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내 원화스테이블코인 현실화…금융권 핵심 인프라 파트너 승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07일, 오전 07:16



[이데일리 서민지 기자] “2년 내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겁니다. 그 시점을 대비해 오픈에셋은 금융사가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발행·지갑·유통·결제·송금 전반을 지원하는 기술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입니다.”

4년 전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손꼽아온 김경업 오픈에셋 대표는 지난달 2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부터 송금까지 아우르는 웹3 금융 인프라 기업을 목표로 제시했다. 오픈에셋은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춘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인프라 및 운영·통제 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인프라 기업이다.

그는 “결제 영역, 토큰증권(STO) 등 모두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금융 인프라와 연결돼야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며 “이 과정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동성도 필요하고 오픈에셋은 그 인프라를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업 오픈에셋 대표가 지난달 2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오픈에셋이 처음부터 금융권 인프라 지원 사업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 것은 아니다. 출발점은 ‘한국판 서클’이었다.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 출신 인력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목표로 스핀오프해 설립한 회사다. 김 대표는 카카오에서 한국은행 디지털화폐(CBDC) 프로젝트 구축 사업 총괄 PM(프로젝트 매니저)을 맡았는데, 이때 “민간이 맡을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은 따로 있다”는 판단이 그를 움직였다.

오픈에셋은 일본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JPYC 사례를 벤치마킹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왔다. 하지만 규제의 벽은 높았다. 최근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해 ‘은행 과반 지분(50%+1주)’ 요건이 담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략을 빠르게 선회했다.

김 대표는 “향후 은행의 역할은 단순한 예치기관을 넘어 디지털자산 유통사로 확장될 것”이라며 “고객이 은행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원화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USDT·USDC,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을 자연스럽게 교환하고 사용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오픈에셋은 은행 앱에 탑재되는 지갑·커스터디·교환 인프라를 제공하고, 은행은 고객 접점과 규제 라이선스를 담당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오픈에셋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스템 ‘오픈민트(Open Mint)’와 디지털자산 서비스 브랜드 ‘다가온(DAGAON)’을 개발·고도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이뤄지면 은행들은 단순 발행·예치뿐 아니라 자금운용, 재무·회계, AML(자금세탁방지), IT·보안·키 관리 등 다양한 부서가 동시에 관여해야 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오픈에셋은 이같은 전반의 시스템을 오픈민트에 녹였으며 실제 은행 환경에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향후 은행들이 지분을 나눠 갖는 컨소시엄 구조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경우 예치금 역시 여러 은행에 분산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며 “오픈에셋은 멀티은행 예치금 관리와 발행 시스템 연동 모델까지 이미 반영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경업 대표와 일문일답 내용.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원래 개발자 출신이다.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생활가전과 모바일 사업부를 거쳤다. 전 세계에 깔리는 제품을 만든다는 보람은 컸지만 학부 때부터 이어온 기술적인 호기심을 완전히 채우지는 못했다. 당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접하게 됐고 특히 이더리움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사내 스터디를 만들고 해커톤에 나가 입상도 하고 삼성전자 사내 스핀오프 프로그램(C-Lab)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2018년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 1차 공채로 들어가서 메인넷 테스트넷과 메인넷 런칭, 운영까지 핵심 개발을 맡게 됐다. 그라운드X에서 카카오 클레이튼 메인넷 개발을 하고 있을 때 한국은행 CBDC 모의실험 사업이 시작됐고 이때 총괄 PM을 맡았다. 1·2차, 금융기관 연계 실험까지 포함해 2년 동안 수행했고 한은 관계자분들과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관계, 공존 가능성 등에 대해 깊게 논의했다. 사업 마무리 단계에서 한 이사님이 “CBDC를 많이 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물으셨다. 저는 퍼블릭 블록체인 출신 개발자답게 “한은이 이더리움 위에 CBDC를 발행하면 민간 스테이블코인 없이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쓰게 될 것”이라는 제안을 드렸다. 당연히 중앙은행이 민간 퍼블릭 체인 위에 법정화폐를 올린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 경험을 통해 ‘CBDC는 중앙은행이 끌고 가는 영역이고 민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따로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오픈에셋은 어떻게 출범하게 됐나.

