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주도권 결정 짓는 車반도체, 中·日에 밀릴라…민관 협력 시급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1일, 오전 06:29

[국민대 전자공학부 정구민 교수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연내 메르세데스-벤츠에 자율주행 알고리즘인 ‘알파마요’를 지원하는 차량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이 차량에 엔비디아의 최신 차량용 AI 프로세서 ‘토르(Thor)’ 프로세서를 탑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기존 차량용 AI 프로세서 ‘오린(Orin)’은 250TOPS(초당 1조 회 연산) 수준의 성능을 갖췄는데 ‘토르’의 성능은 1000 TOPS에 이른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3월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기술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 이처럼 차량용 반도체 기술력에 따라 자율주행 전선이 꿈틀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뢰 호텔에서 자율주행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전기차, 자율주행의 키워드가 시장 변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의 핵심이 되는 AI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퀄컴, 모빌아이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규칙 기반에서 ‘엔드-투-엔드(E2E·AI가 정보 입력부터 실행까지 통합 모델로 스스로 판단하는 기술)’로, E2E에서 비전언어행동(VLA) 모델로 빠르게 진화해 나가면서, AI 프로세서의 고성능화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VLA에서는 카메라로 들어오는 영상의 화면을 자연어로 해석한 후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의 행동을 생성하게 된다. VLA는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 법제도 및 보험 체계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한국, 유럽, 중국의 인공지능법은 자율주행 같은 고영향 또는 고위험 AI에 대해 판단 근거를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블랙박스 같았던 기존 AI와 달리, VLA는 행동의 근거를 언어로 제시할 수 있어 법적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

VLA는 기존 규칙 기반이나 E2E 자율주행에 비해서 더 많은 연산량을 요구하고 있으며, 높은 가격의 고성능 자율주행 AI 프로세서를 필요로 한다. AI 기술의 진화와 더 안전한 자율주행 알고리즘에 대한 요구, 법제도적인 연계 등의 이유로 가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VLA와 고성능 프로세서 적용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 회사들의 AI 프로세서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초기에 모빌아이와 엔비디아를 많이 쓰던 트렌드에서 호라이즌 로보틱스, 화웨이 등 자체 반도체 회사들이 성장했다. 2025년에는 중국 자동차사들의 자체 반도체 개발이 확산되는 등 생태계 변화가 매우 빠른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테슬라 전략을 따라가는 샤오펑이 엔비디아의 ‘토르’ 급인 750TOPS의 튜링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샤오펑의 VLA 2.0 적용 차량에는 총 4개의 튜링 프로세서가 탑재되며, 이 중 3개가 자율주행 구동에 사용된다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업체 지리차와 니오(Nio)도 자체 개발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특히 중국은 2027년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 100%를 목표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업체 내재화율은 71.5%에 달하고 있으며, 2024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자율주행 프로세서 분야에서는 호라이즌 로보틱스 34%, 화웨이 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또한, 중국 자동차사들의 프로세서-전력 반도체 수직 계열화가 크게 강화되는 상황이다. 중국 반도체사나 부품사들이 로봇 분야에서 호실적을 내고 있는 부분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전기차나 자율주행 전환이 늦은 일본의 경우에도 차량용 반도체 측면에서는 다양한 성공 사례를 보여 준다. 일본 정부는 자동차사-부품사-반도체사의 협력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협력 체제를 바탕으로 일본 르네사스는 미래 차량용 반도체 설계와 양산에 나서고 있다. 2024년 중국 ADAS와 자율주행 시장에서 르네사스가 14%의 점유율을 기록한 점은 주목해 볼 부분이다.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주행하는 모셔널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사진=현대차그룹)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를 국내 자동차 산업이 비교적 잘 대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노력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공급망 안정화 노력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미·중 무역분쟁, 미국의 관세 이슈, 보호무역 강화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단기적인 손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차량용 반도체 산업 생태계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산업통상부, 한국자동차연구원, 현대자동차그룹 등을 중심으로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과 함께 차량용 부품, ICT, 서비스, 콘텐츠 등 이종 산업을 차량용 반도체와 연계한 자생적인 민관 협의체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산업통상부의 ‘M.AX 얼라이언스’를 비롯해서 2025년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자율주행·차량용 반도체 종합지원센터 착공, 2025년 현대모비스-산업통상부의 ‘차량용 반도체 포럼(ASK·Auto Semicon Korea)’과 SDV 표준화 협의체, 올해 산업통상부의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공동개발 및 상용화 사업 등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민관이 협력하여 자율주행-SDV-전기차-인포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요구사항을 도출하고, 상용화로 이어지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

인공지능 프로세서 측면에서는 자동차 응용을 위한 버티컬 AI에 대한 투자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자동차에서의 경험을 로봇, 도심형항공교통(UAM), 선박 등 모빌리티 산업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 먹거리를 도출하기 위한 협의체를 강화해야 한다. 최근 미국과 중국에서는 차량용 반도체가 로봇 등으로 확장되며 수익으로 이어지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어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 분야의 경험을 타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야 한다.

국민대 전자공학부 정구민 교수
SDV 측면에서는 산업통상부, 현대차, 포티투닷, 삼성전자, LG전자, HL만도 등이 참여하는 SDV 표준화협의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미래 차량용 반도체의 요구 사항을 정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난 2025년 ASK에서는 주요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공유와 공동 검증 센터 설립을 요구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개발된 반도체들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상용화와 시장 확대 지원을 위해서 양산과 검증을 위한 국가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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