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에 내원해 구토와 복수로 통증을 호소하던 짜장이(왼쪽)의 모습, 최근 회복해 건강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 제공) © 뉴스1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받았던 11살 '짜장이'. 급성 췌장염에서 시작된 병은 급성 신부전으로 악화했고 담낭 파열까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여러 병원을 거쳤지만 "사실상 치료가 어렵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보호자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한 동물병원을 찾았다.
당시 제시된 생존 확률은 약 7~8%. 일반적으로 이 상태라면 적극적인 치료보다 가족과의 마지막 시간을 준비하도록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 이틀 내 사망 가능성까지 언급된 상황이었다.
짜장이를 살린 것은 송우진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 원장의 판단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보호자의 선택이었다.
짜장이가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 3월 중순.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짜장이는 보통의 11살 반려견보다도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과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살릴 수 있었던 이유…투석·수술·협진의 2주
짜장이가 투석 받는 모습(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 © 뉴스1
5일 서울 강남구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대표원장 이태호)에 따르면 짜장이는 내원 당시 급성 췌장염과 신부전, 담낭 파열이 동시에 의심되는 긴박한 상태였다. 치료는 단순하지 않았다. 투석을 통해 전신 상태를 끌어올려 마취가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한 뒤 고위험 수술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었다.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성공 확률도 희박했지만 보호자는 치료를 선택했다.
2주간 입원 치료하는 동안 투석은 세 차례 진행됐고 수술도 무사히 마쳤다. 이후 짜장이는 점차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주요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송 원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의료진 입장에서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태였지만 투석과 수술, 집중 치료를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기에 끝까지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짜장이는 시그니처의 시스템이 없었다면 살리기 어려웠을 케이스"라고 강조했다.
이 사례는 송 원장이 상아탑인 대학에서 동물병원 임상 현장으로 복귀한 이후 경험한 대표적인 환자(환견)다.
두 달 사이 생사를 오간 짜장이는 가족들과 행복한 일상을 즐기고 있다(보호자 제공). © 뉴스1
교수에서 임상으로…24시간 중환자 진료 선택
서울대 수의과대학 출신으로 내과 석·박사를 거쳐 제주대 수의과대학 교수로 약 5년 6개월 재임했던 그는 지난해 10월 교수직을 내려놓고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에 합류했다.
그는 대학에서의 경험을 "많이 배우고 얻은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다 다양한 임상 환경에서 진료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커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환자 진료를 보다 밀도 있게 경험하고 환자와 보호자 곁에서 직접 판단하고 치료하는 역할에 집중해 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임상으로 온 지 6개월. 송 원장은 현재를 "기대했던 진료를 실현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태호 원장이 합류를 제안했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도 바로 이 24시간 시스템의 일원이 돼 환자가 최대한의 치료와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송 원장이 주로 맡는 환자는 심장질환, 당뇨성 케톤산증, 종양 파열 등 만성질환이 급격히 악화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자들은 초기 대응이 생사를 좌우한다.
그는 "24시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면 단시간 내 상태를 끌어올리는 치료가 가능하다"며 "실제로 예후가 달라지는 사례를 많이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우진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 원장이 진료실에서 고양이를 안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진료를 잘 본다는 것"…전문의 기준과 수의학의 방향
송 원장은 국내 수의학의 방향을 표준화된 진료 기준과 지식 공유에서 찾았다.
그는 "진료가 개인의 경험이나 감각에 좌우되기보다 공유된 기준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본적인 치료 방법에 대한 베이스가 탄탄하면 여러 사람이 같은 환자를 보더라도 결국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기준은 최근 국내 수의계에서 각 학회 중심으로 전문의 제도가 논의·확대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미국 전문의 제도를 예로 들며 "환자가 어떤 전문의를 만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치료가 보장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결국 전문의 제도는 특정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표준화된 치료 기준과 지식 공유를 기반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여러 전문의가 같은 환자를 보고 유사한 판단을 내린다면 이는 기본적인 치료 방법과 지식이 잘 공유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기준이 공유될 때 보호자 역시 어느 병원을 찾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진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그는 국내 수의학 발전을 위해 교육과 시스템의 역할을 강조했다. '나만의 노하우'도 의미 있지만 대학과 학술 체계를 통해 지식이 체계적으로 공유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가 차원의 전문의 제도 역시 이러한 기준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에도 '노령내과' 필요...삶의 질 중심 진료
송우진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 원장 © 뉴스1 한송아 기자
최근 그는 노령 동물 진료에도 관심을 넓히고 있다.
특히 사람 의료에서 '노년내과'가 등장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러 질환을 동시에 가진 환자에게서 약물 간 상충이나 부작용을 조정하며 삶의 질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송 원장은 "노령 반려동물 역시 대부분 복합 질환을 가지고 있다"며 "각 질환을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삶의 질을 중심으로 치료를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이는 판단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며 "복합질환 환자에서 무엇을 먼저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시그니처 합류 6개월. 그는 "체감상 3년은 일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송 원장은 "협진 구조가 잘 갖춰져 있고 의료진 간 호흡도 좋다. 이런 환경에서 진료하는 것이 매우 보람 있다"며 "앞으로도 임상과 학술을 병행하며 수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펫피플][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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