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정책실장.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5.12.29 © 뉴스1 허경 기자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이자를 내야 합니까. 거꾸로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강하게 비판해 온 금융권의 '잔인한 금융' 관행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6·3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금융 양극화 해소'를 정책 화두로 던지면서다.
김 실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한국 금융의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며 금융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한국 금융은 거대한 성채와 같다"며 "성안에는 낮은 금리를 누리는 고신용자들이 안온하게 머물고, 성벽 바깥 '성저십리'(城底十里)에는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두텁게 산재해 있다. 이 견고한 이중 구조가 우리 금융의 서글픈 민낯"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수차례에 걸쳐 "저신용자가 왜 더 비싼 금리를 내야 하냐"며 지적해 온 '잔인한 금융' 문제의식의 연장선이다.
이억원 주재 '포용금융' TF 꾸린 금융위…"구조 자체 바꿔야" 숙제
금융당국은 올해 초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포용금융'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매월 회의를 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연체 계좌 관리 방안을 살펴보고, 4월 말에는 중신용자에게 더 낮은 금리로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해 '금리 사다리'를 복원한다는 내용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상호금융의 포용금융 강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고 방안도 최근 발표됐다.
김 실장은 더 나아가 '포용금융'의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본인을 향해서도 '잔인한 시스템'의 공범이라고 자인하며 건전성 관리와 시스템 위기 방지에 치중해 온 금융당국의 역할을 다시 정립해야 할 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은행들이 서민금융 상품에 출연하고 재정이 중금리 상품을 만들어 시장을 보완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포용금융은 별도의 구호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연속적인 위험에 연속적으로 대응하도록 금융구조를 바꾸고 끊어진 구간을 다시 잇게 설계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포용금융 강화 방안은 20여년 전부터 논의되어 온 금융당국의 오랜 숙제로, 점진적인 변화를 추진 중"이라며 "김 실장의 이번 SNS 글은 기존 제도를 조금씩 손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프레임을 아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거대 담론을 주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신용자 더 비싼 이자 부담, 은행 대출 구조 아예 바꿔야"
김 실장은 신용도가 낮은 차주일수록 더 비싼 이자를 부담하는 은행 가계대출 구조를 아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도가 낮은 차주의 경우 상환 가능성, 예상 손실률 등을 감안해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고 제도권에 밀려난 취약 차주는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김 실장은 "특정 구간에서 손실률이 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임계점이 과연 불변의 물리 법칙인가"라고 되물으며 "금융이 그 지점을 두려워하며 뒷걸음질만 칠 때, 그 빈자리를 메우는 건 불법사금융과 절망이다. 이 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대출이 고신용자라는 안전한 온실 속에만 갇혀 있지 않도록 대출의 구성을 흔들어야 한다"며 "거절할 명분을 찾는 대신 어떻게든 '튀는 리스크'를 세밀하게 쪼개고 선별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올해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6.3.10 © 뉴스1 이재명 기자
신용평가 시스템 '낡은 틀' 저격…인터넷은행·상호금융 역할 재정립 주문
또 현재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낡은 틀'이라고 규정하며 과감히 넓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건가"라며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갚을 능력이 없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이미 매일의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을 통해 수많은 삶의 신호를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인터넷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그들이 가진 데이터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명확히 증명하게 해야 한다"며 "금융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은 규제가 아니라 면허에 따른 책임이고, '체리피킹'은 인터넷은행의 사명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인터넷은행이 출범 당시 중·저신용자 포용을 명분으로 은행업 인가를 받았는데, 본래 취지와 달리 우량 차주 중심 영업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상호금융을 비롯한 서민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도 주문했다. 김 실장은 "서민금융기관에 비과세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현실은 조합원 대출보다 중앙회 예치가 늘어나는 구조"라며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흐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지원 확대가 아니라 모델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기존 기관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유인을 설계하거나, 유동성을 전제로 작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민금융 주체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junoo5683@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