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3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6.5.3 © 뉴스1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금리 인상 사이클 전환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다. 한은 측이 공식적으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이란 전쟁과 내수 회복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 부총재의 발언을 시장에서는 '사이클 전환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2.50%인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씩 두 차례 인상돼 연말 3.00%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달 10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며 7차례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연내 인상 시 3% 도달 전망…유 부총재 발언 '사이클 전환 신호'
유 부총재는 3일(현지시간) "경기는 2월 전망보다 낮아지지 않을 것 같고 물가는 더 높아질 상황이라 이제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하 사이클보다는 인상 사이클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게 개인적 견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 부총재의 발언을 두고 한은이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 전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평가했다.
중동발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과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 흐름이 맞물리면서 통화정책 기조 변화 여건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연내 1~2차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연내 최종금리는 3%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성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에는 중동 전쟁이라는 일시적 충격에 대응한 한 차례 인상에 무게를 뒀지만, 유 부총재 발언을 보면 이제는 한 번이 아니라 두 번도 충분히 가능한 옵션으로 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연내 두 차례 인상해 3%에 도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나오면서 올해 아웃풋 갭이 플러스라는 점이 사실상 확실해졌다"며 "물가가 이란 전쟁 영향까지 반영돼 4월과 5월 각각 2.7~2.8%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인상을 안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연내 최종 금리는 3%로 예상한다"며 "연내 금리를 인상하는 액션이 들어간다면 두 번 인상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3분기까지 인플레이션 충격과 내년도 성장 기대가 유지된다면 8월 첫 인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 역시 "아직까지는 연내 동결로 보고 있지만 유 부총재의 말을 고려하면 전망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내 최종금리가 3%에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0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중동 정세·환율 등 반영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는 일곱 차례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가게 됐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내수·유가·반도체 '3대 변수'…연내 인상 경로 가를 분수령
기준금리 인상 신호가 강해지고 있지만, 그 인상폭은 물가와 유가, 내수 경기 회복 여부 등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해영 LS증권 연구원은 "1분기 경제성장률 지표(1.7%)가 좋았던 것은 사실이고, 성장에 대해서도 크게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감안하면 금리 인상을 고민하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확실하게 내수 회복세가 지속되는지가 더 중요한 관건"이라며 "2분기에는 내수가 빠르게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 4분기로 갈수록 추경 효과나 민간 소비·설비투자가 생각보다 좋게 나오면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이 필요해질 수 있다"면서도 "아직까지는 그런 흐름을 강하게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내수 지표가 기대보다 부진하거나 성장 회복세가 인상으로 이어질 만큼 강하지 않다면 인상보다는 동결을 장기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윤여삼 연구원은 "가장 큰 변수는 물가"라며 "전쟁 리스크로 유가가 오르더라도 그 충격이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경기 사이클 역시 올해 2% 중반 이상의 성장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기존에는 하향 조정 가능성까지 언급됐던 점을 감안하면 전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내년 성장에 대해서는 반도체만으로 2%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유가가 한은 정책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고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았기 때문에 금리 인상 부담이 줄어든 것은 맞다"면서도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업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두 차례 인상까지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제시한 6개월 후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 (한국은행 제공)
5월 점도표에선 '한 차례 인상'에 무게…두 번은 소수 의견 가능성
이에 따라 오는 28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기조가 반영 될지 주목된다.
금통위는 향후 금리 전망(K점도표)을 발표하고 금리 경로를 제시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유 부총재 발언 이후 형성된 인상 기대를 반영해 이번 점도표에서 금리 경로가 지난 2월보다 상향 조정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은 점도표는 금통위원 7명이 각각 점 3개씩, 총 21개를 찍어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나타낸다. 지난 2월 점도표를 보면 6개월 후 금리를 현 수준인 2.50%로 본 점이 16개로 가장 많았고, 2.25%로 더 낮게 본 점이 4개, 2.75%로 높게 본 점이 1개였다.
다만 시장의 과도한 선반영 우려와 전쟁 변수 등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이달 점도표에서는 연내 한 차례 인상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 부총재는 이달 점도표 변화 가능성에 대해 "2월과 4월 사이에 전쟁이 있었고, 현재까지 보면 물가에 부정적 측면이 더 강했고 성장은 그만큼은 아니라는 게 확인됐다"며 "5월 금통위까지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면 2월 점도표보다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확률 분포가 전반적으로 조금은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실제 점도표에서는 연내 두 차례 인상보다는 한 차례 인상에 더 많은 점(전망치)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점도표에서는 동결보다 한 번 인상이 가장 많이 찍히고, 그다음이 동결, 두 번 인상은 소수 의견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 입장에서도 유가와 전쟁 경로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두 차례 인상을 점도표에 반영할 경우 시장이 추가 인상까지 과도하게 선반영할 수 있다"며 "일단 한 차례 인상 정도의 시그널을 주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점도표에서 터미널 금리(최종금리)에 대한 명확한 가이던스가 제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전쟁이라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한은도 인상 횟수나 최종금리에 대한 확신을 주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thisriv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