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노선 예약이 반토막 나는 등 해외여행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일본행만큼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유류할증료가 치솟은 4·5월에도 흔들림 없는 강세를 유지하며, 한국인의 '일본 사랑'은 어떤 악재도 훌쩍 비껴가는 모양새다.
11일 관광·여행업계에 따르면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집계한 올해 1분기(1~3월) 방일 한국인은 305만 81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하며 분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3월 한 달에만 79만 5600명이 일본 땅을 밟아 역대 3월 기준 최다 기록을 세웠고, 방일 외국인 국가별 순위에서도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같은 달 중국인 방일객이 55.9% 급감한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흐름이다.
장거리는 '반토막'인데 일본만 두 자릿수 증가
본격적인 희비는 유류할증료가 단숨에 33단계로 치솟은 4월을 기점으로 갈렸다. 장거리 노선 시장은 크게 위축됐지만, 일본은 그 충격에서 비껴서 있다.
하나투어(039130) 관계자는 "일본 예약은 4월과 5월 모두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5월 신규 예약이 약간 둔화하긴 했어도 전반적인 강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과 동남아의 인기가 한풀 꺾이면서 그 수요가 중국·일본에 집중됐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항공 노선을 동남아에서 중국·일본으로 변경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여행 플랫폼에서도 일본 수요는 견고하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올해 1~4월 일본 여행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일본 해외 숙소 거래액이 약 1.3배 증가했다"며 "유류할증료 인상에도 소도시뿐 아니라 주요 도시를 포함한 일본 여행 수요는 계속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놀유니버스 관계자도 "4~5월 예약 기준으로 유럽·미주 등 장거리 노선은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한 반면, 일본 노선은 30%대 감소에 그쳐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았다"며 "엔화 가치가 안정된 가운데 일본 노선 공급이 확대되면서 평균 객단가 상승 폭이 크지 않았던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시각도 긍정적이다.
JNTO 관계자는 "한국은 유류할증료에 특히 민감한 시장이라 주시하고 있으나, 여행업계 동향을 파악해 본 결과 방일 수요는 여전히 괜찮아 보인다"고 말했다. 늘어난 수요에 발맞춰 JNTO는 지난 4월부터 일본 현지에서 일정 등을 문의할 수 있는 방일 여행객 전용 콜센터 운영을 시작하는 등 지원 인프라도 한층 강화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한국 MZ 31.7% "꼭 가야 할 곳은 일본"…2위와 5배 격차
단순한 수치의 증가를 넘어, 한국 MZ세대에게 일본은 이미 '기본 여행지'로 굳어진 모습이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이 발표한 '2026 트래블 펄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MZ세대의 31.7%가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일본을 꼽았다. 이는 공동 2위인 서유럽·남유럽·호주(각 6.2%)와 5배 이상 벌어지는 압도적인 격차다.
최근 1년간 해외여행 경험률(68.6%)과 항공권 구매 경험률(73.7%)이 모두 높게 나타나, 여행이 일상 소비로 자리 잡은 가운데 그 중심에 일본이 깊숙이 박혀 있음을 보여준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에서도 한국만의 색채가 뚜렷했다.
글로벌 MZ세대가 '날씨·기후(48.5%)'를 1순위로 꼽은 것과 달리, 한국 MZ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현지 음식(41.2%)'이었다. 식도락 중심의 여행 문화가 곧 일본행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 셈이다.
이준호 클룩 한국 지사장은 "한국 여행객의 일본 선호가 올해도 두드러지게 나타난 가운데, 방문 도시와 여행 스타일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도시 강세 속 日소도시도 뜬다…전세기 효과
여행지는 여전히 대도시가 중심이지만, 새로운 지역으로 시선이 분산되는 변화의 조짐도 분명하다.
클룩 조사에서 방문을 계획 중인 일본 도시(복수 응답)는 도쿄(45.3%), 오사카(38.3%), 후쿠오카(35.7%)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다만, 세대별로 들여다보면 Z세대가 쇼핑과 미식 중심의 대도시에 쏠렸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교토·삿포로·오키나와 등 휴식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지역까지 고르게 관심을 두는 차이를 보였다.
소도시 분산 흐름은 실제 예약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여기어때에 따르면 올해 1~4월 일본 숙소 예약 건수 기준 나고야·교토·마쓰야마·유후인·쓰시마·기타큐슈 등의 소도시가 뚜렷한 인기를 보였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소도시행 직항편이 다양해지면서 주요 도시 외에도 새롭게 떠날 수 있는 도시가 많다는 점이 일본 여행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소도시 열풍을 떠받치는 핵심 동력은 '항공 공급'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최근 일본 여행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도시는 여전히 오사카·후쿠오카·삿포로·도쿄 순이지만, 일본 소도시 여행 열풍과 함께 마쓰야마·다카마쓰·도야마 등에도 여행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소도시의 경우 전세기 투입 여부에 따라 수요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고 부연했다.
seulbin@news1.kr









