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오송바이오폴리스 내 풀무원기술원.(사진=풀무원)
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국신용평가는 풀무원식품 등을 거느리고 있는 지주사 ㈜풀무원이 발행한 제72회 등 무보증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강등했다. 국내 사업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업과 건강케어 부문의 만성적인 적자가 그룹 전반의 이익창출력을 갉아먹으며 신용등급 하방 압력을 높인 결과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과 주식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조건부 자본성증권으로,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은 매년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부채에 가깝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가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스텝업(step-up·금리 가산) 조항이 붙어 있어 명목상 30년 만기임에도 발행사가 조기상환(콜옵션)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일반 회사채보다 높은 금리 부담까지 더해져 차환이 반복될수록 이자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 때문에 실제 갚아야 할 빚을 자본으로 둔갑시켜 재무건전성을 실제보다 양호하게 보이게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풀무원 역시 신종자본증권에 따른 회계 착시가 큰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말 연결 기준 풀무원의 시장성 차입금은 1조2472억원이다. 여기에 자본으로 분류된 398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반영한 조정차입금은 1조6452억원에 달한다.
자본총계에서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한 실질 자본 기준으로 산출한 차입금의존도와 순차입금비율은 각각 70.1%, 689.8%로 통상 신용평가업계에서 적정 수준으로 판단하는 30%, 50%를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순차입금비율의 경우 현금까지 마르면서 사실상 자본잠식에 준하는 수준까지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문제는 현금창출력이 크게 흔들리면서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풀무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637억원을 기록했으나, 국내외 신선식품 및 HMR(가정간편식) 생산능력 확장에 1545억원이 넘는 자본적지출(CAPEX)이 소요됐다. 그 결과 실질 자금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은 전년 742억원에서 92억원으로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향후 풀무원의 자금조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뜩이나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용등급 하향까지 겹치며 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BBB 등급은 투자적격등급 중 하단에 위치해 상당수 기관투자자의 내규상 투자 배제 대상이 되며 시장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다. 이는 조달 금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무원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높은 이자율을 감수하고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셈이다.
최근 풀무원과 자회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스텝업 기일이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된 데에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스텝업 기일이 짧아진 만큼 조기 상환(콜옵션) 주기 역시 단축되기 때문에 풀무원 입장에선 차환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풀무원이 발행한 72회 78회, 80회 신종자본증권은 스텝업 주기가 2년으로 기발행 신종자본증권 대비 3년 짧다.
더 나아가 차환 발행에 실패해 유동성이 경색되거나 재무약정 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채권자들이 만기 전 조기 상환을 잇따라 요구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풀무원의 재무 운용은 갈수록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주호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신종자본증권에 의존적인 자금조달 구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발행규모가 확대되며 금융비용 부담도 점증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풀무원식품이 발행하고 있는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금리 변경 기일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되는 등 실질 만기가 짧아지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