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월군이 24~26일 영월 장릉과 동강 둔치, 청령포 일원에서 지역 대표 축제인 제59회 단종문화제를 준비한 가운데, 행사 첫날 단종 유배길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영월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4.24
입소문 하나로 살아난 두 영화가 지역 관광까지 바꾸고 있다. 스크린을 나온 관객들이 강원도 '영월'로, 충청남 '예산'으로 향하면서 스크린 투어리즘이 국내 여행 활성화의 새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6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올해 흥행을 이끈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와 '살목지'가 촬영지와 배경지 일대의 관광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침체 극장가 살린 입소문…스크린 밖으로 나온 관객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입소문이다. 올해 2월 4일 개봉한 왕사남은 누적 관객 약 17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 박스오피스 흥행 2위에 올랐다. 1분기 매출액 1518억 원으로 역대 1위를 기록하며 '극한직업'을 제쳤다.
'왕사남'은 최근 쿠팡플레이·웨이브·왓챠 등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도 올라오고 CG 리마스터링 버전이 공개되면서 재관람 수요까지 이어지고 있어 향후 더 많은 관객과 만날 것으로 기대된다.
4월 8일 개봉한 '살목지'도 2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7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80만 명)을 넘겼다. 관객들은 극장 문을 나서 왕사남을 보고 영월로, 살목지를 보고 예산 살목지 저수지로 향했다.
조선 6대 임금 단종을 다룬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효과로 특수를 누리고 있는 강원 영월군이 지난 24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영월 장릉과 동강 둔치, 청령포 일원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를 열고 있는 가운데, 행사 둘째 날 문화제의 주요 행사인 단종제향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영월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4.25
'1700만 관객' 영월을 바꾸다…관광객 폭증·매출 껑충
왕사남 흥행은 영월을 전국구 관광지로 만들었다.올해 영월 전체 방문객은 이미 150만 명을 훌쩍 넘겼다. 개봉 직후 4주간 영월군 일평균 매출은 35.7% 급증했고 숙박·음식점 매출은 52.5% 뛰었다.
극 중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와 단종의 무덤인 '장릉'을 찾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4월 기준 누적 관광객은 35만 명으로 영월 인구의 10배 수준이다. 나룻배 선착장에 2시간 이상 대기가 생길 만큼 인파가 몰렸다.
유해진이 연기한 충신 '엄흥도' 역이 인기를 끌면서 영월 팔괴리 '엄흥도 묘'를 찾는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촬영지인 '영월 선돌'과 '문경새재 세트장'도 덩달아 주목받으며 문경새재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6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단종문화제'는 올해 왕사남 흥행 효과에 힘입어 역대급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지난 4월 24일 장항준 감독이 직접 참석해 지역 관광을 지원사격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왕사남은 20~40대 젊은 층이 주를 이뤘고, 살목지는 MZ세대의 체험형 소비문화와 맞물렸다. 영화 속 장소를 찾아가 인증샷을 올리고 공포감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담양호권 생태탐방로 조성사업.(담양군 제공)
예산 저수지가 '살리단길'로…배경지·촬영지 동반 수혜
살목지 열풍은 장르가 달라도 스크린 투어리즘의 힘이 같다는 걸 보여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새벽 3시 살목지 상황'이라는 게시물이 확산하면서 충남 예산군 광시면의 평범한 농업용 저수지가 단숨에 화제의 장소로 떠올랐다. 한밤중에도 차량 행렬이 이어지며 '살리단길'이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이 지역 방문객 수는 15% 이상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촬영지와 영화 배경지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전남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전체 회차의 약 80%는 전라남도 담양군의 담양호에서 촬영됐다. 그러나, 방문객의 발걸음은 여전히 예산 살목지로 향하고 있다. 배경지와 촬영지 모두 수혜를 입는 구조다.
예산군은 이 기회를 지역 관광 활성화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오후 6시 이후 야간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인근 황새공원과 연계한 국가생태탐방로 3개 구간(황새바람길·황새마을길·황새소원길)을 조성하고 트레킹 프로그램도 4월 중순부터 시범 도입했다. 다만 주민 민원 증가와 '귀신의 성지' 이미지 고착화 우려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서울의 한 영화관 전광판에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가 게시돼 있다. 2026.2.22 © 뉴스1 최지환 기자
살목지 포스터
수명주기 짧은 스크린 투어리즘…"관광 생태계 조성 시급"
그러나, 스크린 투어리즘의 한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란수 한양대 겸임교수 겸 프로젝트 수 대표는 "드라마 '우영우' 때도 팽나무를 찾아갔고 영화 '곡성' 때도 공포 이미지였지만 전남 곡성을 찾아갔다"며 "방문이 이뤄지면 장소뿐만 아니라 전통 시장 등 주변 상권까지 소비가 이뤄지면서 파급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다만, 정 교수는 "스크린 투어리즘의 단점은 수명주기가 있다는 것"이라며 "촬영에 대한 기억이 잊히는 순간 몇 달 안에 소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젓고 끝나버리는 게 문제"라며 "지자체가 마을 스테이, 마을 관광 등 생태계를 조성해 지속해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에 국회도 발맞추고 있다. 진종오 의원은 최근 영화·방송영상물 등의 제작·촬영지 및 관련 시설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연계 관광산업 육성 등을 위한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체부 장관이 관련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문화콘텐츠관광특별지역 지정 및 지원, 지역 상생 방안 마련 등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담았다.
진 의원은 "하나의 콘텐츠가 지역 관광과 경제를 살리는 시대가 됐다"며 "촬영지가 반짝 관심에 그치지 않고 지역을 대표하는 체류형 관광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