보험사 인수 추진에도 직접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험사 인수와 맞물려 부당대출 논란이 커지면서 영업 일선에서는 대출 환경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해당 사안은 아직 금감원의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감독당국의 무리한 중간결과 발표 논란도 적지 않다. 금감원은 현재까지 검사를 진행 중이며 연내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우리은행이 '건전성 확보'와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 비중이 절대적인 금융지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숙원인 보험사 인수와 자본비율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실적과 시장 지위를 동시에 내줬다는 지적이다.
junoo5683@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