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4.23 ⓒ 뉴스1 김영운 기자
최대 45조 원 규모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이 오는 5월 21일부터 18일간 진행할 것으로 예고한 총파업을 진행할 시 타격이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학계 등 각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는 총파업 시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직접적 손실 외에도 신뢰 자산 소멸, 핵심 인재 이탈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하면서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신제윤 의장 "노사 모두 설 자리 잃어"…"해결에 최선 다할 것"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5월 5일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서 임직원들을 향해 "최근의 회사 상황으로 주주와 고객은 물론 많은 국민들께서 큰 걱정을 하고 계신다"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신제윤 의장은 "모두가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고객 신뢰 상실, 주주 및 투자자 손실 등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기반 산업인 반도체 사업은 타이밍과 고객 신뢰가 핵심"이라면서 개발·생산 차질이나 납기 미준수가 발생할 경우 근본적인 경쟁력을 잃고, 시장 지배력까지 상실할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했다.
이어 "지금의 갈등이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며 경영진과 함께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삼성전자 사외이사들 역시 최근 이사회에서 노조 파업에 대한 공식적인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노사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번 파업 사태가 원만하고 조속하게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최근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은 최근 노사 간 임금협상 과정 전반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후 총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이사의 입장에서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사태가 기업가치와 600만 주주들의 이익에 미칠 부정적 파장이 절대 작지 않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노동조합 파업과 관련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당부했다.(삼성전자 제공)/뉴스1
노조, 영업이익 15%·45조 성과급 요구…"주주배당의 4배"
사외이사들이 우려를 표명한 것은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주주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최대 45조 원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을 예고했다. 증권업계가 추정하는 연간 영업이익 300조 원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성과급 규모는 45조 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주주배당액 약 11조 원의 4배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지난해 연구개발비 약 37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입돼야 할 재원이 일회성 성과급으로 소진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조의 파업이 예고대로 18일간 강행될 경우 최대 30조 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는 461만 명에 이르는 소액주주의 자산가치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24년 5월 삼성전자 노조의 첫 파업 선언 당시에도 주가는 하루 만에 3.09% 하락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25.7%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그 충격은 코스피 지수 전반과 우리나라 자본시장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지난달 23일 결의대회를 진행한 당시 반도체 라인별 생산률 현황.(단위 %).(삼성전자 초기업 노동조합 제공)/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파업 시 천문학적 피해 불가피… 막대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파업으로 인한 직접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안민정책포럼이 4월 23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장 가동 중단 시 분당 수십억 원, 일일 1조 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0조 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조 측이 자체 추산한 생산 차질 규모만 해도 20조~3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송 교수는 △신뢰 자산의 소멸 △전환비용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AI 반도체 패권 경쟁기의 기회비용 상실 △핵심 인재 이탈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등을 핵심 리스크로 꼽았다.
이어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AMD와 엔비디아 등 주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은 공급망 회복탄력성과 안정성을 핵심 평가 항목으로 두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곧바로 글로벌 선도 지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 기업의 파업 사례도 심각한 주주가치 훼손을 경고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주주 대표로서 우려를 표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4년 9월 보잉의 미국 공장 파업 당시 분기당 약 60억 달러의 순손실이 발생하면서 주가가 연초 대비 약 32% 하락하며 다우존스 내 최하위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3년 말 GM·포드의 동시 파업 당시에는 포드 주가가 22.6%, GM이 18.7% 하락했다. 2024년 12월 스타벅스 파업도 연간 주가 16% 하락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장소에 HBM4, HBM4E 메모리가 전시돼 있다.(공동취재)/뉴스1
정관계·학계·재계·주주단체·외신 잇따른 파업 우려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의 공식 입장 표명은 이미 정관계와 학계, 경제계 전반으로 확산한 파업 우려의 연장선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에게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며 작심 발언으로 노조를 정면 비판했다.
친노동 기조를 유지해 온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위로 노조를 비판한 것은 그만큼 파업이 국가 경제에 미칠 충격이 심각하다는 위기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사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며 "삼성전자의 이익을 경영진과 엔지니어, 근로자만의 결실로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방송에 출연해 "삼성전자는 형식상 사기업이지만 실질은 국민기업"이라며 "협력업체·소액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노사 자율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권의 우려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460만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와 1700여 개의 협력사 생태계가 삼성전자의 행보에 생계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노조의 강경 투쟁은 무책임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인당 6억 원까지 요구하는 것은 상식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반도체는 한 번 공정이 멈춰 서면 되돌리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된다"며 "노조는 과도한 요구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계의 진단도 엄중하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기술은 1~2년만 뒤처져도 경쟁력을 잃는다"며 "엔비디아·TSMC·인텔이 사활을 건 AI 반도체 패권 경쟁기에 내부 갈등 수습에 역량을 소모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기회비용"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호 카이스트(KAIST) 교수도 "기업이 글로벌 경쟁 속에서 투자와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 요구는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노조의 요구가 미래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훼손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래 기술 확보에 투입되어야 할 재원이 성과급 잔치에 소진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주주단체 역시 직접 행동에 나섰다. 삼성전자 주주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지난달 23일 노조 측 집회 맞은편에서 맞불 집회를 개최하고 주주 권익 보호를 촉구했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반도체 공장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주주들이지 직원들이 아니다"라며 "반도체 호황 사이클에서 공장을 멈추면 주주들의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이에 대응하는 맞대응 시위를 전개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전했다.
여론도 노조에 비판적이다. 리얼미터가 4월 27~28일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69.3%가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무리한 요구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외신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로이터는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의 파업은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이미 발생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병목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 주주들은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고 경솔하다고 보고 있으며, 차세대 투자나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에 그 돈이 쓰이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외이사들이 우려를 표명한 것은 노조의 요구가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면서 "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들의 메시지에 노조도 귀를 기울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2026년 임금협상이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j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