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확대보다 정교화"…글로벌 LP, 사모시장 투자 ‘옥석 가리기’ 본격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06일, 오후 05:44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더 많이, 고르게 담는게 아니라 더 잘 담는 것이 골자다'

글로벌 기관투자자(LP)들의 사모시장 투자 전략이 확장 일변도에서 포트폴리오 정교화로 이동하고 있다. 사모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신규 자금 집행에는 한층 신중해졌다. LP들은 자산군별 수익성과 유동성, 비용 구조를 따져 기존 배분을 재점검하고, 공동투자와 에버그린 펀드 등 보다 유연한 투자 방식을 활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6일 글로벌 대체투자 데이터업체 프레킨은 아비바 인베스터스가 실시한 글로벌 기관투자자 설문조사를 인용해 "글로벌 LP들의 사모투자 배분 전략이 과거의 확장 단계에서 최적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 50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은 총 6조5000억달러(약 9464조6500억 원)에 달한다. 조사 결과 사모시장 배분 비중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2023년 23%에서 지난해 39%로 높아진 반면, 2025년 배분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비율은 2023년 64%에서 49%로 낮아졌다.



◇공동투자·에버그린 부상…유동성 따지는 LP들

흥미로운 점은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LP들의 투자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블라인드펀드 출자 중심에서 벗어나 공동투자와 에버그린 펀드 등 다양한 투자 비히클(vehicle)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커지는 모습이다.

공동투자는 LP가 운용사(GP)의 펀드에 출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별 거래에 함께 투자하는 방식이다. 낮은 수수료와 성과보수 부담 완화, 대형 거래 참여 가능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통상 블라인드펀드 대비 비용 부담이 낮고 특정 딜에 대한 노출을 직접 조절할 수 있어 사모시장 경험이 축적된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에버그린 펀드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에버그린 펀드는 일정 만기를 두고 자금을 회수하는 전통적인 폐쇄형 펀드와 달리, 지속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투자자에게 일정 수준의 출자·환매 유연성을 제공하는 구조다. 아직 사모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장기 투자와 유동성 관리 수요가 동시에 커지면서 LP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에버그린 펀드 출시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프레킨에 따르면 에버그린 펀드 출시 건수는 2020년 50개에서 2025년 123개로 증가했다. 2025년 출시된 에버그린 펀드 중에는 사모신용 49개, 사모주식 32개가 포함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사모시장에서도 전통적인 폐쇄형 구조만으로는 LP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규 자금 인프라·사모신용으로…자산군도 선별화

신규 자금이 향하는 곳도 달라지고 있다. LP들은 비상장 인프라와 사모신용을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인프라는 계약 기반의 안정적 현금흐름과 물가 연동 구조를 갖춘 데다 에너지 전환, 디지털 인프라 확충 등 장기 테마와 맞물려 있다. 금리와 경기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서 방어적 성격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자산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사모신용에 대한 선호도도 여전한 편이다. 은행권 대출이 위축된 틈을 비은행권 직접대출 등이 메우면서 시장이 커졌고, 금리 인상 이후에는 이자수익 매력도 커졌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선순위 대출과 담보 구조를 활용할 수 있어 지분 투자보다 하방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기관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반면 비상장 부동산 에쿼티에 대해서는 경계감이 짙은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자산가치 조정이 이어지고, 상업용 부동산 거래도 부진한 탓이다.

에쿼티(PE)에 대해서는 금리 부담과 회수시장 침체로 당장 낙관론은 나오지 못하고 있으나 기업가치 개선과 시장 조정 국면에서의 투자 기회 포착 능력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 LP들 사이에서도 향후 5년간 PE가 가장 높은 위험조정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보고서는 "LP들이 사모시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더 까다롭게 고르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과거 성과만으로 자금을 모으기 어렵고, 수수료 구조와 유동성 설계, 공동투자 역량, 자산군별 전문성을 함께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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