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이상 거래 다 신고하라니"…가상자산업계, 당국에 재검토 호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04일, 오후 04:34



[이데일리 서민지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이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될 경우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특히 1000만원 이상 거래 전수 신고 의무와 고객확인정보 검증 의무가 도입되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4일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는 지난달 29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과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번 의견서에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원화거래소를 포함해 가상자산사업자(VASP) 27곳의 의견이 반영됐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사진=이데일리DB)
DAXA는 자금세탁방지(AML)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행 개정안이 상위법 위임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선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거래 전부 의심거래보고(STR) 대상 포함 △고객확인(KYC) 정보 ‘정확성 검증’ 의무 신설 △트래블룰 100만원 미만 거래 확대 △수취사업자 의무 신설 등 주요 조항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1000만원 이상 모든 가상자산 이전 거래를 의심거래로 간주’하는 조항을 가장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은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거래를 사실상 의심거래로 간주해 전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STR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특금법은 합당한 근거가 있을 때 금융회사가 판단해 보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상위법의 명시적 위임 없이 새로운 보고 의무를 창설한 것으로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DAXA는 “은행권 고액현금거래보고(CTR)는 단순행정보고인데 보고를 위한 분석이 수반되므로 가상자산사업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은 현금과는 달리 가격 변동성이 큰데 거래 양태에 관계없는 1000만원이라는 획일적 금액을 기준은 의심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객확인 의무 강화 역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쟁점으로 거론된다. 개정안은 기존 ‘신원 확인’을 넘어 ‘정보의 정확성 검증’까지 요구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특금법은 고객 신원 ‘확인’만 규정하고 있을 뿐 ‘검증’이라는 별도의 단계적 의무를 위임하고 있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게다가 가상자산사업자가 고객확인 의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등 중징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위법 근거 없는 검증 의무를 하위 법령으로 신설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영업정지 제재 이후 일정 기간 신고를 불수리하는 조항과 대주주 결격사유를 놓고 기존 금융권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개정안은 영업정지 종료 이후에도 2~3년이 지나야 신고 수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갱신 신고 주기를 고려할 때 사실상 시장 퇴출과 동일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주주 결격사유의 경우 타 금융업권과 달리 예외 규정이 없어 경미한 과실이나 양벌규정에 따른 처벌까지 신고 불수리 사유로 이어질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트래블룰 규제 강화도 글로벌 기준을 상회하는 과도한 규제로 봤다. 현행 제도는 100만원 이상 이전 거래에만 정보 제공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기준금액을 폐지해 모든 거래에 적용하도록 했다. 미국(3000달러), 싱가포르(1500싱가포르달러) 등 주요국은 일정 금액 기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역시 1000달러 또는 1000유로 기준을 권고하고 있다.

이외 해외 거래소 관련 의무도 업계에는 부담이다. 개정안은 국내 사업자가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의 인허가 여부와 규제 수준을 평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민간 사업자가 각국 규제 체계와 집행 수준을 일일이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DAXA는 의견서를 통해 △1000만원 이상 일괄 STR 적용 재검토 △고객확인 ‘검증’ 의무 삭제 또는 완화 △수취사업자 의무 축소 △해외 거래소 평가 기준의 당국 고시 등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시행령이 아닌 법 개정을 통해 규제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DAXA는 “이번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향후 방향성을 결정짓고 사업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건의사항에 담긴 현장의 목소리를 부디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읍소했다.

이번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11일까지 입법예고 및 규정 변경 예고를 거친다. 이후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7월 중 확정될 전망이다. 특금법 개정안에서 위임한 세부 사항은 오는 8월 20일부터 시행되며,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의 일부 조항은 내년 1월부터 8월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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