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6일 오전 9시,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했다. 7093.01로 출발한 지수는 단 3분 만에 7311선을 터치하며 5%대 급등했고, 한국거래소는 올해 7번째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500조 원을 처음 돌파했고, SK하이닉스 주가는 12.52% 급등해 144만 7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두 종목이 코스피 상승 폭에 기여한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반도체 초집중 랠리가 한국 증시 사상 처음 보는 풍경을 만들어 낸 하루였다. 지난 2월 25일 6000선을 돌파한 지 두 달여 만에 다시 1000포인트가 더해졌다.
같은 날, 또 다른 숫자가 그 풍경 옆에 나란히 놓여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였다. 기준선 100을 1년 만에 깨고 비관 구간으로 진입한 것이다. 7.8포인트(p) 하락 폭은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던 2024년 12월(-12.7%p) 이후 가장 컸다.
자산시장의 사상 최고치와 가계 체감경기의 비관 전환이 같은 시기에 관측되는 이 단절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석은 외신과 글로벌 투자은행의 시각에서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5.6 © 뉴스1 박지혜 기자
증시 사상 최고치에도 가계 체감경기 비관으로 전환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7000에서 8000으로 추가 상향했고, 2026년 한국 상장사의 이익 성장 전망치도 220%로 끌어올렸다. 골드만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전략가 티머시 모(Timothy Moe)는 반도체뿐 아니라 비반도체 부문도 약 48% 수준의 견조한 이익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7.5배에 머물러 역사적 평균 대비 여전히 낮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은 기본 시나리오 7000, 강세 시나리오 8500으로 상향했으며, 노무라는 상반기 코스피 목표를 7500~8000 범위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베이스라인 6500, 강세 7500을 유지하면서 한국이 자사의 2026년 4대 투자 테마(AI·에너지 미래·다극화·사회 변화)에 모두 부합한다고 평가했고, 한국 상장사의 EPS(주당순이익)가 7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신과 글로벌 IB(투자은행)의 메시지는 두 갈래로 수렴한다. 첫째, 이번 한국 증시 랠리는 모멘텀에 의한 일시적 상승이 아니라 구조적 재평가(structural re-rating)의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둘째, 그 동력은 인공지능(AI) 메모리 사이클과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속된 거버넌스 개혁이다.
다만 정작 한국 가계의 체감이 그 평가를 따라오지 않는다. 이 단절을 이해하려면 '자산효과'(wealth effect)에 관한 최근 해외 연구의 흐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자산효과란 자산가격이 오를 때 가계가 그 일부를 실제 소비로 돌리는 거시 경로를 말한다. 이 통로가 얼마나 두텁고 빠르게 작동하느냐가 자산시장과 실물경기 사이의 간격을 결정한다.
확대된 자산효과, 좁아진 통로
해외 최신 연구가 보여 주는 변화는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자산효과의 크기 자체가 팬데믹 이후 현저히 확대됐다. 비자(Visa)의 분석에 따르면 2002~2017년에는 자산이 1달러 늘 때 미국 가계가 9센트를 추가로 썼지만, 2022년 3분기 데이터에서는 그 숫자가 34센트로 약 4배가 됐다. 미국 가계가 자산가격에 그만큼 더 민감해진 것이다. 월가가 분기별 GDP 전망에서 주가지수 흐름을 함께 보는 관행도 같은 맥락에서 자리 잡았다.