△CBDC가 아닌 민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따로 있다는 걸 느낀 뒤 팀원들과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다시 고민했다. 클레이튼 코어 개발로 돌아가 웹3 플랫폼을 계속 만들 수도 있었지만 한국은행 CBDC를 설계·구축해본 경험과 퍼블릭 블록체인 경험을 살려 민간이 할 수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도전해보자는 의견이 모였다. 한국의 서클, 테더가 되어보자는 목표였다. 그라운드X(당시 크러스트 유니버스)에서 스핀오프한 회사가 오픈에셋이다. 2023년 6월 법인을 세웠다. 카카오 내 한은 CBDC팀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내벤처 ‘Won CIC’팀이 모태가 됐고 클레이튼 메인넷 개발, 카카오 지갑 ‘클립’ 개발, CBDC 실험 등에서 함께 일했던 개발자들이 주축으로 모였다. 스핀오프 직후 한국투자증권의 STO 사업을 수주해 3~4개월 만에 인프라를 구축·완료하며 첫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인프라를 함께 가져가는 전략을 세웠다. 매쉬업벤처스, 한화벤처스,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금융 및 벤처캐피탈(VC) 중심으로 시드를 유치했다. 이후 더즌(국내 VAN 사업자)과 IBK캐피탈, 하나벤처스가 추가 투자를 집행했다. 더즌의 경우 전략적 제휴와 함께 50억 규모 투자를 진행해 스테이블코인 발행·결제·정산 통합 플랫폼을 공동 개발 중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초기 발행사로서 좌충우돌이 많았을 것 같다. 현재 확보한 라이선스와 인허가 진행 상황은.

△한국의 서클, 테더가 되어보자는 목표로 JPYC 사례를 면밀히 분석했다.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JPYC는 2년 넘게 금융청을 설득해 자금이동업 라이선스를 취득했고 지금은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수십조엔까지 발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JPYC는 전자금융거래법에 해당하는 자금이동업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구조를 택했다. 오픈에셋도 2024년 12월 24일 선불전자지급수단 인가를 받았다. PG 사업자 등록도 준비 중이다. ISMS 예비인증을 받자마자 가상자산사업자(VSAP) 신고서도 제출했다. 국내 금융사 출자 구조인 만큼 대주주 측면에서 특별한 리스크가 없는 데다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CBDC, STO 레퍼런스를 감안하면 VASP 신고 수리에는 문제가 없을 걸로 보고 있다.

-대표 상품인 스테이블코인 발행 플랫폼 ‘오픈민트’ 고도화 수준은.

△오픈민트(Open Mint)는 오픈에셋의 핵심 제품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스템이다. 지급준비금 운용·발행량과 예치금 간의 완전 일치, 코인런 대비 구조에 초점을 맞춰 설계했다. 테더·서클·팍소스의 구조를 분석해보면 발행잔액과 지급준비금이 시차·운용구조 때문에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구간이 존재한다. 오픈에셋은 이 부분을 시스템 설계로 원천 차단하고자 했다. 발행사가 임의로 토큰을 더 찍어낼 수 없도록, 발행 트랜잭션마다 은행이 블록체인 상에서 이중서명을 해줘야만 발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은행은 자신이 보유한 예치금·발행잔액을 실시간으로 확인한 뒤 예치금 범위 내에서만 발행을 승인할 수 있게 된다. 이 구조라면 발행사 내부 시스템이 해킹되더라도 은행 서명이 없으면 토큰을 추가 발행할 수 없다. 초기에는 카카오뱅크, 전북은행 등과 이중서명 기반 발행 시스템 개념 검증(PoC)을 진행했고 이후 여러 시중은행과 멀티 은행 예치 구조, 다수 은행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구조까지 확장한 PoC를 수행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완료되면 은행들은 발행·예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금운용 부서, 재무·회계 부서, AML(자금세탁방지) 부서, IT·보안·키 관리 부서 등이 모두 관여해야 한다. 오픈에셋은 금융 리스크 관리, AML, 운영 리스크를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녹여낼지 연구했고 이 결과를 제품 구조에 반영해 은행들이 실제로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제도화 과정에서 은행들이 각각 지분을 나눠 갖는 컨소시엄 구조가 될 경우도 고려했다. 이 경우 예치금도 여러 은행에 분산 관리될 가능성이 크다. 오픈에셋은 멀티은행 예치금 관리와 발행 시스템 연동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발행에 이어 유통 인프라도 계획하고 있다면.

