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생ㆍ손보협회 등 업계 및 소비자단체와 개최한 실손보험 청구전산화(실손24) 점검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전산화 추진실적 및 의료기관 연계 현황을 점검하고, 연계율 제고를 위한 과제 등을 논의했다.(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11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보험업계 및 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실손보험 청구전산화(실손24) 점검회의’를 열고 연계 현황과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실손24는 병원에서 발급받던 진료비 영수증, 세부산정내역서, 처방전 등을 앱이나 플랫폼을 통해 보험사로 전송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약 40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이 서비스를 통해 보다 쉽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액 보험금까지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게 되면서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미청구 보험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네이버, 토스 등 플랫폼과 연계해 앱 설치 없이도 청구가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등 접근성 확대에도 나섰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6일 기준 실손24에 연계된 의료기관은 3만614개로 전체 대비 연계율은 약 29%에 그친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연계율은 50%를 넘지만, 이용 빈도가 높은 의원과 약국은 20%대에 머물러 있다. 서비스 가입자는 약 377만명, 청구 완료 건수는 241만건 수준이다.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약 4000만명) 대비로 보면 실제 활용은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는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구조가 지목된다. 의료기관이 실손24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용 중인 EMR 프로그램이 해당 시스템과 연동돼야 하는데, 일부 EMR 업체가 참여하지 않을 경우 병원 역시 연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의료기관이 아니라 EMR 업체가 전산화 확산의 ‘병목’을 쥐고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한 번 특정 EMR을 도입한 의료기관이 다른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점도 참여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상황을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일부 EMR 업체가 경제적 유인을 이유로 참여를 미루는 상황에 대해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미참여 EMR 업체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와 협력해 집단적 참여 거부 등 불공정 관행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제재 수단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의료기관 참여를 늘리기 위한 유인책도 마련하고 있다. 병원별 청구 건수를 표시하거나 홍보 기능을 제공하는 등 참여 병원의 가시성을 높이고, 소비자가 직접 병원에 실손24 도입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도 추진한다. 주요 EMR 업체가 참여 절차를 진행하면서 6월 이후 연계율이 최대 50%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연계율 상승이 곧바로 이용 확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의료계에서는 행정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와 함께,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도 여전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모든 병원에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기존 방식의 청구를 병행해야 하는 불편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실손24는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반쪽 전산화’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되며 상품 구조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보험금 청구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계 병원이 늘어나야 자연스럽게 이용도 확대되는 구조”라며 “지금은 제도가 앞서 나갔지만 현장 인프라가 따라오지 못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