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4.23 © 뉴스1 김영운 기자
삼성전자(005930) 내에서 노사의 11~12일 성과급 재협상을 앞두고 노동조합 지도부가 결단해 적정선에서 합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노조의 강경 일변도 운영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고 총파업 현실화에 불안감이 고조된 영향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도 이번이 마지막 합의 기회인 만큼 노조 지도부가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내에서도 "협상 이제 마무리하자"
10일 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협상을 이제 마무리하자"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은 성과급 갈등이 장기화하고 이 과정에서 노조 집행부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데 대한 피로감, 파업에 따른 막대한 손실 우려 등을 토로하면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교섭대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적정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피해 예상으로 거론되는) 수십조가 얼마인지 당최 감이 안 온다"며 "파업까지 가면 진짜 리스크가 너무 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직원은 "(회사의 피해로) 성과급이 빠지면 안 되는데 제발 협상이 잘 되면 좋겠다"며 노조 지도부에 합리적인 결단을 요구했다.
이 직원은 또 강경 투쟁을 이끄는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을 향해 "너무 고집부리지 말고 어지간히 챙겨 받는 데까지 받고 나오라"며 "지금 사방에서 (최 위원장에게) 뭐라고 해서 제정신이 아닐 것 같은데, 이런 때 전삼노가 좀 나서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직원 역시 "파업이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는데 막상 강행하려니 걱정"이라며 "예산 손실이 30조 원 가까이 된다는데 너무 일 크게 벌어지는 거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 직원 역시 "조정이 결렬되면 최 위원장이 또 어떤 돌발행동 할지 모르는데, 전삼노가 교섭대표로서 적정선에서 서로 윈-윈하는 선에서 잘 마무리하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고 했다.
특히, 최 위원장의 주요 지지 기반인 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DS)부문에서도 합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DS 소속이라고 소개한 한 삼성전자 직원은 "메모리 (사업부에 대한 성과급을) 보장하면 합의하고 나오라"고 했다. 이 직원 역시 "최 위원장이 교섭을 박차고 나오면 전삼노라도 합의하고 와야 한다"고 했다. DS부문에서도 파업 리스크에 대한 부담감과 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문학적 손실 위기감…최승호 위원장 행보에 피로감도 '누적'
직원들이 합의를 촉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발생할 천문학적 손실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18일간의 파업 시 DS부문 매출이 최대 8조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실적이 감소하면 성과급 규모 역시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전자 직원들의 이 같은 반응을 두고 성과급 갈등 국면에서 최 위원장이 보인 행보에 대한 직원들의 피로감이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최대 규모인 초기업노조가 반도체 부문의 성과급 요구에만 집중하면서 디바이스경험(모바일·가전, DX)부문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미 3대 노조인 동행노조는 공동교섭단에서 공식 이탈했고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역시 초기업노조와 연일 충돌하고 있다. 초기업노조 게시판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의 탈퇴 신청도 쇄도하고 있다.
재계에서도 노조 집행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11~12일 예정된 사후 조정이 사실상 파업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조 지도부가 명분에 매달려 사후 조정마저 결렬시킨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노조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조차 '적정선에서 합의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강경 투쟁만 고집하는 것은 노조의 사회적 명분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 역시 "최 위원장이 DS부문 내에서는 '교주급 대우'를 받고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그 DS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제 그만하고 합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며 "노조 지도부가 현장의 민심을 외면한 채 강경 노선만 고수한다면 과반노조 지위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goodda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