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 비트와이즈, 그래나이트셰어스는 모두 지난 2월 SEC에 선거, 경제지표, 기타 현실 세계의 사건을 다루는 예측시장 연계 ETF 출시를 신청했다. SEC 규정상 ETF는 SEC가 중단하지 않는 한 신청 후 75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그 75일 시한은 지난주 만료될 예정이었는데, 돌연 SEC가 이 시한을 늦춘 것.
예측시장 ETF는 새로운 형태의 규제 과제를 제기한다. 전통적인 ETF와 달리 이 상품들은 이벤트 계약에 연동돼 있으며, 사실상 현실 세계의 사건에 베팅하는 구조다. 칼시(Kalshi) 같은 예측시장 플랫폼에서 가장 주목받으면서도 논란이 큰 계약 중 일부는 선거 결과 같은 정치 관련 계약인데, 이는 이번 ETF들의 주요 투자 대상이기도 하다.
ETF 전문가들은 이번 지연이 발행사들로부터 펀드 운용 방식에 대한 추가 정보를 받기 위한 일시적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스트래티가스 증권의 토드 손 수석 ETF 전략가는 “ETF가 새로운 종류의 노출을 담을 때는 언제나 마지막 순간에 약간의 걸림돌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어떤 새로운 자산군과 ETF를 갖다 놓아도 마찬가지”라고 전망했다.
그래나이트셰어스의 윌 라인드 최고경영자(CEO) 역시 “혁신적인 ETF 상품은 특히 유동성, 시장 구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투자자들이 이 상품의 작동 방식을 편안하게 이해하고, 규제된 ETF 구조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당국이 신중하게 접근할 이유는 있다. 지난해 스테이트스트리트가 출시한 새로운 사모신용 ETF는 출시 이후 SEC의 여러 장애물에 부딪혔는데, ETF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들이 사전 승인 검토 과정에서 다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가장 분명한 비교 대상은 현물 비트코인 ETF다. 현물 비트코인 ETF는 2024년 1월 마침내 승인을 받기 전까지 수년 간에 걸쳐 SEC의 저항에 직면했다. 규제당국은 시장 조작 우려와 기초 가상자산시장이 규제 투자상품을 받아들일 만큼 성숙했는지 여부를 놓고 고심했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최근 CNBC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 조작에 대한 집중은 나에게도, 그리고 당연히 SEC에도 매우 중요하다”며 “그것은 우리의 DNA에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예측시장에서 내부자거래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예측시장에 대한 1차 감독권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있지만, 앳킨스 위원장은 지난 2월 미국 상원 증언에서 SEC도 이 새로운 금융활동 영역을 규제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앳킨스는 “예측시장은 잠재적으로 관할권이 겹치는 대표적인 영역”이라며 “이는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매우 큰 이슈로, 현재로서는 적어도 대부분 CFTC 쪽에 있지만 우리는 이들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략가는 “예측시장이 조작되고 있는가? 그 시장 안에서 어떤 내부정보가 오가고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ETF라는 포장은 검증돼 있지만, 문제는 이 ETF들이 추종하게 될 시장 자체에 더 가깝다”고 덧붙였다.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와 규제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로펌 루이스 바흐 카우프만 미들미스의 앤서니 카포졸로 변호사는 이번 사안의 독특한 요소로 트럼프 일가와 예측시장 운영사들 간의 관계를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칼시와 폴리마켓 양쪽의 고문이며, 폴리마켓 지분을 보유한 회사와도 관련이 있다. 카포졸로는 “최소한 그들은 이 ETF들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더 잘 이해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했다.
손 전략가는 이번 지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전반적인 규제 접근 방식을 감안할 때, SEC의 일시 정지가 예측시장 ETF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더 깊은 반대를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SEC 웹사이트에서 다른 신호를 보기 전까지는 모든 시스템이 가동 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칼시 같은 주요 예측시장 거래소들이 아직 비교적 젊고, 유동성 테스트나 시장 깊이에 대한 긴 역사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당한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시장이 얼마나 깊은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 칼시는 투자자들로부터 1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했으며, 기업가치는 220억달러로 평가 받았다. 이는 불과 6개월 전보다 두 배로 뛴 수준이다. 칼시는 특히 기관 거래 사업의 성장에 투자자들이 낙관적으로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지난 6개월 동안 기관 거래량이 800% 증가했으며, 연환산 거래량은 520억달러에서 1780억달러로 늘었다고 밝혔다.
지연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승인 전에 어떤 조건이 부과될지는 결국 SEC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무엇이 문제 해결로 이어질지,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알기 어렵다. 손 전략가는 “발행사로서 SEC와 논의하고 있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걸림돌이 무엇인지 알기는 꽤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