△오픈에셋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완료되면 다가온(DAGAON)이라는 디지털자산 서비스 브랜드를 공개할 계획이다. ‘가온(중심)’과 ‘DA(Digital Asset)’를 합친 이름으로 디지털자산의 중심 인프라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다가온은 기관·법인 대상 지갑·커스터디 서비스, 기관용 스왑 인프라,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이후 결제·해외송금·토큰증권 연계까지 확장 가능한 구조로 설계하고 있다. 각 금융기관이 모든 것을 자체 구축하기보다는 오픈에셋이 공용 웹3 코어뱅킹·결제·외환 레이어를 제공하고 금융기관은 자신들의 고객 접점과 라이선스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드는 구조를 그리고 있다.

-최근 전통 금융사들과 협업이 활발한데.

△은행의 역할이 단순한 예치기관을 넘어 앞으로는 디지털 자산 유통사가 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고객이 은행 앱 안에서 원화 ↔ 원화 스테이블코인 ↔ USDT/USDC ↔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자산을 자연스럽게 교환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위해 은행 앱에 탑재되는 지갑·커스터디·교환 인프라를 오픈에셋이 제공하고 은행은 고객 접점과 규제 라이선스를 맡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최근 KB국민카드와는 아발란체 네트워크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결제 구조, 즉 신용카드와 크립토를 결합해 결제하는 모델에 대해 PoC·기획·UI/UX 설계를 함께 진행했다. 기존 크립토 카드들이 대부분 선불 구조인 반면 신용까지 결합한 구조는 카드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도전이었고 오픈에셋은 전자금융 선불 라이선스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VAN·PG사는 기존 레거시 결제망 운영만으로도 바쁜 상황이라 자체적으로 웹3 결제 인프라까지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 지연되고 있는데 법제화 단계에서 애로 사항은.

△현장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법제화 자체의 지연보다도 불확실성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는 여러 차례 기대와 지연을 반복했다. 은행이 직접 디지털 자산 서비스를 할 수 있는지, 자회사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지,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이 허용될지, 외환 규제과 어떻게 접점을 만들 것인지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명확하지 않다 보니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PoC를 하고도 “나중에 안 되면 어쩌나”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된다면 오픈에셋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속도대로라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2년 내에는 발행될 걸로 전망한다. 그리고 결국 은행과 금융사가 디지털 자산·스테이블코인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한은 CBDC 2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적으로는 거의 동일한 인프라를 사용한다. 한은 CBDC 체인의 노드를 연결하면 CBDC를, 이더리움·카이아·솔라나·아발란체 같은 퍼블릭 체인에 연결하면 스테이블코인을 다루는 것이다. 인프라 위에 어떤 자산을 올리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지금은 그 인프라와 내부 역량을 미리 준비해 두는 시기라고 보고 법안이 통과되는 시점에 가장 준비가 잘 된 팀이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오프라인 결제보다는 국경 간 결제·송금, 외국인의 국내 결제, 글로벌 토큰증권 거래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국내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의 사업이 확장되려면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금융 인프라와 연결되는 것이 필요하다. 토큰증권도 장기적으로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발행·유통돼야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이 경우 달러 스테이블코인만이 아니라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이 필요하고 오픈에셋은 그 인프라를 지원할 수 있다.

-향후 오픈에셋의 목표는.

△금융사가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발행·지갑·유통·결제·송금 전반을 지원하는 웹3 인프라 기업을 목표로 한다. 창업 초기에는 독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서 ‘한국의 서클·테더’가 되고자 했다. 해외에서 우리 이야기를 하면 ‘한국의 JPYC’라고 한다. 하지만 저는 한국 규제 환경에서는 JPYC와 같은 ‘스타트업 단독 발행사’ 모델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느꼈다. 은행 중심 컨소시엄 구조가 유력하고 발행사는 은행·기술사·유통사가 함께 출자한 별도 법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픈에셋의 목표도 제도에 맞게 현실적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제도안이 확정되면 은행 지분 50%+1 구조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 중 최소 한 곳에는 오픈에셋이 반드시 참여해 발행 시스템과 초기 운영, 예비인가·본인가까지 전 과정을 기술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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