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 협상 시동…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속 한미 투자 줄다리기 재개

경제

뉴스1,

2026년 5월 05일, 오전 09:30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5일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 지원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캐나다로 출국하고 있다. 2026.3.5 © 뉴스1 이광호 기자

중동 전쟁이 종전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제 정세의 초점이 다시 경제와 통상 이슈로 이동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누적된 미국 내 피로감 속에서 미 행정부의 관세 압박 가능성이 재부상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한미 간 대미 투자 협상에도 관심이 쏠리는 흐름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 투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협의는 구체적인 사업을 확정하기보다는, 조선(MASGA)·제조업, 에너지 협력 등 그간 양국이 주목해 온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 후보군을 점검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시작될 '트럼프 관세' 압박…김정관, 러트닉과 대미 투자 논의
5일 산업부에 따르면 김정관 장관은 김 장관은 이날 출국해 오는 8일(현지시간)까지 캐나다 오타와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다.

먼저 캐나다에서는 멜라니 졸리, 팀 호지슨과 면담을 갖고 잠수함 건조 사업(CPSP) 수주를 위한 협의를 진행한다. 이후 미국에서는 하워드 러트닉과 만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 장관 간 대면 협의는 지난 3월 초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이번 협의는 최근 미국의 통상 기조 변화 속에서 이뤄지는 만큼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동 전쟁에 집중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종전 협상 국면에 접어들자 다시 관세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앞서 한미 통상 합의 이행 상황을 문제 삼아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어, 이번 협의에서도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진전 여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협의에서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가 확정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1호 프로젝트' 선정보다는, 현재 검토 중인 후보 사업을 중심으로 우선순위와 역할 분담을 조율하는 수준의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위원회'를 통해 관세 합의 이행 상황과 투자 후보군을 검토해 왔다. 이번 면담에서는 이행위원회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측과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협력 방향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본격적인 투자처 선정 작업은 오는 6월 18일 출범 예정인 '한미전략투자공사(KUIC)'가 맡을 계획이다. 김 장관은 "그간 양측 관심 분야에 대한 소통을 바탕으로 전략투자 프로젝트 관련 예비 협의를 구체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31 © 뉴스1

대미 투자 프로젝트 면면은…'에너지' 유력
통상당국은 구체적인 투자 분야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진행된 한·미 간 논의 범위를 고려하면, 협력의 윤곽을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난해 체결된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에 따르면, 양국은 조선·에너지·반도체·의약품·핵심광물·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첨단 산업 전반에서 협력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가운데 첫 번째 협력 프로젝트로는 에너지 분야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미국의 관심이 특히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역시 대미 투자 과정에서 가스 발전, 원유 수출 인프라, 소형모듈원전(SMR) 등 에너지·자원 분야에 집중한 바 있다.

미국 측 의지도 분명하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백악관 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의 투자 사례를 언급하며 "원자력 발전소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 계획을 제시하며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강조했다.

특히 원전 분야에서는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를 중심으로 원전 설계 기술과 지적재산권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실제 건설 역량과 기자재 공급망 측면에서는 한국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원유 및 LNG(액화천연가스) 인프라도 유력한 협력 분야로 꼽힌다.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은 중동 의존도를 낮출 대체 공급처가 필요하고, 미국은 원유와 LNG 수출 확대를 통해 '탈중동 공급기지'로 자리매김하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원유 수출은 올해 4월 하루 평균 52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무역수지 개선을 겨냥한 이른바 '트럼프식 관세 정책'과도 맞물린 흐름으로 해석된다.

특히 루이지애나주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LNG 수출 인프라 사업은 미국이 관세 인상을 예고하기 직전 한국 측에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한·미 에너지 협력의 핵심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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