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과 소송전이 장기화하고 불복사건이 쌓이는 형국에서 과세당국은 ‘최종 승소의 선례’를 만들지 못하고 고전 중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국세청의 ‘부실 과세’가 원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비협조, 국제적 과세제도의 한계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과세권을 확보할 묘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美빅테크, ‘쥐꼬리 세금’…과세하면 ‘불복’ 연발
6일 세무업계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코리아는 2021~2023년 멤버십 구독료 수익 등으로 2조 228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 기간에 납부한 법인세는 총 179억원으로, 매출 대비 법인세 부담률은 0.8%에 그쳤다.
과세당국은 넷플릭스코리아가 넷플릭스 영상 콘텐츠의 국내 전송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해외 법인에 지급해온 돈을 ‘저작권 사용료’라고 판단해 1000억원대 법인세를 물렸다. 넷플릭스가 자진신고한 법인세보다 5배 이상 많은 규모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이에 따라 조세조약상 한국의 과세권이 없다는 논리로 조세심판원에 불복청구했다. 2016~2020 사업연도 세무조사 결과를 둘러싼 소송의 1심 결과가 이제서야 나온 상황에서 유사쟁점으로 다툼이 다시 벌어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이 길어지다 보니 4~5년에 한 번꼴인 세무조사가 돌아오고 불복소송이 쌓이는 중”이라며 “구글도 2024년 세무조사 결과에 관한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인 걸로 안다”고 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과의 과세전쟁에서 국세청은 악전고투 중이다.
세무조사 단계부터 벽에 부딪힌다. 전직 국세청 직원은 “(미국 빅테크 기업은) 비정기 세무조사를 나가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왜 우리가 세무조사 대상이 되느냐’고 언쟁을 한다”며 “기본적인 전표, 회계장부도 내지 않아 자료 제출 때까지 세무조사를 중지해놓고 기다리다 조사에 1년 넘게 걸린 경우도 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과제척기간이 지나면 과세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은 기업 편”이라고 했다.
세무조사 후 과세가 이뤄지면 기업의 ‘조세심판원 불복청구→기각 또는 일부만 인용(국세청 승)→행정법원 소송 제기→기업 승소(국세청 패)’
가 수순처럼 이어진다.
최근 오라클과의 3100억원대 소송(대법원), 메타와의 2300억원대 소송(1심)도 모두 이 순서대로 진행됐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1, 2심이 엇갈린 오라클 사건을 심리도 하지 않고 오라클 손을 들어준 대법원은 어느 나라 법원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조세심판원에선 대부분 국세청 손을 들어주지만 법원에 가면 결국 뒤집힌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 이윤을 눈덩이처럼 불리면서도 ‘쥐꼬리 세금’만 내며 사업을 이어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지만, 법인세는 65억원을 내며 매출 대비 법인세 부담률(0.6%)은 더 낮아졌다. 세금뿐만 아니라 기부에도 인색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의 경우 구글코리아(2억 6317만원)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776만원)를 빼곤 넷플릭스코리아 등의 기업이 기부금을 낸 흔적은 없다. 네이버의 작년 법인세가 5281억원, 사회공헌비가 610억원인 점과 대조된다.
◇ 국세청, ‘적극 과세’ 의지 다져도…국제 과세제도 ‘맹점’
과세당국도 나름 과세권 확보를 위한 제도보완을 이어왔지만 역부족이다. 지난해 9월엔 다국적기업을 겨냥, 세무조사 때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1일당 평균수입금액의 0.3%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을 물리는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부터는 성공보수제를 통해 소송대리인이 승소하면 최대 10억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행강제금을 물린 기업은 한 곳도 없고, 최대의 성공보수를 지급한 사례도 나오지 않았다.
업계 안팎에선 제도 보완만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 조세회피’를 당해낼 수 없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크다. 국제 조세 체계상 기업의 이윤에 부과하는 법인세는 물리적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가능한데, 서버를 해외에 둔 빅테크 기업 특성상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지 않고도 이윤 창출이 가능해서다. 한국 법인이 있지만, 이들은 마케팅과 영업 등의 업무만 하고 있어 고정사업장으로 인정받지 않고 있다.
세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하는 빅테크 기업이 모두 ‘미국’ 기업인 점도 부담이다. 정부 관계자는 “쿠팡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 기업을 건드리면 미국 정부와의 통상 마찰로 번질 공산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세청은 과세 논리 개발과 ‘적극 과세’를 병행하겠단 입장이다. 넷플릭스 1심 소송 등 패소한 사건들은 상급 법원의 판결을 끝까지 받아볼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법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해 과세하는 수밖에 없다”며 “17년 걸려 대법원에서 승소한 ‘미등록 특허 사용료 사건’처럼 언젠가 우리 과세권을 인정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세청을 넘어 범정부 차원의 대응 강화를 주문한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구글만 떼어봐도 광고매출, 앱스토어 수수료, 클라우드 운영수익에 이어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인 제미나이 구독료까지 사업·매출이 확장되는데도 정당한 세금을 걷지 못한다”며 “정부가 국제공조 등을 통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