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옥죄는 '납품대금 60일' 관행"…중기부, 30일 단축 추진

경제

뉴스1,

2026년 5월 11일, 오전 06:20

이병권 중소벤처기업부 제2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대·중소협력재단에서 열린 '제2기 납품대금 연동 확산 지원본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택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부원장, 오충용 한국물가협회 본부장, 이면헌 대·중소기업·농업협력재단 본부장, 이병권 제2차관,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전무이사, 김홍석 이노비즈협회 상무, 윤정희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실장.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10 © 뉴스1

중소기업 납품대금 지급기일을 현행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중동전쟁 장기화로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지급기일 단축 요구도 커지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중소기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납품대금 지급 기간 단축 필요성을 언급하며 "현재 60일 수준인 지급 기한을 30일 수준으로 줄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중동발 위기 대응을 위해 '신속한 회복 지원'과 '선제적 체질 개선'의 투트랙 전략을 추진 중이다.단기적으로는 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납품대금 연동제를 강화하고 긴급경영안정자금과 물류 바우처 등을 신속 집행해 기업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납품대금 조정 활성화와 함께 대금 지급 기간 단축(60일→30일), 납품 지연에 따른 페널티 완화 등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은 원사업자가 물품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 가능한 짧은 기간 안에 납품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60일 이내'가 사실상 관행적 지급 기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원자재와 인건비를 먼저 부담한 뒤 수개월 뒤에야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원자재는 대부분 선결제로 구매하는데 생산과 납품 대기 기간까지 포함하면 실제 자금 회수까지 반년 가까이 걸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중소기업이 사실상 원청의 운영자금을 대신 부담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중동 사태로 피해가 큰 플라스틱 업계 역시 원가 부담이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고 호소한다. 채정묵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원료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일부 업체는 조업 중단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욱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는 "기존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도 줄이지 못한 채 원가 부담만 떠안고 있다"며 "2만여 회원사가 동시에 압박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0일 경기도 부천 플라스틱 사출 중소기업 신광엠앤피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10 © 뉴스1

납품단가 반영 지연 문제도 여전하다. 채 회장은 "납품단가 인상을 요청해도 일부 대기업 측에서 반영 시점을 늦추는 경우가 많다"며 "거래 관계상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중소기업계는 1980년대 도입된 60일 기준이 현재 산업 환경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전자세금계산서와 계좌이체 중심의 결제 환경이 정착한 만큼 과거보다 납품대금 지급기일을 단축할 여건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1984년 제정됐으며, 현재의 '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의 가능한 짧은 기한' 규정은 2009년 전부개정 과정에서 정비됐다.

실제로 해외 주요국은 이미 '30일 지급' 체계로 이동하는 흐름이다.유럽연합(EU)은 공공부문 거래에 원칙적으로 30일 이내 지급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기업 간 거래에서도 30일 상한 적용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역시 연방기관을 중심으로 '30일 지급 원칙'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업종별 현실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조·건설업처럼 프로젝트 기간이 길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복잡한 업종은 단기간 제도 변경 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60일은 어디까지나 법정 상한선인데 현장에서는 사실상 기준처럼 굳어져 있다"며 "글로벌 경쟁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현금흐름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인 지급 구조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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