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배분 객관적 지표 도입하고, 파격 주식 보상 더 늘려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06일, 오후 06:44

[이데일리 공지유 박민웅 박원주 기자] 산업계 춘투(春鬪) 리스크가 노사에 이어 ‘노노(勞勞) 갈등’으로 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비(非)반도체 노조 간 내분을 넘어, 하청기업까지 성과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면서 원하청 간 긴장도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 보상 등 개별 성과 보상 기반을 강화하고, 성과급 배분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지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지표 객관화 필요…개별 성과·주식 보상 더 늘려야”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DS) 부문에 한해 ‘영업이익의 15%’ 수준 성과급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부문이 아닌 삼성전자 완제품(DX) 부문 기반의 노조가 공동투쟁본부에서 빠지기로 하면서 노노 갈등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례 없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이 오히려 반도체와 비반도체 부문을 갈라놓는 계기가 된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6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삼성전자의 성과는 반도체만의 결실이 아니다”라며 “같은 조직 내 현저한 차이를 줘서 불만을 갖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수요가 떨어지면 경쟁력을 잃게 될텐데,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에만 성과급을 달라고 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 교수는 “회사의 이익을 사후 분배하는 성과급보다는 개별 목표 달성에 따른 보상을 더 강화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지급 요구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은 세금 등 금액이 빠지기 전의 지표로, 실제로 기업이 순손실을 내도 영업이익이 나면서 직원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뺀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반영한 객관적인 지표와 연동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회사 전체의 이익을 현금으로 나눠 갖기보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처럼 자신이 속한 기업의 주주가치가 오르는 것으로 보상을 받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엔비디아는 직원들에게 현금 인센티브뿐 아니라 성과연동 주식보상(PSU)과 양도제한조건부 주식보상(RSU)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핵심 인재에게는 파격적인 별도 주식 보상을 하고 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노동자가 주식을 획득해 회사의 운명이 노동자의 운명과 직결됐다는 인식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원칙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철강 원하청 리스크…“노봉법이 기폭제 역할”

반도체 업계 노조의 성과급 분배 요구에 더해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원·하청 교섭 요구까지 줄을 잇고 있다. SK하이닉스 하청 노조는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성과급 차별 지급을 중단하라”며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도체 호황으로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최고치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수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하청노동자들 역시 이같은 성과를 나눠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 업계에서는 노노갈등의 양상이 더 복잡하다. 원청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 현장직과 사무직, 기존 직군과 신규 직군 간 이해관계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 생산 현장 특성상 협력사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위험 업무와 숙련 노동 비중이 큰 만큼 처우 개선 논의가 곧바로 비용 부담과 보상 재원 논란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코다. 포스코는 앞서 지난달 8일 포항·광양제철소 협력사 직원 7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후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커진 원청 교섭 부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다만 포스코 정규직 노조는 회사가 사전 협의 없이 고용 구조를 바꾸면서 기존 직원의 복지와 처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현재 준법투쟁 등을 위한 쟁의권 확보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역시 별도 직군 신설에 따른 임금 격차를 문제 삼아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기업에 대한 노조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이 노노 갈등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며 “원청 상대 교섭권과 파업권이라는 무기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로봇이나 인공지능(AI) 산업에 전사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으로 국제 경쟁에서 지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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