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호황 속 투쟁전선 확대…성과급·하청·정년연장 '뇌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5월 11일, 오후 07:01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슈퍼싸이클에 진입한 조선업계에서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노사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3년치 일감에 해당하는 역대급 수주 잔량을 확보한 상황에서 성과급 대폭 인상과 원·하청 격차 해소,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고용구조와 보상체계 전반으로 쟁점이 대폭 확대되는 모습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최소 30%에 대한 성과 공유, 통상임금 산입 범위 확대 등을 주요 요구안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이들 안건은 이달 안에 노조 내부의 협의·의결을 거쳐 다음달 시작하는 사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생산직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이 심화되면서 정년 연장 문제가 협상의 핵심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임협과는 별도로 단협 사항으로 신규 채용 확대와 정년 연장, 이주노동자 처우 개선 등 산업구조 전반과 연결된 사안에 대한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올여름철 시작하는 임단협 일정을 확정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앞서 사측이 안전사고 관련 작업지침을 위반한 노조원 11명에게 징계를 내리자 이를 철회하라며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한화오션지회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징계 철회를 주장하며 지난달 28일 거제 제조총괄임원실에 침입해 노트북과 태블릿PC, 전화기 등을 무단반출하기도 했다. 현재 지회는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사측은 안전 문제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별도로 한화그룹 노동조합협의회에 속한 한화오션 노조 측은 옛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약속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 문제, 하청노동자와 동일 지급한 성과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 공개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올해는 조선업계 노조 투쟁이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 3월부터 시행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후 하청노동자들의 원청 교섭 요구 확대와 고용구조 개편은 더욱 거세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지난해 원·하청 노동자 성과급을 동일하게 지급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모범 사례로 언급되기도 했지만, 올해는 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성과급 대상에서 제외됐던 도급업체 웰리브지회 사례와 같이 원청 종속형 하청업체가 아닌 곳도 올해는 교섭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초호황 국면이라지만 파업으로 장기간 생산 차질이 벌어질 경우 납기 지연은 물론 수주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노랑봉투법 이후 하청노동자들의 사용자성을 내세워 교섭 요구, 성과급 동일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라 올해는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공동요구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사측에 임금피크제 폐지, 40년 장기근속 포상 신설, 복리 후생 상향 요구 등이 담긴 공동요구안 수용을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