둘째, 학계와 통화당국 모두 자산효과를 더 이상 부수 변수로 보지 않는다. MIT의 리카르도 카발레로와 알프 심셱이 2024년 'Annual Review of Financial Economics'에 정리한 종합 리뷰에 따르면, 주식시장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경로를 다룬 최근 학술논문 373편 중 257편이 그 효과를 인정했고, 그 가운데 213편이 자산효과를 핵심 통로로 지목했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초점도 단기 금리 하나에서 주가·회사채 금리차·달러 등 시장 전반의 자금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자산효과는 이제 거시경제학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셋째, 그러나 이렇게 확대된 자산효과는 자산을 가진 가계에서만 작동한다. 미 연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상위 10% 가구가 주식과 뮤추얼펀드의 약 87%를 보유한다. 모건스탠리 글로벌투자위원회는 이를 'K자형 경제'(K-shaped economy)로 진단한다. 상위 가구의 소비가 임금보다 자산시장에 더 민감해진 사회라는 의미다. 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가 이러한 환경에서는 노동시장 전반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보다 자산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 소비 흐름을 가늠하는 데 더 유효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자산효과의 크기가 커진 만큼 그 결실이 흘러가는 분배 통로는 오히려 좁아진 셈이다.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4월 23일 발표한 '2026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월(107.0)보다 7.8p 하락했다. 이는 2024년 12월(-12.7p)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 뉴스1 황기선 기자
한국 자산효과의 구조적 한계
이 3가지 변화를 한국에 비춰 보면 지난 6일의 사이드카와 4월 CCSI 99.2 사이의 단절이 갖는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자산가격 상승이 가계 소비로 전이되는 경로 자체가 한국에서는 구조적으로 좁다는 것이다. 자산 보유 분포가 극단적으로 편향돼 있고, 가계의 자본시장 접근이 직접투자에 편중돼 있다는 두 가지 사실이 그 통로의 폭을 결정한다.
이 진단은 한국 데이터에 의해 직접 뒷받침된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1억 원 이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전체의 92.3%(약 1293만 명)에 이르지만 이들의 보유액 합계는 전체의 22%에 그친다. 나머지 7.7%가 78%를 보유한다. 1인당 평균 보유액으로 환산하면 1억 원 이하 그룹은 약 1277만 원, 그 위 그룹은 약 5억 4337만 원으로 약 42배의 격차가 난다.
코스피 상장사 2026년 영업이익의 70% 이상이 단 2개의 반도체 기업에 집중된다는 사실은 이 좁은 출발점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준다. 6일 하루의 풍경이 그 구조를 압축적으로 드러냈다. 외국인은 4일 하루에만 코스피에서 2조 9457억 원을 순매수했고 그중 96%가 반도체 두 종목에 쏠렸다. 이날 코스피 상승의 60% 이상이 동일한 두 종목에서 발생했다. 이 흐름이 만들어 낸 이익은 해외 기관 투자자, 국내 일부 직접투자 가구, 그리고 두 기업 임직원에 1차 귀속된다. 자산효과의 출발점부터 좁은 셈이다.
물론 한국 가계의 자본시장 진입은 빠르게 확대돼 왔다. 미 자산운용사 손버그(Thornburg)에 따르면 한국 개인투자자는 2018년 560만 명에서 2022년 1420만 명으로 늘었고, 2023년 거래액의 64%를 책임졌다(미국·일본의 약 30%를 크게 상회하는 비중이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개인은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16조 8853억 원을 순매수했고, ETF(상장지수펀드) 순자산총액은 연초 300조 원에서 4월 말 400조 원을 돌파했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4%에서 올해 약 60%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이는 직접투자의 양적 확대에 가까울 뿐 자산가격 상승이 시간을 두고 분산·누적돼 가계 소비함수에 안정적으로 반영되는 구조가 마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에서 자산효과는 여전히 좁은 가계 집단 안에 머무르는 경향이 강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현재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 패키지는 단순한 증시 부양책의 성격을 넘어선다. 상법 개정과 거버넌스 개혁,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MSCI 선진시장 편입 추진 등은 자산가격 상승의 결실이 보다 넓은 가계로 확산할 수 있도록 분배 경로를 두텁게 만드는 제도적 기반에 해당한다.
요약하면, 현재의 디커플링은 위기의 징후라기보다 한국 자본시장 구조가 변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기적 단절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다만 2가지 단서가 따라붙는다. 첫째, 자산가격 상승이 가계 소비로 번지기까지는 통상 1~2년의 시차가 발생한다. 둘째, 그 시차 동안 중동발 고유가와 환율 절하 같은 외부 변수가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침식하면 자산효과의 순효과는 약화한다. 한국은행이 4월 소비심리 보고에서 향후 흐름이 중동 정세와 에너지 가격에 좌우될 것이라고 짚은 이유다. 정책의 과제는 자산가격 상승의 분배 경로를 두텁게 만드는 동시에, 그사이 가계의 완충장치를 정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6일의 사이드카와 4월의 CCSI 99.2 사이의 거리는 결국 한국 자산효과가 작동하는 통로의 폭에 의해 결정된다. 외부의 평가와 내부의 체감이 좁혀지는 시점은 그 통로가 얼마나 넓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자본시장 정상화 논의의 실질적 시험대도 그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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