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40조 요구 역풍…삼성전자 노조, 사내외 여론 악화에 '사면초가'

경제

뉴스1,

2026년 5월 05일, 오전 06:00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4.23 © 뉴스1 김영운 기자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이 무리한 요구를 이어가면서도 사내외 여론에 귀를 닫자 점점 고립되는 모양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노조가 추진 중인 총파업에 부정적인 입장이고 정부 주요 관계자들 역시 공개적으로 노조를 비판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노조의 행보에 불만이 거세지면서 '노노(勞勞) 갈등'이 확산하고 있으며 심지어 다른 사업체 노조와 충돌하기도 했다. 산업계에선 삼성전자 노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DX부문 직원들 반발…非반도체 노조, 공동투쟁 대열 이탈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 노노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사측을 상대로 임금교섭 공동교섭단을 꾸렸던 세 노조 가운데 한 곳이 공동투쟁 대열에서 이탈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에 영업이익의 15%를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략 1인당 6억 원가량의 규모로 추산된다. 노조의 주장이 반도체 부문 직원들의 입장을 위주로 반영됐고 디바이스경험(모바일·가전, DX) 소속 직원들 사이에선 소외됐다는 불만이 커지면서 내부 불만이 커졌다.임단협 공동교섭단에서 탈퇴를 선언한 노조는 조합원 중 70%가량이 DX 소속으로 알려졌다.

DX 직원들의 반발은 다른 노조 탈퇴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홈페이지에는 DX부문 직원을 중심으로 노조 탈퇴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하루 100건 미만이던 탈퇴 요청은 지난달 28일 500건을 넘어섰고 29일에는 1000건 이상까지 늘었다. 사내 게시판과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도 탈퇴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DX 직원들이 대거 소속된 노조가 다른 노조와의 공동 행동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셈이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문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4.17 © 뉴스1 김도우 기자


노조 향한 여론 싸늘…정치권서도 계속되는 '노조'에 대한 문제제기

노조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한 수준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9일 발표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인식 조사'에선 응답자의 69.3%가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노조의 행위가 '정당한 권리 행사 및 보상 요구로 적절하다'는 응답은 18.5%로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보다 3.7배 이상 높았다.

정치권에서도 연일 삼성전자 노조를 향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말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국민에게 지탄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만 살자가 아니라 노동자 모두가, 국민 모두가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책임 의식, 연대 의식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삼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는 단순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공동체의 결실(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가 부적절하다는 뜻이다. 김 장관은 경영진과 노동자뿐 아니라 협력업체, 주주, 국민 등 다양한 경제 주체가 삼성전자 성과에 함께 기여하고 있다며, 노조의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도 우려했다.

한때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도 삼성전자 노조를 비판했다. 박 부위원장은 노조에 "'노동자연대정신'을 생각해 보시길 요구한다. 전태일은 버스비를 털어 배고픈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줬다. 그리고 자기는 평화시장에서 창동까지 그 먼 길을 걸어서 퇴근했다. 대한민국의 노조들이 전태일을 따르겠다고 한다면, 힘없는 사람들, 더 힘든 직업군들, 노조 밖의 노동자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나부터 챙기겠다고 할 수는 있지만 나만 챙기겠다고 한다면 전태일의 이름은 지우고 시작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들 역시 노조의 행보에 집단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은 노조가 결의대회를 개최한 당일 맞불 집회를 열기도 했으며 노조의 파업 예고에 법적 대응을 경고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2026.3.18 © 뉴스1 김민지 기자


계속되는 노조의 자충수…형평성 논란에 다른 기업 노조와 충돌도

삼성전자 안팎에서 노조의 고립은 노조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노조가 벌였던 생존권 투쟁이 아닌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여론의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측은 노조와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경쟁사와 동일한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성과급 상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났다. 파격적인 특별 포상 등도 함께 제시했지만 노조는 강경 입장을 꺾지 않았다.

게다가 40조 원 이상의 성과급을 사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 여론이 일자 사측과 협상을 벌였던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처음에 영업이익 20% 기준으로 교섭을 진행했다가 15%로 조정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40조 원이 아닌 54조 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했던 셈이다. 또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가 30조 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역풍이 일기도 했다.

노조가 대규모 적자를 내는 DS부문의 일부 사업부까지 고액의 성과급을 요구하자 같은 적자 상태인 DX부문의 직원들은 "성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파업 불참자를 압박하거나 노조 미가입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도 일었다. 최 위원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일하는 자들을 명단으로 관리하겠다"고 언급했다. 최 위원장은 "추후 노사 협의가 필요한 강제 전환 배치나 해고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들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노조는 최 위원장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파업 불참자를 겨냥, "다가올 총파업에서 끝내 사측의 편에 서서 동료들의 헌신을 방해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을 동료로 바라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일부 직원은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활용, 노조 미가입자에 대한 일명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이 직원이 사내 제3자에 유출한 정확을 포착,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 위원장은 총파업을 예고한 채 동남아시아로 휴가를 떠나기도 해 사내에선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일었다.

삼성전자 노조는 다른 대기업 노조를 자극, 충돌이 일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조합원 커뮤니티에서 이 대통령의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이 삼성전자 노조에 대한 경고성이 아니냐는 질의에 "LG(유플러스) 보고 하는 이야기죠. 30% 달라고 하니, 저희처럼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납득 가능한 수준(을 요구)해야 하는데"라는 글을 게시했다.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바 있는데 성사가 되더라도 1인당 성과급은 3000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 LG유플러스 노조 측은 입장문을 내고 "강한 유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DS부문 일부 직원들이 지난 2010년부터 사측과 함께했던 희귀질환·장애 아동을 비롯한 사회 취약계층 직원 기부를 중단하자는 움직임도 보여 파장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이 매월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후원하기로 약정하면 회사는 동일한 금액을 일대일로 매칭, 추가 기부해 오고 있다. 노조 측은 "사내 게시판은 익명이기에 기부 취소를 하자는 이들이 조합원인지 알 수가 없고 집행부도 이 같은 방침을 내린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2024년 총파업 당시에도 기부금 대신 노조비를 내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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