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전기차·배터리 따로 구매해 부담 낮추자"…정부에 건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06일, 오전 06:01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경제계가 전기차와 배터리를 따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이외에 인공지능(AI) 학습데이터 이용 면책 조항 마련 등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100건의 규제개선 과제를 건의했다.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사진=방인권 기자)
한국경제인협회는 회원사 의견 수렴을 통해 국토교통부 26건, 산업통상부 13건, 기후에너지환경부 11건, 금융위원회 9건, 고용노동부 6건, 재정경제부 5건 등 총 100건의 과제를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고 6일 밝혔다.

건의 과제에는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AI 학습데이터 이용 면책 조항 마련 △주차로봇 아파트 설치 허용 등 신산업 분야 핵심 혁신 과제가 포함됐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전기차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별개로 취급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전기차 비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함께 구매해야 해 초기 비용 부담이 크다.

배터리를 별도 자산으로 인정하면, 소비자는 배터리 가격이 제외된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또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에서 주유소처럼 빠르게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어 이동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중국, 인도 등에서는 이미 독립된 사업자가 배터리를 소유·운영하고, 이용자는 구독·임대료를 내고 배터리를 교환하는 BaaS(Battery-as-a-Service) 구조가 자리 잡혀 있다. 한경협은 전기차 배터리를 차량과 별개의 자산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차량 구매 부담을 완화하고, 배터리 재활용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학습 면책조항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적 공정이용 규정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인정 범위가 협소하고 관련 판례도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AI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리스크가 있다.

대규모 AI 모델 구축에는 방대한 양의 책·이미지·영상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지만, 개별 저작물에 대해 건마다 이용 허락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며, 이로 인해 기술 개발 및 발전이 지연되고 있다.

일본은 영리 목적 여부와 관계없이, AI 개발처럼 저작물에 담긴 사상이나 감정을 향유하려는 목적이 아닌 경우(비향유 목적)에는 저작물 이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유연한 권리제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저작물에 합법적으로 접근한 경우, 컴퓨팅 데이터 분석 목적의 이용은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다.

이에 한경협은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AI 학습 목적의 ‘정보 분석(데이터 마이닝)’ 용도로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 침해 면책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지능형 주차로봇의 아파트 설치도 제안했다. 주차로봇은 기존의 기계식 주차장치와 작동 방식이 전혀 다름에도, 주차장법상 같은 ‘기계식 주차장치’로 분류되는 탓에 아파트 설치가 금지돼 있다.

한경협은 주차로봇을 일반 공동주택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아파트 주차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의 이용 편의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지금과 같은 산업 대전환 시기에는 기업이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변화에 뒤처진 낡은 규제는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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