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997년 IMF 외환 위기 이후 금융사의 자금공급이 기업금융에서 가계금융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며 가계신용은 빠르게 팽창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과다한 경쟁과 고위험 현금대출 위주의 영업이 누적되며 부실이 확대됐고 통제장치 없이 늘어난 신용공급은 대규모 연체와 신용불량자 급증으로 이어졌다. 2001년 말 2.6%에 불과하던 신용카드 사용자 1개월 연체율은 2003년 말 14.1%까지 급증했다. 신용불량자는 같은 기간 235만명에서 372만명으로 늘어났다.
카드대란 이후 금융당국은 부실예방, 즉 차주의 연체 가능성을 신속히 가려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이고 신용불량자의 추가발생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즉 개인신용평가 체계는 태생적으로 ‘상환능력’보다는 ‘연체 위험’ 판단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정부는 금융사 간 신용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개인신용평가회사(CB)를 도입해 신용정보 인프라를 구축했다. CB사는 금융권 전반의 데이터를 집적·분석해 향후 1년 내 90일 이상 장기연체 발생 확률을 점수화했다. 금융회사는 이를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통해 내부 정보와 데이터를 결합해 여신 심사와 금리·한도 결정의 핵심 지표로 활용하며 리스크를 관리해 왔다.
초기 도입된 개인신용평가체계는 등급제로 개인의 신용도를 1000점 만점으로 산출한 후 1~10단계로 등급화했다. 금융사 입장에선 연체율은 낮추고 대출승인율은 높일 수 있었다.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이뤄졌으며 신용평가가 쉽고 직관적이라는 점에서 업무 효율성도 증대했다.
그러나 등급 내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등급 경계 구간에서 대출 조건이 급변하는 ‘단절 효과’가 문제로 제기됐다. 또 금융사가 자체 여신심사시스템을 고도화하려는 노력보다는 CB사의 평가결과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던 2018년 “해외 유수의 국가에서 개인신용평가 체계는 담보나 보증을 구하기 어려운 개인들도 금융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신용등급이라는 일종의 ‘평판담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제도권 금융이 개인을 포용하는 매개체로 도입된 개인신용평가 체계가 오히려 기회를 제약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개인신용평가체계 종합개선방안을 마련해 2021년부터 신용등급 대신 신용점수제롤 도입했다. 이를 통해 신용을 정교하게 평가하고 신용 등급에 따른 획일적인 대출거절 관행을 개선해 저신용층의 금융접근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도 신용점수는 상환이력, 부채 수준, 신용거래 기간·형태, 비금융정보 등을 중점으로 산정되고 있다. 각 금융사들은 이 같은 전통적인 신용평가를 넘어 통신요금, 공공요금 납부 이력, 온라인 거래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반영해 평가모형을 고도화하는 추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